‘간호사 태움 방지법’ 국회 통과 기대
‘간호사 태움 방지법’ 국회 통과 기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3.12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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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달달 볶는다)고 하여 ‘태움 문화’, 그 태움을 잘 버티는 간호사를 ‘젖은 장작’, 그러지 못하는 간호사를 ‘마른 장작’이라고까지 불러가며… 업무와 관련된 꾸중이 아니라 도가 지나친 인격적 모독이나 신체적 폭력을 우리는 ‘태움’이라 얘기한다.…”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한국간호사회의 태움 문화에 관하여’(2018.2.18)란 글의 일부다. 설 연휴 첫날인 지난달 15일, 서울에서 20대 신입간호사가 ‘태움 문화’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 자극받아 쓴 글이었다. 여기서 ‘태움 문화’란 선배간호사가 ‘군기를 잡는다’는 이유로 신입간호사를 폭언·따돌림 등으로 괴롭히는 간호사 사회 특유의 폐쇄적 문화를 가리킨다. ‘군사문화의 잔재’라는 지적도 있다. ‘백의의 천사’ 이미지에 가려진 간호사 사회의 문화인지라 알려진 순간 국민들에게는 충격 그 자체였다.

이처럼 일그러진 보건의료계의 문화를 바로잡기 위한 움직임이 국회에서 일어나고 있다. 신창현 의원이 간호사들의 ‘태움 문화’(직장 내 괴롭힘)를 근절하자는 뜻에서 ‘간호사 1인당 적정환자 수’를 규정한 ‘의료법 개정안’을 최근 대표로 발의한 것이다. 이 개정안은 ‘간호사 1인당 적정 환자 수’를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자 보건의료노조(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가 즉시 환영의 뜻을 표시하고 이 법안의 지체 없는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아울러 정부와 국회가 간호사를 비롯한 보건의료 인력의 운영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법정 적정인력 기준을 적극적으로 마련할 것도 주문했다. 노조는 신 의원이 발의한 개정법률안이 ‘간호사 태움 방지법’이자 ‘의료사고 방지법’, ‘의료서비스 질 향상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보건의료노조의 이 같은 움직임에는 이유가 있다. 병원에 만연한 임신순번제, 일부 대형병원의 갑질 논란과 신생아 집단사망사건 및 신입간호사 자살사건, 밀양 세종병원의 화재참사 등 최근 사회적 충격을 안겨준 병원 관련 사건들의 배경에는 ‘극심한 인력 부족’이 자리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노조에 따르면, 의료법상 간호사 2명이 입원환자 5명을 돌봐야 하지만, 이 기준을 제대로 지키는 의료기관은 13.8%에 불과하다. 또 이 기준을 지키려면 간호등급을 3등급 이상 유지해야 하지만 의료기관의 86.2%가 3등급 미만일 정도여서 의료법상 간호사 인력 기준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실례로, 대형 화재참사가 일어났을 당시 밀양 세종병원에는 간호사 35명이 있어야 했지만 6명밖에 없었다.

보건의료노조의 주장이 엄포라고 생각지 않는다. 보건의료 인력의 부족은, 노조의 주장처럼,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공에 차질을 가져오고, 필수의료서비스의 제공을 가로막고, 의사·약사·간호사의 고유 업무를 무자격자가 대행하는 불법·편법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러기에 의료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는 지상명령과도 같은 것이다. 차제에 국회가 현재 계류 중인 2건의 ‘보건의료인력 지원 특별법’을 최우선으로 처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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