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폭로와 사과, 그리고 용서
미투 폭로와 사과, 그리고 용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3.11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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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말 한 여성검사의 검찰 내 성추행 고발 이후 사회 각 분야에서 용기 있는 미투(#MeToo)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법조계뿐만 아니라 사회의 거의 전 분야에서 연일 새로운 폭로가 이어져 이젠 충격을 넘어 경악으로 다가온다. 최근 실명이 공개된 가해자 대부분은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에게 몹쓸 짓을 저질렀다. 어떤 가해자는 낙태한 피해자에게 돈을 주고 사과한 뒤에도 욕정을 채웠고, 또 다른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사과하던 그날도 성폭행을 되풀이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폭로 피해자 한 명뿐 아니라 여러 피해자에게 똑같은 방법으로 성범죄를 일삼은 점이다. 피해자들은 오래 참고 지내다가 힘겹게 폭로했지만 가해자 대부분은 이를 즉각 부인했고, 일부는 변명이나 침묵으로 일관하기 일쑤였다. 필자가 느끼기에도 그들의 사과에는 진정성이 안 보였고, 용서도 누구한테 받기를 원하는지 알 수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사과의 대상 때문인 것 같다. 가해자들은 한결같이 성범죄 폭로 피해자에게만 사과할 뿐 침묵하는 다른 피해자는 모른 체했다. 자신의 법적 책임을 줄이고 싶어서일 것이다. 가해자들은 또 사과 내용과 태도에서도 언행 불일치를 보였다. 공개사과문에는 경찰·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으며,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후에는 휴대폰·SNS의 연락을 끊고 변호사를 선임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일부 가해자는 ‘잘못인 줄 몰랐다’거나 성폭력을 ‘성추문’, ‘불미스러운 일’이라며 자신의 범죄를 가볍게 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표현은 오히려 가해자가 얼마나 죄의식이 무디고 사과에 진정성이 없는지 깨닫게 해주었다. 하지만 가해자들이 말하는 불미스러운 일은 피해자들이 정식으로 고소했더라면 형사처벌 감이었다.

가해자 대부분은 사과문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그만큼 높은 위치에서 권력과 수익을 누려온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이제 와서 용서를 구하겠다고 한다. 구하는 것이 피해자의 용서인지 대중의 용서인지 알 수가 없다. 대중을 향한 형식적인 사과가 피해자의 용서를 받지 못하는 것은 ‘일본군위안부’ 사례가 본보기다. 우리 국민 대다수는 위안부할머니들이 왜 일본을 용서하지 못하는지, 충분히 공감한다. 가해자인 일본정부가 피해자인 할머니들에게는 직접 사과하지 않고 지원금 10억엔(100억원)으로 모든 게 해결되었다며 적반하장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미투 가해자들이 진정으로 용서를 원한다면 피해자를 직접 찾아가 만나줄 때까지 벌 받는 심정으로 기다리고, 자신의 잘못을 순순히 고백하고, 눈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범죄행위 수준에 상응하는 형사적 처벌을 각오하고, 피해자가 요구하는 민사적 배상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해야 한다.

신송우 이학박사·울들병원 행정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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