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켈러 목사의 충고
팀 켈러 목사의 충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3.1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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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켈러(Timothy J. Keller, 67세)’라면 따라붙는 수식어가 참 많다. 목사, 신학자, 기독교변증가, 도시전도자, 도시복음운동가에 ‘21세기의 C.S.루이스’(→영국의 소설가)란 별명도 있다. 저술가인 그는 ‘살아있는 신’, ‘거짓 신들의 세상’ 같은 신앙서적들을 스무 권 넘게 펴내기도 했다.

그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은 그의 교회 운영 철학과 그 열매인 ‘분립교회’의 존재다. 뉴욕 한복판에 ‘리디머(Redeemer) 장로교회’를 세우고 30년간 목회를 이끌어온 그는 신도 수가 5천 명을 넘어서자 교회를 셋으로 나눠 후배목사들에게 맡긴 뒤 지난해 여름 담임목사직에서 물러났다 “교회가 커지면 지위나 힘을 내려놓고 나눠주는 게 힘들어진다”는 생각에서 미련 없이 내린 용단이었다.

켈러 목사는 앞으로 12년 안에 3개의 분립교회를 다시 36개의 작은 교회로 나누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는 특히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하나의 큰 교회를 통해 도시를 변화시키는 게 아니라 교회를 계속 만들어 복음운동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교회 개척 장소를 도시에 한정한 이유는 모든 세상의 욕망과 욕심이 한자리에 모이는 곳이 바로 도시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 ‘복음 중심의 교회개척 운동’ 단체인 ‘시티-투-시티’(CTC)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CTC를 통해 전 세계 54개 도시에 381개 교회를 세웠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러한 켈리 목사가 지난 4일 서울 장충체육관을 찾았다. 자신의 신간 ‘팀 켈러, 고통에 답하다’ 한국 출간을 기념하는 북 콘서트에 참석하기 위해서였고, 3천500여 명의 독자가 그의 사인을 받아갔다. 5~7일에는 양재 횃불선교센터에서 목회자를 대상으로 컨퍼런스도 열었다. 켈러 목사가 한국 땅을 밟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는 횃불선교센터 기자간담회에서 매우 뜨끔한 충고를 들려주었다. “서양 교회에서도 이미 경험한 문제인데, 교회가 커지고 권력이 강해지면 교회 지도자들이 권력과 부에 무릎을 꿇고 부패하게 된다. 유혹과 권력의 문제에 직면할 만큼 힘을 갖게 된 한국교회가 이 문제를 감추지 말고 어떻게 회개하고 권력남용을 다뤄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하락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그는 또 “모든 개신교를 특정 정파적 관점 하나로 좁혀서 이해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고 했다. “성경 속의 이야기를 특정 정치적 입장을 지지하는 플랫폼으로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도 밝혔다. 극우 개신교계가 전체 개신교계를 대변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미국과 한국의 최근 현상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그는 또 “얄팍하고 미성숙한 기독교에선 ‘당신이 기도하고 신앙생활을 잘하면 하나님이 고난을 허락하시지 않는다’고 가르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콘퍼런스 주제강연에선 “물질주의와 자신의 자유만을 강조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정신이 한국교회와 도시복음화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그의 이 같은 충고를 한국교회들이 과연 귀담아들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많은 수의 기성 교단, 그리고 보수성향의 교회들이 그의 충고와는 너무도 멀게 질주하듯 달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개신교회도 개인주의, 성장주의가 대세인 시점에 무슨 뚱딴지같은 ‘분립교회’ 소리냐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켈러 목사는 CTC 관계자들에게 이렇게 제안할지도 모른다. “어리석은 줄도 모르고 물질적 바벨탑만 쌓아가고 있는 한국교회를 위해 다 같이 통성기도(=크게 목소리 내어 하는 기도)라도 하자”고 말이다.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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