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특색 그대로 보존… 치유의 숲에서 心身힐링
자연특색 그대로 보존… 치유의 숲에서 心身힐링
  • 강은정 기자
  • 승인 2018.03.08 2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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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 철마면 웅천리 미동마을 뒷산
수십년 넘은 소나무·편백·대나무 등 장관
남평 문씨 일파 9대 걸쳐 400여년간 관리
문중종택 고택 ‘관미헌’도 옛정겨움 더해
▲ 산 중턱에 자리잡은 대숲은 아홉산 숲의 하이라이트다.

영화에서 나오는 장소들 중에는 너무 아름다워 가고싶은 곳이 생기기 마련이다. 생각지 못한 아름다운 대나무 사이로 깊이 들어가 그곳에서 펼쳐지는 한폭의 그림같은 장면을 마주할때면 가슴이 뛴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 부산 기장 철마면 아홉산 숲을 찾았다.

아홉산 숲은 부산 기장군 철마면 웅천리 미동마을 뒷산에 자리잡고 있다.

수십년 이상 된 소나무와 참나무들이 곳곳에 서 있고, 삼나무, 편백나무, 대나무가 어우러진 보기드문 숲이다.

이 숲의 역사는 흥미롭다. 남평 문씨 일파인 미동 문씨 집안에서 9대에 걸쳐 400여년간 관리해 온 숲이다.

그동안 임진왜란, 일제강점기, 해방과 전쟁을 거치고 21세기에 들어서도 숲을 개방하지 않은 문씨 집안의 고집이 자연 생태를 그대로 살린 숲을 지켜냈다.

400여년의 역사가 깃든, 집안 대대로 숲을 정원처럼 잘 가꿔온 이들의 노력을 최근에서야 볼 수 있게 됐다.

 

▲ 아홉산 숲에서 200~300년 이상 자라난 금강송 군락지.

오랜세월 자라온 탓에 이 숲에는 수많은 생명들이 살고 있다.

산토끼, 고라니, 꿩, 멧비둘기들이 숲과 대밭에 둥지를 틀었다. 족제비, 오소리, 반딧불이는 물론 이끼와 버섯들도 자생하고 있다.

아홉산 숲은 해발 360m 아래 약 50만㎡에 걸쳐 자라는 나무들과 마주할 수 있다.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소나무들이 우거져 있다. 200~300년생 소나무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이 소나무들은 금강송으로 부산 기장군에서 지정한 보호수들이다. 금강송이 온전한 모습을 지키고 있는데에는 숨은 노력이 있었다.

일제강점기 태평양전쟁을 치르느라 수탈이 극에 달하던 시기에 종택이 놋그릇을 숨기는 척 짐짓 들켜 빼앗기는 대신 지켜낸 나무들이다.

이런 탓에 송진채취를 당한 상흔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아홉산 숲 탐방로 중 전국 최고임을 자랑하는 대숲이 나타난다. 평지대밭과 맹종죽 숲, 그리고 굿터 등이 자리한 이곳은 아홉산 숲의 하이라이트다.

이 대밭은 100여년 전 중국에서 맹종죽을 들여와 심은 곳으로 알려졌다.산 중턱에 자리잡은 대나무들은 신비하게 느껴진다.

대나무 사이로 들어가 직접 만져보기도 하고, 높이, 곧게 뻗은 대나무들을 보며 거대함에 놀라기도 한다.

인생샷을 건질만한 곳은 맹종죽 숲 사이에 놓여진 긴 의자다. 하늘을 찌리는 대숲 사이에 다정히 앉은 모습이 SNS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대숲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과 댓잎들이 바람에 날려 바스락 거리는 소리는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 준다.
 

▲ 영화 협녀-칼의 기억 촬영장소 아홉산 숲.

이 숲에서 영화 ‘군도’, ‘협녀, 칼의 기억’, ‘대호’ 등을 찍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어진 길을 따라 편백나무, 참나무 숲을 지난다. 바람이 불때마다 편백나무 냄새가 코끝에 스쳤다. 온몸에 스며드는 자연의 향기는 내 몸을 정화시켜주는 느낌이다.

이후 또 다시 만난 대나무 숲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시민들은 곳곳에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고, 한낮에 방문했는데도 마치 새벽같은 고요한 느낌이 들었다.

탐방로 끝에 자리잡은 고택인 ‘관미헌’은 문중 종택이다. 60여년 전 아홉산 숲 나무로 지은 한옥이다. 이곳에 가기 전 거북이 등 껍데기 모양이 두드러진 구갑죽을 볼 수 있다. 구갑죽은 한때 이곳에서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유명세를 탄 바 있다.

이렇게 가까이에, 아늑하고 수많은 나무들이 잘 가꿔진 숲이 있다는 점에 놀랍다는 생각 뿐이다. 울산에서 30여분 정도면 도착하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기장 아홉산 숲은 머물고 싶은 공간이다.

글·사진=강은정 기자

▶방문 tip 아홉산 숲은 기장군 철마면 미동길 37-1에 위치해 있다. 개방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월요일은 문을 닫는다. 입장료는 5천원이다.

▲ 문씨 종택인 ‘관미헌 ’은 한옥의 미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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