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율 낮추기
재해율 낮추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11.27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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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1만명당 1.92

OECD선진국중 최하위

안전문화 정착에 노력

10년 전, IMF사태가 닥치기 바로 전 쯤, 공단에 입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시엔 엄청 어렵게 느껴지던 차장님이 나에게 던진 질문이 있다. “우리 직원들이 열심히 일한 후 받는 성적표는 뭐지?”

신입사원이던 나로서는 당시 너무 난해하고 철학적인 질문인지라 좀 생각하다 이렇게 대답해 버렸다. “글쎄요. 월급봉툰가요?”

시간이 지나고 안전업무, 보건업무, 검사업무 등 직접 해본 업무도 있고 해 보지 못한 업무도 있지만 이 모든 산재예방 사업들은 한가지 목표를 가지고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바로 “산재율 감소”인 것이다. 사업실적이나 목표초과 같이 바로 나타나지 않는 산재율이 우리의 성적표라는 사실에 반감을 가져본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우리가 흘린 땀방울 하나 하나가 쌓여서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소중한 근로자의 건강과 생명을 구한다는 자긍심으로 일하고 있다.

그럼 우리들의 성적표라는 재해율은 과연 무엇이고 어떤 수준인가? 재해율이 1%란 말은 100명의 근로자가 일해 1명이 재해를 당한다는 말이다. 작년 울산지역 재해율 0.93은 100명중 0.93명이 산업재해를 당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산업재해의 발생빈도와 재해강도를 나타내는 비율로 도수율, 강도율, 연천인율 등이 있으나 재해율은 이를 총칭하는 의미로 쓰인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관련 기관들의 재해예방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60~70년대 4~5%대 까지 치솟았던 재해율을 지난 95년에는 재해율 0.99%로 드디어 1% 아래로 낮추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하필 내가 입사한 97년 이후로 최근 10년간 재해율은 크게 개선되지는 않고 최근에는 0.7% 대에서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사망만인율(근로자 10,000명당 발생하는 사망자 수)은 1.92로 아직까지 OECD 선진국과 비교할 때 3∼4배 높은 수준이지만 매년 줄고 있는 추세다.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직접손실액, 간접손실액 포함)은 지난해 16조2천억원으로 국민총소득(GNI)의 1.6%를 차지하고 있다.

그럼 왜 재해율은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참으로 어려운 숙제이고 과제이지만 정부는 물론이거니와 우리 공단을 비롯해 산재예방 기관·단체가 산재를 줄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업무상 발생하는 사고자 수보다 업무상 발생하는 질병자 수가 늘고 있다는 점이 최근 재해율 정체의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구체적으로 업무상 질병자 수의 경우도 진폐, 난청, 화학물질중독 등은 감소하고 있는 반면 뇌·심혈관계질환, 근골격계질환 등의 질환은 증가하고 있다. 또 재해 발생유형 중 3대 다발재해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3대 재해란? 전도, 협착, 추락재해를 의미하는 것이며. 그렇다면 여기서, 이 3대 다발재해 감소를 목표로 삼아 이를 성공한다면 재해율 또한 크게 낮출 수 있지 않을까? 향후 정부에서도 3대 다발재해 감소, 업무상 질병의 지속적 저감, 안전문화 선진화추진, 중대산업사고 예방시스템 정착 등을 핵심과제로 추진하여 재해율을 2012년까지 0.5%대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할 것임을 밝혔다.

혹자는 우리나라의 재해율 정체, 대형재해 발생에 대해 안전불감증, 빨리빨리 문화를 원인으로 삼기도 한다. 물론 아주 틀린 이야기라 할 수 없겠고 재해율의 일부를 이들이 잠식하고 있겠지만 10년 남짓 수많은 사업장에 드나들며 느낀 점은 이제 우리의 안전에 대한 의식도 참 많이 바뀐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 우리 모두 같이 자신과 주위의 불안전한 요소를 찾아 제거하고 위의 과제를 정착 시켜 한 단계 올라설 수만 있다면 재해율 0.5%를 넘어 무재해 선진국 대한민국을 건설 할 수 있음을 확신한다.

건설검사팀 이정진 대리

한국산업안전공단 울산지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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