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학가에도 ‘미투’… 용기에 박수를
지역 대학가에도 ‘미투’… 용기에 박수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3.04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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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eToo) 운동’의 불티가 울산지역 대학가에서도 서서히 번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4일 페이스북 익명 페이지의 울산지역 한 대학 게시판에 “동아리 단체 채팅방에서 일어난 성희롱 사건을 대자보를 통해 고발하겠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익명의 게시자는 “미투 운동에 힘입어 동아리 두 곳의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의 ‘성희롱 캡처본’을 이달 7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대자보로 붙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아리 이름은 물론 채팅방 접속자들의 실명도 공개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자 이 사실을 전해들은 일부 학생들은 ‘마침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들린다.

이는 대학가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조용하게 묻어만 두지 않고 공론화함으로써 바람직하지 못한 풍조에 쐐기를 박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이는 이른바 ‘단톡방’을 이용한 대학생들의 집단 성희롱이 소문이 아니라 사실임을 말해주는 것이어서 씁쓸하기 짝이 없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익명의 게시자가 대자보 게시 날짜까지 미리 알린 일이다. 그는 폭로 동기에 대해 “가해 당사자의 반성과 자정노력을 원하기 때문”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용기 있고 명분이 서는 젊은이다운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유념할 일이 있다. 일부 몹쓸 동아리 회원들의 집단 성희롱 수법과 실명을 공개하더라도, 만의 하나,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극히 조심해 달라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실수로든 다른 의도에 의해서든, 실명이 공개된 젊은이들의 앞날을 심하게 그르칠 수도 있어 하는 얘기다. 또 한 가지 조언하고 싶은 것은, 대학 내에서도 일어날 개연성이 높은 ‘갑을 관계’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행위는 차제에 가차 없이 폭로하라는 것이다. 그래야만 대학가에서만이라도 윤리도덕의 씨앗이 싹을 틔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4일 ‘미투 운동’에 대해 언급했다. 대통령은 제34회 한국여성대회에 보낸 축사를 통해 “최근 우리 사회는 미투 운동과 함께 중요한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다”며 성폭력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행동에 호응하는 분명한 변화를 만들어내겠다고 다짐했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울산지역 대학가의 치부를 용기 있게 드러내려는 젊은이들의 변화된 노력에 경의를 표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대학생들의 그러한 노력이 상아탑 안에서만 반짝하지 않고 울타리 밖의 지역사회도 같이 변화시키는, 정의롭고 활화산 같은 실천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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