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은 성장통이 아니라 범죄입니다
학교폭력은 성장통이 아니라 범죄입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3.04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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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향기가 느껴지는 3월은 새 학기의 시작이다. 학생들은 새 친구, 새 선생님을 만날 생각에 설레지만 부모들은 내 자식이 학교폭력에 노출될까봐 노심초사한다. 학교폭력에는 신체적·정신적·재산상 피해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 유형은 언어폭력, 집단따돌림, 신체폭행, 사이버 괴롭힘, 스토킹, 금품갈취, 강제추행, 강제심부름 등 실로 다양하다.

지난해 9월 부산의 여중생 무차별 집단폭행 사건은 학교폭력이 집단적이고 잔혹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잘 말해준다. 그러나 가해자들은 학생이라는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거나 특별교육기관에서 상담치료를 받는 게 고작이다. 그러나 정작 사회적 도움이 절실한 피해자는 늘 뒷전이다. 사회가 너무 관대한 탓에 학교폭력이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피해학생의 부모들은 “사회가 힘들어하는 내 자식에게도 관심을 가져 달라”고 호소한다. 가해자 처벌뿐만 아니라 피해자 지원에도 신경 써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교육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피해자전담지원기관 수는 상담센터 14곳, 병원기관 9곳 등 28곳이다. 그러나 2주 이상 장기간 머물 수 있는 시설은 대전 대안교육학교 ‘해맑음센터’ 한 곳뿐이다. 그만큼 피해자 지원에 소홀한 것이다.

학교폭력의 해결방법은 나라마다 다르다. 미국은 죄질이 나쁘면 청소년도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히 다스린다. 학교폭력 피해자가 자살하자 가해학생 어머니를 비행 방조죄로 체포하거나, 집단따돌림에 앞장선 학생의 부모에게 벌금을 물리는 식이다. 가정에서 학교폭력 예방 노력을 게을리 하면 부모까지 처벌하는 것이다. 또 핀란드에서는 ‘왕따에 맞서는 학교’라는 뜻의 ‘키바 코울루’라는 교육 프로젝트를 개발해 학생들에게 1년에 20시간씩 왕따 역할극을 맡긴다. 학생들끼리 왕따 근절 방법에 대해 서로 고민하고 토론하게 하는 것으로, 학교와 사회가 공동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청에서도 처벌 위주의 대응에서 벗어나 회복 중심의 ‘어울림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어울리는 가운데 공감하는 능력을 배우고 원만한 친구관계를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고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같이 참여해 자녀들과 좀 더 소통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올해부터는 ‘학교폭력실태조사’ 방식을 현실에 맞게 수정·보완하기로 했다.

우리 경찰에서도 학교폭력 집중관리 기간을 정해 학교폭력 예방과 사후관리에 힘쓰고 있다. 위기청소년 관리에 주력하고, 폭력행위 수사는 스쿨폴리스와 여청수사팀이 나누어 한다. 또 상습·보복폭행 사항은 엄정·신속히 수사하고, 피해자 신변을 적극 보호하며, 대안학교엔 스쿨폴리스를 배치한다. 모두 ‘내 자식이 피해자라’는 생각으로 폭력 없는 학교 만들기에 동참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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