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대칭(微人對稱)’의 중요성
‘미인대칭(微人對稱)’의 중요성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3.0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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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대에서 교편을 잡은 지 어느덧 10년이 되었다. ‘교직에 몸을 담다’는 표현은 직업의 구분에 대한 느낌인 반면, ‘교편을 잡는다’는 표현은 업(業)의 본질에 충실한 표현으로 가슴에 와 닿는다. 가르칠 ‘교(敎)’의 부수에 해당하는 등글월문에는 ‘때리다’의 의미가 담겨있어 가르치는 것이란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준다’는 서당 훈장님의 의무감을 느끼게 한다. 서울에서의 학업과 대전에서의 연구경험뿐이던 필자에게 울산대에서의 생활은 색다른 시각을 가지게 해 주었다.

2008년 전국 최초로 실시한 ‘장기 인턴십 프로그램’은 우리 대학의 학부 3~4학년 학생들에게 지역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및 공공기관에서의 6개월간의 전공과 현장실무의 융합체험을 제공하기 위해 실시되었다. 대학교수와 해당 기관의 임직원이 지도교수와 현장 지도강사로 한 팀을 이루어, 인턴십 학생들에게 현장 적응 능력을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수많은 논의와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때 만난 분들은 교직 경험이 일천한 필자에게 큰 귀감이 되어 하늘이 내려준 기회이자 인연이라 생각하고 있다. 당시 SK에너지에 파견된 우리 학생들을 지도한 분들은 김한실 교수(역량개발지원처장), 허영도 교수(前 경영대학장), 이영근 교수(前 SK기술원장), 그리고 박종훈 교수(NCN 명예회장)였다. 다들 대단한 분이었으며 특히 박 교수님과의 만남은 필자에게는 매우 특별한 인연으로 이어졌다. 학위 과정과 박사후연구원 시절, 그리고 대전 LG화학기술연구원에서의 연구개발 과정에서 겪은 여러 고민들, “어떻게 나의 연구 분야와 성과를 경영진에게 잘 전달하여 지원을 어떻게 얻어낼 것인가?”, “굳이 업무적이진 않더라도 인간적인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 “학생들에게 어떻게 효과적으로 나의 생각을 전달할 것인가?” 등의 고민에 대해 해결안을 제시해준 고마운 분이다.

미인박명(美人薄命)은 ‘미인은 수명이 짧다’ 정도로 이해되는 단어다. 국어사전에서는 ‘미인은 불행하거나 병약하여 요절하는 일이 많음’이라고 되어 있으니 아름다운 여인에 국한된 단어가 아닐까 얼핏 생각된다. 하지만, 팔방미인(八方美人)이란 단어가 재주 많은 사람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으므로, 미인박명을 ‘외모나 재주가 남이 부러워할 정도로 아름다운 사람은 운명이 기구하다’는 뜻으로 보는 것이 제대로 된 해석일 것 같다. 난데없이 미인박명을 꺼낸 연유는 그분이 필자에게 해준 말씀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분은 특별히 ‘미인대칭(微人對稱)’을 강조했다. 당신이 반평생을 다닌 SK에서 경험하고 느낀 인생사의 중요한 실천 덕목으로서의 미인대칭, 그 깊은 뜻을 한번 헤아려보자. 미인대칭은 이목구비가 좌우대칭인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한자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하다. 미소(微笑), 인사(人事), 대화(對話), 칭찬(稱讚) 네 단어의 첫 글자를 모아서 만든 것으로, 사회생활에서 ‘미소짓기’, ‘인사하기’, ‘대화하기’, ‘칭찬하기’는 주변 사람들과의 트러블 없이 원하는 바를 이루어나가는 덕목이란 요지였다.

특히, ‘칭찬하기’는 울산대로 옮길 즈음 읽었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의 저자가 쓴 ‘겅호(共和)’에서 나오는 ‘기러기의 선물: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한다’와도 일맥상통한다. 돌담길 모임에서 그분을 만나면서 10년 전 말씀이 다시금 떠올랐다. 한때 학생들에게 보너스 문제 형태로 시험에도 출제했지만, “평소 실생활에서 얼마나 실천했나?” 자문해 보았다. 학생들에게 미인대칭의 중요성을 말로만 가르치고, 실천에서는 미진한 것은 아니었는지 낯이 뜨거워진다. 금년 3월부터 새롭게 시작한 융합지구 캠퍼스에서 특히 우리 학생들에게 미인대칭을 실천해보리라 다짐한다. ‘미소짓기, 인사하기, 대화하기, 칭찬하기, 그리고 겅호(共和)’….

공영민 울산대 첨단소재공학부 교수, 공과대학 기획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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