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를 지나는 이들 모두가 분주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것이 지난 세월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다가올 내일을 빨리 맞이하려는 듯 하다.
그런 흐름속에서 나 자신에 대한 존재가치를 찾아내려는 모습들도 간헐적으로 비춰진다.
올해는 여느 해 보다 이야기 거리가 풍성하겠지만 먹고사는 문제로 집약될 것이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세계 금융위기와 경기불황이 화두가 될 것이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로 잠 못 드는 백야의 연속일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시대상황은 날씨만큼이나 추운 곳에서 그늘진 삶을 살고 있을 이웃들에게는 더욱 고달프고 견디기 힘든 고통의 시간이 될 것이다.
결실의 계절을 지나 나눔의 계절로 접어 들었지만 올해의 모습에서는 따뜻함을 맞이하기가 다소 어렵게 느껴진다.
“내 앞가림도 하기 힘든데 어떻게 남들에게까지 신경을 쓸 수 있겠느냐?”고 되려 반문할 정도로 한탄과 자조가 섞인 씁쓸한 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곤 한다.
그 때문인지 내 코가 석자인데 이웃을 돌보고 가슴 따뜻한 시간을 만들며 함께 즐긴다는 것 자체가 낭비라는 생각을 갖는 것이 뻔한 일이다.
그러나 나눔의 계절을 경제적인 문제, 즉 돈으로만 해결하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이 든다.
돈 보다 더 값진 문화이벤트를 통해 이웃들이 행복과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음악회나 전시공간, 쇼핑몰이나 공공기관이 나눔문화를 실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기부 커뮤니티 ‘해피빈’에서는 올해 110만명이 해피콩(콩 1개에 100원) 및 물품 기부에 참여했다.
싸이월드와 블로그를 활용해 재능있는 사람을 찾고 그들이 함께 모여 복지시설을 찾아다니며 공연이벤트를 열기도 한다. 돈을 기부하면 기부한 만큼 금액이 줄어들지만 지식을 기부하는 순간 그 지식은 온전하게 자신의 것이 되는 것이다.
어려운 시기에 재능이라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하자는 그들의 마음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 게다가 창작활동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고 재능을 키우며 이웃들과 더불어 함께 살겠다는 것은 문화가 갖고 있는 새로운 삶의 에너지가 될 것이다.
빌게이츠는 게이츠재단을 만들어 재산 전액을 사회에 환원하고,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회장은 자기 재산의 85%인 37조원을 기부했다.
비단 외국에서의 일만이 아니고 우리 지역에서도 얼마전에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77세의 경영주는 자신의 희수연을 준비하기 위해 자식들이 마련한 1천만원을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써 달라며 쾌척함으로써 나눔의 계절을 누구보다 뜻깊게 보내고 있다고 느껴진다.
이처럼 사업가는 자신의 재산을 기부함으로써 나눔문화를 실천하고, 일반 시민들은 재능과 문화예술의 가치를 함께함으로써 기쁨을 공유하면 좋겠다.
윤경태 편집국 정경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