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교사와 타산지석
반면교사와 타산지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2.21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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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뜻의 사자성어로 많이들 알고 있는 ‘반면교사(反面敎師)’와 ‘타산지석(他山之石)’ 간에는 사실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둘 다 큰 틀에서 ‘남의 일을 나의 일처럼 삼는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반면교사(反面敎師)는 남의 잘못된 일과 관련해 “난 저러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는 정도에 그치지만, 타산지석(他山之石)은 다른 이의 작은 행동이나 결과라도 나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까 실천으로 옮긴다는 점에서 타산지석은 반면교사보다 좀 더 확실하다.

얼마 전 한국 GM군산 공장 폐쇄 결정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하지만 이번 일이 결코 남의 일 같지 않은 곳이 바로 울산이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이 있기 때문. 비단 자동차 공장이 있다는 사실만 같은 건 아니다. 지금 현대차 노조도 한국GM 노조처럼 강성이다. 어디 그 뿐인가. 불황 속에서도 임금 인상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점도 닮았다.

한국 GM노조를 한번 돌이켜보자. 한국 GM의 경영실적은 지난해 2014년 1천486억원 손실, 2015년엔 5천944억원 손실, 2016년에는 5천312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공장 폐쇄가 결정된 불과 1년 전으로 돌아가면 당시 노조는 임금과 성과금 인상을 요구하며 전방위 파업으로 회사를 압박했다.

결국 한국GM 노사는 기본급 5만원 인상에 격려금 600만원, 성과급 450만원 지급에 합의했다. 망해가는 회사에서 매년 성과금으로 1천만 원 이상 챙겼다는 건 누가 봐도 이해불가다. 같은 시기 경영 환경은 현대차가 한국 GM보다는 좀 더 나을 수 있겠지만 그간 현대차 노조가 임금협상 과정에서 보여 준 태도는 별반 차이가 없다. 지속적인 점유율 하락 속에서도 노조는 줄기차게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강도 높은 파업을 벌여왔다.

다시 말해 회사가 힘든데도 마치 남의 회사 일처럼 여겨왔다. 노조가 당차게 그럴 수 있었던 건 딱 하나다. GM군산공장과 달리 회사가 아직 살아있기 때문. 하지만 현대차 울산공장에도 만약 GM군산공장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지금처럼 어려운 회사 사정을 남의 회사일로 보지는 못 할 것이다.

그래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번 GM군산 공장 폐쇄 결정에 현대차 노조도 적잖게 찔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도 안 찔린다고? 그럼 진짜 심각한 상황이다. 반드시 찔려야 한다. 짜더러 독립운동을 하는 것도 아닌데 생존을 이기는 가치 따윈 없다. 에이. 설마. 그래도 미우나 고우나 자기들 회사인데 이번 GM군산공장 폐쇄결정을 지켜보며 조합원들 모두 “우린 저러지 말아야지”라면서 반면교사 정도는 하고 있겠지.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런 꼴 안 당하려면. 그러니 내친 김에 타산지석까지 가자. 실천으로 옮겨보자.

이상길 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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