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표준어에 대한 정의(定義)를 두고 ‘탯말 두레’란 단체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고 한다. 표준어 규정에 무슨 문제가 있어 이들이 헌법소원을 낸 것일까. 현 표준어는 1933년 조선어학회가 ‘현재 중류사회에서 쓰는 서울 말’로 정했다가 1988년 문교부 고시(告示)로 ‘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쓰는 현재 서울 말’로 변경됐다. 이들이 이의를 제기한 부분은 ‘교양있는’과 ‘서울 말’ 이다. 그들의 주장대로 라면 ‘서울 말을 쓰지 않으면 교양이 없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치, 경제,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가 수도권에 집중되다 보니 ‘서울 말’을 사용하는 그 자체가 돋보이는 것으로 착각되던 시절도 있었다. 말끝에 “-어, -니”를 부치면 무조건 표준어로 들릴 것이라고 생각한 경상도 사람이 “서울갔다 ‘시방’ -방금의 사투리-왔어”라고 했다든지 “얘, 돌삥이-돌멩이의 사투리- 위에 왜 앉니?”라고 했단 우스개 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표준어가 잘못 강요되면 ‘언어의 사멸(死滅)을 가져온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다시말해 각 지방이 지니고 있는 특유의 맛과 ‘순 우리말’의 어원이 없어 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울산지방에선 서술형 어미 ‘-이다’대신 ‘-더’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앎더, 모름더’ 가 그 한 예다.
좀 더 위로 올라가 경주지방에 가면 의문형 어미로 ‘는교’를 사용한다. ‘했습니까’ 대신 ‘했는교’를 쓰는 사람들이 많다. 대구지방의 서술문 의문문 말미는 ‘예’로 끝난다. ‘했습니까’대신 ‘했어예’라고 표현한다. 그 위 지방인 상주, 의성으로 가면 ‘-여, -껴’를 서술형과 의문형에 쓴다. ‘모른다’대신 ‘몰라여’라고 하고 ‘압니까’를 ‘아니껴’라고 한다. 반면에 서부 경남인 마산·창원으로 가면 물음문에 ‘-요, -소’를 사용해 외지인들에게 항의, 시비하는 듯한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했습니까’라고 하지 않고 ‘했소’라 한다든지 ‘모릅니다’ 대신 ‘모르요’라고 하는 경우가 그 예다. 그러나 이런 토속어에 너무 치중하다 보면 생기는 문제도 적진 않을게다. 모 국어교육과 교수는 “모든 지역 방언을 다루려다 국민소통은 커녕 방언 간 소통 단절로 이어져 국가 분열사태를 낳을 수 있다”고 했다. 표준어에 대한 새로운 개념 정립이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은 분명하지만 각론이 문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