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아동 발견은 우리 모두의 책임
학대아동 발견은 우리 모두의 책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2.19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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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새로 시작한 TV 드라마 ‘마더’는 아동학대를 주된 내용으로 다루고 있다. 드라마에 출연하는 주인공 여자아이는 젊은 엄마, 그리고 엄마의 남자친구와 한 집에서 지내지만 보살핌을 받지 못한 듯한 겉모습 탓에 친구들한테서 따돌림을 당한다. 그러나 그런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남자친구와 긴 시간 함께 있기만을 바라는 엄마는 아이를 늦은 시간까지 밖에 나가있게 하거나, 심지어는 여행용 가방에 들어가 숨어있으라고 다그친다.

이 드라마 속의 엄마는 ‘방임’에 해당하는 학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엄마의 남자친구가 잔인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사실이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든다. 이 남자는 아이의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고 폭행을 일삼으며 키우고 있던 애완동물을 잔인하게 버리기도 한다. 정서적 학대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이 남자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시청자들은 분노와 슬픔을 동시에 느낀다.

필자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은 학대가 의심되는 아이에게 어른들이 그다지 심각성을 느끼지 않고 대응하는 모습이다. 적극적으로 도와주려는 어른이 있어도 여전히 싸늘하고 무관심한 주변의 분위기가 우리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 같아 안쓰럽다.

드라마 내용에서처럼 실제로 학대받는 아이가 주변의 관심 덕분에 발견이 되고 도움을 받게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대피해아동 발견율은 아동인구 1천명당 1.32명에 불과하다. ‘굿네이버스’에서 9천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학대피해 경험에 대한 설문에 대해 응답자의 27.4%가 신체학대, 방임 등 16개 학대지표 중 한 가지 이상을 월 1회 이상 지속적으로 겪었다고 대답했다. 이 결과를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학대피해아동 발견율과 동일한 1천명 기준으로 환산하면 275명이나 된다. 즉 학대피해아동 1천명 중 1명만 보호를 받을 뿐 나머지 275명은 발견조차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의 79.8%가 가정에서 이루어지고 12.2%가 아동복지시설 종사자나 보육 교직원 등 대리양육자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다. 아동학대의 대부분이 가정에서 일어나다 보니 발견하기가 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학대에는 신체적 학대뿐만 아니라 정서적·성적학대·방임 등 다양한 종류의 학대가 있다. 물리적 폭력에 의한 상처가 아닌 다른 종류의 학대는 뚜렷이 학대로 단정 짓기가 어려워 주변 사람들에게 발견되기까지에는 시간이 비교적 오래 걸린다. 주위의 깊은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이다.

드라마에서 선생님이 학대당한 여자아이에게 엄마가 좋은지 물어본다. 그때 아이는 “당연히 좋죠. 다행이에요?”라고 되물어보는데 이 장면은 아주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드라마에서처럼 학대받은 아이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의 부모를 감싸려는 경향이 있다. 부모에게 버림을 받거나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고, 가족이란 게 세상에서 유일하게 의지하는 대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학대피해아동을 발견하기 위해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단순히 아이를 보고 부모에 대해 질문 몇 마디를 던지는 게 아니다. 두려움과 불안함 속에 갇혀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아이의 눈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지켜봐 주는 것이 바로 참된 관심이다.

이송미 남부경찰서 경무계 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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