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틔워야할 건전한 신학기 대학문화
싹틔워야할 건전한 신학기 대학문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2.18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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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의 개강이 한 달도 채 안 남은 지금은 18학번 예비신입생들이 신학기의 즐거운 대학생활을 기대하면서 한창 마음이 설렐 시기이다.

얼마 안 있으면 대학가의 안내교육인 OT(=Orientation, 오리엔테이션)와 수련모임인 MT(=Membership Training, 멤버십트레이닝) 등 다채로운 행사가 신입생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또한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성적과 씨름하며 편히 쉬지 못했던 지난날들에 대한 보상의 기회가 주어질 뿐 아니라 연애나 아르바이트, 외박과 같이 훨씬 더 자유로운 생활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신학기가 희망차고 밝지만은 않아서 걱정이다. 안타깝게도 해마다 신학기에 대학 내에서는 인권침해나 가혹행위가 자주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학교당국과 선·후배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절실하다.

매년 신학기가 되면 뉴스에서는 ‘신입생 OT 음주 사망’이니 ‘선배들 괴롭힘으로 신입생 자살 사망’이니 하는 안타까운 기사들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신입생과 1~2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일부 선배들이 갑질 횡포를 부리기 때문이다. 이른바 ‘갑질 횡포’에는 △선·후배간 위계질서 확립을 빙자한 폭행·상해·강요·협박 △사회규범상 용납할 수 없을 정도의 음주 강요와 오물 먹이기 △동아리 가입 강요 및 각종 회비 납부를 빙자한 갈취 △강간, 강제추행,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 등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 행위가 포함된다.

경찰에서는 이와 같은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교육당국과 손잡고 전담수사체계를 갖춘 가운데 2월 8일부터 3월 31일까지 집중신고기간을 운영할 방침이다. 또한 전국 대학 소재지를 관할하는 경찰서에 ‘대학 내 불법행위 수사팀’을 지정·운영하는 한편 대학별로 설치된 학생 인권센터·상담소·단체활동 지도교수와 경찰서 간에 핫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비상시에 즉시 직접 전화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선제적 대비책이다. 경찰은 학습공간인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해 형사입건에 대해서는 신중히 판단할 방침이다. 그러나 명백히 형사처분 대상이 되는 사건은 고질적 악습 여부와 가해자의 범죄경력 등을 따져 엄정히 처리하고, 가벼운 사안이라도 즉결심판과 훈방 등을 적절히 활용해 재발 방지에 힘쓸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대학의 자정 노력이다. 대학 당국이 자체적으로 지속적인 지도와 감독을 하고 학생들 또한 스스로 문제의식을 가지고 해결을 위해 헤쳐 나가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대학 내에서 ‘관행’이라는 이유로 해마다 되풀이되는 악습은 이제 뿌리 뽑아야 할 때이다. 대학 당국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자율적인 공론화 과정을 거쳐 가이드라인을 만들거나 지나친 행위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최근 성폭력 피해자들이 SNS를 통해 자신의 피해 경험을 잇달아 고발하는 미투(#MeToo) 운동과 마찬가지로 피해를 입거나 피해를 목격한 학생들의 적극적인 신고가 이루어지도록 대학 스스로 분위기를 조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

비록 1~2년 차이밖에 안 나더라도 선배와 후배 사이가 ‘갑을 관계’로 느껴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서로를 인격적으로 대해주는 건전한 대학문화의 씨앗이 신학기를 맞아 왕성하게 발아했으면 한다.

지철환 동부경찰서 서부파출소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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