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에게 올리는 우리 술은 어디서 왔을까? 下
조상에게 올리는 우리 술은 어디서 왔을까? 下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2.13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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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술은 대부분 쌀을 사용한 술로, 고두밥과 누룩으로 발효시킨 술덧(=누룩을 섞어 버무린 지에밥)의 처리 과정에 따라 막걸리, 약주, 증류주로 구분된다.

찹쌀이나 멥쌀을 물에 불려 시루에 찐 밥(지에밥)에 누룩을 첨가해 발효시킨 밑술이 막걸리가 된다. 이렇게 발효가 끝난 술덧을 체에 붓고 손바닥으로 으깨면서 거칠게 걸러낸 술은 탁주(濁酒)라고 부른다. 흔히 ‘약주’라고 불리는 술은 발효가 끝난 술덧에 대나무로 만든 용수를 박아 맑게 걸러낸 술로 청주(淸酒)라고도 한다. 소주(燒酒)라고 하는 증류주는 발효가 끝난 술덧을 소줏고리에 넣고 증류한 술로 화주(火酒)라고도 한다. 빚는 방법에 따라 우리 술은 밑술을 바탕으로 덧술 과정을 몇 번 거치느냐에 따라 단양주, 이양주, 삼양주로 나누기도 한다.

농경사회인 우리나라는 계절의 변화를 중심으로 조상의 은혜에 감사하며 절기마다 술을 빚어 풍요로움을 기원했다.

최근 우리 술에 대한 관심과 소비가 늘고 있다. 특히 막걸리를 선두로 우리 술의 새로운 전성기가 도래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2009년 히트 상품 1위에 막걸리가 선정된 것을 계기로 국내 소비량과 수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

막걸리 열풍은 일본에서 시작되어 우리나라로 옮겨온 역(逆)한류 현상 중 하나이다. 흰색의 막걸리가 칵테일의 베이스로서 다양한 색상의 과실류와 만나 현대적으로 재탄생되어 일본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막걸리 붐이 조성되었다.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일본의 로하스(LOHAS) 열풍 속에 막걸리의 다양한 효능이 부각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과거에는 서민들의 술, 냄새나는 술로 치부되어 고급 술집에서는 외면당했던 막걸리가 일본에서 역 한류 현상에 의해 붐이 조성된 것은 약간 씁쓸하기는 하지만 이제야 진정 우리 것을 찾는 기분이다. CNN은 한국 특집 방송에서 복고 열풍으로 막걸리가 최신식 바에서 재탄생한 것을 보도하기도 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막걸리 광고를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우리 술의 저변이 그만큼 넓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APEC(’05), OECD 장관회의(’08), 세계 환경 포럼(’09), 핵 안보 정상 회의(’12) 때는 ‘강장백세주’, ‘복분자주’, ‘복순도가 막걸리’ 등이 국제회의 건배주로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울산지역 특산주인 ‘복순도가 막걸리’는 울산에서 나는 쌀을 주재료로 만든 전통술이다. 쌀 소비가 줄어 더욱 어려워진 농가에 또 다른 소비재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울산에는 우리 쌀로 빚은 ‘태화루’와 지역별 대표 막걸리가 널리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에 발도 맞출 겸 우리 농업기술센터에서는 우리 쌀을 활용한 전통 가양주를 전수하기 위한 교육을 베풀어오고 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은 죽으로 빚는 ‘호산춘’과 범벅으로 빚는 ‘삼해주’, 떡으로 빚는 ‘방문주’, ‘하양주’와 고두밥으로 빚는 ‘향온주’, ‘과하주’ 등 과거 궁중에서 임금이나 외국사신, 고관대작이 즐겼던 우리 고유의 전통주와 가양주를 소재로 10회 교육, 4기 과정으로 120명의 교육생을 배출한 바 있다.

이처럼 쌀 1㎏, 물 1리터로 술을 빚으면 술 1~1.3리터, 청주 기준 400~500㎖가 생산된다. 쌀이 밥이 되기보다 술이 되면 2배 이상 소비가 증진되고 부가가치는 최고 10~20배까지 높아진다. 이와 같이 우리 쌀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씹는 쌀’에서 ‘마시는 쌀’로 변화시키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앞으로 이에 대한 브랜드화와 관광상품화로 이어지게 해서 소비를 늘리는 것이 숙제이다.

우리가 해외여행을 갔다 올 때 귀한 선물로 양주를 선물하듯이 1천만 울산관광 시대를 대비하려면 울산 쌀을 이용한 전통주의 계획적인 개발이 절실하다. 여기에 보고, 듣고, 맛보는 전통 주도(酒道) 체험관광 프로그램까지 곁들이면 더욱 좋을 것이다. 올 설에는 쌀로 빚은 우리 술로 차례를 모셔야겠다.

윤주용 울산시농업기술센터 소장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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