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의 철수설, 남의 일 아니다
한국GM의 철수설, 남의 일 아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2.12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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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제너럴모터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GM 본사가 미래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사업장을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가운데 그 타깃으로 한국GM을 지목했기 때문이다.

최근 메리 바라 GM 회장은 “한국GM은 현재 구조로는 사업을 이어가기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생존 가능한 사업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GM이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한 유수의 글로벌 사업장에 내린 일련의 조치를 볼 때 한국GM의 완전 철수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한국GM 노사가 올해 임단협을 예년과는 달리 일찍 시작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임금협상을 해를 넘겨 타결한 한국GM 노사는 올해 임단협을 이달까지 마무리하자는데 의견을 모았고 지난 7일 협상테이블에 앉았다.

구조조정 위기에 다급해진 한국GM 노조가 GM 본사의 신차 배정·물량 확대를 이끌어내기 위해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노조 스스로 생산성을 높이고 고임금 구조를 개선하는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한국 사업장을 바라보는 GM 본사의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꿔놓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GM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2조원의 적자를 냈다. 지낸해도 8천억~1조원 가량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적자에다 갈수록 판매까지 줄어드는데 인건비와 생산비용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노조는 지금껏 고통분담이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의지 없이 임금인상과 파업에 매몰돼 왔던 것이 현실이다. GM이 그동안 노조의 고임금과 낮은 생산성을 문제삼으며 한국시장 철수 의지를 비쳐왔지만 노조의 개선 노력은 없었고 이 같은 관행은 부메랑이 돼 고용불안으로 되돌아왔다.

GM이 수익성 높은 대규모 시장에 집중하고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 신사업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는 상황에서 냉정하게 봤을 때 한국시장은 더 이상 매력적인 사업장이 아니다. GM은 2013년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했고 2015년 인도네시아·태국·러시아 공장 생산 중단, 2017년 오펠 등 유럽 자회사 매각, 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 시장 철수 결정 등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사업들을 과감하게 쳐냈다. 특히 지난해 10월에는 69년간 명맥을 이어 온 호주 생산공장을 폐쇄했다. 한 때 호주시장 점유율 50%를 자랑했지만 친노조 성향의 정부와 노조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호주 최저임금이 미국의 2배를 넘어섰다. 인건비가 치솟아 호주의 자동차 생산비용은 유럽의 2배, 아시아의 4배 수준에 달했고 판매부진까지 더해지면서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 호주의 자동차 산업은 완전히 문을 닫게 됐다. 앞서 포드와 도요타가 호주에서 철수한 이유도 매한가지다.

투쟁 성향이 짙은 고임금 강성노조와 친노조 성향의 정부 등 호주의 기업하기 힘든 환경은 우리나라 자동차 기업들에게도 별반 다르지 않다. 현대차도 한국GM이 당면한 위기를 강건너 불구경쯤으로 치부해선 안된다. 현대차 역시 강성노조와 고임금 저효율 구조는 한국GM과 다를 바 없다. 현대차는 영업이익률이 수 년째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매출액 대비 임금 비중은 꾸준히 증가해 15%를 넘어섰다. 7%대인 도요타, 9%대인 폴크스바겐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현대차의 생산성이 개선되지 않고 인건비가 이런 추세대로 계속 증가한다면 미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수준이다.

노사전문가는 “올해 한국GM의 임단협이 임금인상보다 고용안정과 미래 생존을 위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분위기”라고 했다.

현대차 노조도 올해 임금협상은 최대한 신속히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소모적 임금 투쟁보다 미래 먹거리와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길 기대한다.

박선열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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