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학 칼럼] 민족의학에는 ‘병’이 없다
[박정학 칼럼] 민족의학에는 ‘병’이 없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2.07 23: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금 우리나라 의료법은 우리 민족의학을 막고 있다. ‘의사와 한의사만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 하여, 값싸면서도 효과가 뛰어난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모아진 민족의학은 의과대학이나 한의학 대학에서 가르치지 않고, 침구사법 등 민간에 전해지는 민간요법 자격시험을 시행하지 않으니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사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장두석은 『민족생활의학』에서 “야생동물들은 자연 속에서 대체로 천명(天命)을 다하고 건강하게 한 생애를 마치지만 인간은 평생토록 크고 작은 병마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그 이유를 “야생동물들은 자연에 순응하며 욕심 없이 사는데 반하여 인간은 자연을 거스르며 탐욕과 이기 속에 묻혀 살기 때문”이라고 했다.

민족의학은 수만, 수천 년 동안 이 땅에서 건강을 지키며 살아온 우리 선조들이 경험과 지혜를 모아서 이룩한 민족 고유의 의학이다. 괴테가 “우리가 자연과 가까울수록 병은 멀어지고, 자연과 멀수록 병은 가까워진다”고 말했듯이 유난히 자연을 사랑하고 하늘을 숭상하며 살았던 우리 선조들은 의식주 생활 그 자체가 바로 건강법이었으니 우리 민족의학은 곧 ‘자연의학’이요 ‘생활의학’이었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므로 탐욕과 오만을 벗어버리고 자연의 질서에 따라 순천(順天)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인식했던 것이다. 그러니 따로 의사나 약사가 필요하지 않은 ‘건강법’이라 하는 것이 더 적절할 수도 있다.

건강하다는 것은 인체가 스스로 균형을 유지하고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적응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우리 몸은 언제나 체액이 ph 7.2∼7.4의 약알카리성을 유지하며, 체온은 36.5˚C 내외가 되도록 스스로 조절한다. 체온이 너무 높아지면 갈증을 일으켜 물을 공급하게 하거나 땀을 내어 낮추고, 체온이 떨어지면 오한(惡寒)을 통해 피부를 수축하여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는다.

만약, 어떠한 원인으로 이 균형과 조화가 깨어지면 우리의 몸은 이를 정상으로 회복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조치를 한다. 예컨대, 세균에 감염된 음식이나 독성물질이 몸 안에 들어오면 이를 빨리 몸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구토나 설사를 하고, 감기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이를 내보내기 위해 기침을 하거나 몸에 열을 낸다.

그런데, 현대의학에서는 이런 구토나 설사, 발한과 기침, 발열 등의 증상을 ‘병’으로 본다. 그래서 우리 몸에 무려 17만여 가지의 병이 있다면서 약과 메스를 가지고 찢고, 죽이고, 태워 그런 증상을 없애는 대증요법으로 소위 ‘병’을 치료한다.

그러나 민족의학에서는 그런 증상을 병이라고 보지 않고, ‘우리 몸이 잠시 균형과 질서를 잃자 이를 바로잡기 위해 자연치유력이 작용하고 있는 모습’으로 본다. 따라서 그런 증상을 중단시키지 말고, 더 북돋워주는 것이 자연적이고 근원적인 건강법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처럼, 병은 약사나 의사가 그런 증상을 중단시켜 낫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연치유력이 스스로 심신의 균형과 조화를 회복시키려는 그 증상을 도와주어 건강을 되찾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민족의학의 기본 인식이다. 예를 들어, 열 감기에 걸려 열이 날 때 현대의학에서는 해열제를 먹여 체온을 내리지만, 민족의학에서는 더운 방에서 이불을 덮어쓰고 체온을 더 높여주라고 한다.

원인 치료를 하지 않고 증상만 중단시킬 경우, 다시 그런 상황이 오면 재발할 수 있지만, ‘어울림의 원리’에 따라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여 자연치유력의 향상을 통해 근원을 치료하게 되면 재발의 가능성이 거의 없어진다. 따라서 미래의 의료 경쟁 시대를 대비하여, 적은 비용으로 생활 속에서 훌륭한 의료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침, 쑥뜸이나 사혈, 쑥찜 등 오랜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되살릴 수 있는 법적 뒷받침과 함께 전문인들의 연구로써 발전적으로 계승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박정학 사단법인 한배달 이사장·예비역 준장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