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여가활동이 주는 가치
건전한 여가활동이 주는 가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2.07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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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신문을 보다 안타까운 소식 하나를 접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가상화폐에 투자해 거액의 수익을 올렸다가 투자금을 날려버린 20대 대학생이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이었다. 경찰은 이 대학생이 가상화폐 투자 광풍의 심각한 후유증으로 우울증을 앓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 중 하나가 인간의 생명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난달 22일 문재인정부는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논의했다. 자살예방·교통안전·산업안전 관련 분야의 사망을 향후 5년간 절반 수준으로 줄인다는 내용이었다. 그 다음날 보건복지부는 현재 10만 명당 25.6명꼴인 자살자를 2022년까지 17명으로 줄인다는 내용의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을 발표했다.

이 같은 정부 발표 배경에는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이 자리잡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는 14년째 자살률 1위 국가로서, 40분마다 1명이 자살하는 셈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자살 유형은 나이와 성별, 신분과 직업군에 상관이 없고, 이는 누구나 자살 위험군에 포함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인생은 아름다워, 신바람 나는 인생’과 같은 우스갯소리가 현실이 된다면, 그처럼 비극적인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OECD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의 행복지수 순위는 중하위권에 지나지 않는다. (2017년 기준, 38개국 중 29위)

청소년들은 학업 때문에 또 원만한 교우관계에 신경 쓰다 보니 삶이 고달프고, 일자리가 없는 20대 청년층은 취업이 어려워 삶 자체가 재미가 없다. 가정을 가진 30∼40대는 높은 물가와 내 집 마련 문제로 서글프고, 장년층은 노후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삶의 무게가 무겁다. 모든 연령층의 어느 누구도 즐거운 일보다는 우울한 일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

연령별 자살률 통계를 보면 10∼ 30대와 70대 이상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다. 이 중에서 우리 청소년들의 자살원인 1순위는 성적에 대한 압박 및 진학 문제다. 우리 청소년들의 행복지수를 떨어뜨리는 가장 큰 원인이 ‘학업 스트레스’라는 얘기다. 미래사회의 주역인 청소년 시기가 인생에 있어서 너무도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어느 계층보다도 우선적으로, 청소년들의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활동에 주력해야 한다. 청소년들의 정신건강 관리와 자살예방 프로그램에 대한 각계각층의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 대안으로 필자는 ‘건전한 여가활동’을 제안하고 싶다.

다양한 연구자료에서도 나타나 있듯이 여가활동은 아동·청소년의 발달에 매우 중요하다. 또 어린이가 중년의 나이에 더 성공적으로 적응할 가능성은 어릴 때 여가활동에 능동적으로 참여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런데도 우리 울산지역 청소년들은 여가활동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쓰럽다. 이 문제를 푸는 열쇠는 여가활동의 환경과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다. 울산의 경우, 청소년문화는 상당히 개선·발전되긴 했지만 아직도 보완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가장 시급한 것은 청소년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문화의 장(場), 여가의 공간이 아닐까 한다. 울산문화예술회관, 기초자치단체별 문화예술회관과 청소년문화의집, 중구 성남동 거리공연장 등이 있긴 하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한 지역의 아동·청소년 정책지표에 따르면, 청소년들은 주말이나 휴일의 여가활동으로 남자는 ‘컴퓨터 게임과 인터넷 검색’을, 여자는 ‘TV· DVD 시청’을 가장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솔직히 청소년들의 이러한 여가 현실은, 정신건강 측면에서 부정적 요소가 더 많아 보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작년 여름 울산의 한 자원봉사센터에서는 청소년들의 심신을 안정시키는 프로그램의 하나로 ‘옥상텃밭 가꾸기’ 활동을 전개했다. 이 활동은 하루의 대부분을 실내에서 보내는 청소년들이 가까운 곳에서도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소규모 텃밭 만들기를 가르친 후 봉숭아와 야채류 모종을 심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학습 스트레스에 지친 청소년들은 식물의 이름표를 달면서 식물과의 교감을 통한 원예심리치료 효과도 얻어가며 심리적 안정을 누릴 수 있었다. 이들은 또 정성껏 가꾼 채소들을 가까운 경로당 어르신들에게 갖다 드리면서 나눔의 기쁨도 맛볼 수 있었다. 벤치마킹을 해볼 만한 훌륭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청소년인 그들도 시간이 지나면 사회 여러 분야의 주인공들이 될 것이다. 그런 만큼 그들의 성격과 가치관이 형성되는 지금 이 시기의 활동들은 매우 중요하고, 여가활동은 더더욱 그렇다. 학업 때문에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여가활동은 청소년들에게 필수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와 지역사회에서는 청소년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그들이 더욱 건전하고 발전적인 여가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에 더욱 공을 들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기환 남구재향군인회 사무국장, 예비역소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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