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탕지옥(火湯地獄)’에서 온 편지
‘화탕지옥(火湯地獄)’에서 온 편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2.07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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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과 함께’가 관객 1천400만명을 돌파하면서 역대 3위의 흥행성적을 거뒀다. 영화 속에서도 등장하는 ‘화탕지옥’은 가마솥에 똥물, 용암, 황산 등을 끓여두고 도둑이나 채무를 갚지 않고 생을 마감한 사람들을 기다리는 곳이라고 한다. 며칠 전 그 ‘화탕지옥’에서 인간도로 항의편지가 도착했다. “삼계 중 욕계에서 육도의 분업을 이룬 이래 우리는 죄의 분류 규정을 단 한 번도 어긴 적이 없었다. 인간도에 ‘화탕지옥’을 만들어 선량한 자를 제대로 분별하지 못하고, 억울한 이들이 발생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어찌 지옥도에서 할 일을 인간도에서 하고 있는가?”

제천과 밀양에서 발생한 끔찍한 건물화재로 인명피해가 너무 컸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사고현장에 대한 면밀한 원인 분석과 더불어 안전대책 수립, 법 규정 시행·준수 여부 검토 등이 진행되고 있다. 목욕탕이 있는 스포츠센터에서 불이 났으니 전국의 모든 스포츠센터를 우선적으로 점검하기 시작하여, 점차 공공건축물과 다른 모든 건축물로 확대해 나갈 것은 당연한 순서일 게다. 이렇게 점검과 후속조치가 진행되고 있으니 분명 재해가 발생할 확률은 줄겠지만, 모든 재해에 대한 완벽한 해법이란 있을 수 없다. 그래도 인적, 물적 예방비용이 많이 들수록 안전과 비례하리란 막연한 기대는 가능하다.

대한민국을 놀라게 한 지진과 이번 화재로 국민이 알게 된 용어 중 하나가 ‘필로티 공법’이다. 특히 대형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필로티가 도마에 올랐다. 서두에서 언급한 ‘화탕지옥’ 가마솥이 연상된 이유도 필로티 때문이다. 필로티 구조에 대한 문제점은 건축전문가들이 면밀히 연구하여 후속대책을 강구하고, 많은 비용이 들더라도 반드시 시행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가마솥의 다리 부분과 같은 필로티 구조는 1층 기피 현상을 해소하고, 주차공간 확보와 개방감, 지면의 습기 차단 등의 여러 장점이 있어 널리 일반화된 건축구조다. 하지만 인화성이 높은 스티로폼으로 건축물을 둘러싸고 있어 자그마한 불씨로도 삽시간에 화마에 휩싸이게 되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필자는 전기 및 소방업에 종사하므로 화재와 관련된 많은 규정을 지키는 일을 하고 있다. 또한 케이블 인입부를 실링 차단하여 방화기능이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데 이것이 일종의 방화벽과 같은 역할을 한다. 누수나 낙뢰, 정전기로 인한 재해를 방지하는 기능도 추가하여 특허를 출원했으나, 현재는 법적 규정이 없어 본 제품의 설치 결정은 구매자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그나마 보험회사에서 화재보험료를 낮춰준다는 이유 때문에 마지못해 실링 방화벽을 하는 실정이다. 우리 주변에는 위험을 최소화하는 좋은 기술과 제품이 있다 하더라도, 단지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차선책을 선택하거나 심지어 위험을 감수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만약 위험을 감지하고도 안전비용을 줄였다면 필히 안전수칙과 안전규정을 지켜야 하지만, 그것마저 무너지면 대형 안전사고는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안전사고가 일어나면 사회나 남 탓으로 돌리기 일쑤지만 그게 어디 갑자기 생긴 일인가. 사회에 널리 만연되어 있는 안전불감증을 어찌 해결하면 좋을까. “나 하나쯤이야”하는 개개인의 안전의식 결여가 쌓이고 모여 결국 안전사고 발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이번 기회에 심각하게 성찰해야 한다. “걷거나 뛰지 마세요! 손잡이를 꼭 잡으세요!” 애독자 여러분은 잘 지키고 있는가.

물론 ‘화탕지옥’에서 편지를 보내올 리가 없다. 아니 ‘화탕지옥’ 자체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안전비용과 안전규정을 도둑질하면 다름 아닌 ‘화탕지옥’이 바로 인간세계에 펼쳐진다. 실제로 ‘화탕지옥’이 불을 취급하는 곳임에도 화재가 발생한 기록이 없으며, 그 뜨거운 가마솥에서는 아무도 죽지 않았다고 하는데 말이다. 아직도 둘러보면 여기저기에 안전대책이 필요한 곳이 많다. 우리 모두가 안전 파수꾼이 되어야 한다.

홍성희 오에스테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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