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불려 대형법인과 어깨 겨룰 생각”
“몸집 불려 대형법인과 어깨 겨룰 생각”
  • 김정주 기자
  • 승인 2018.02.06 2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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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균 관세법인 대원 대표이사
세관장 재임시 틈새거래처에 관심
후배들 진급 위해 정년 앞두고 명퇴
올해 첫날 관세법인으로 신고식
“매력만점 울산의 모든것 내 스타일”
 

35년 공직 마감… 울산 1호 법인 설립

본사를 울산에 둔 관세법인은 ‘대원’이 처음이다. ‘관세법인’이라면 관세업무를 돌보는 개인·합동사무소와는 격이 다르다. 자격을 갖춘 관세사를 최소한 5명은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관세법인 대원’이 신고식을 올린 것은 올해 정월초하루(1월 1일). 사무실은 여천천이 지척인 건물(남구 도산로 131-1) 2층을 통째로 차지하고 있다.

법적 대표이사는 1년 8개월 동안(2016. 1 ∼2017. 9) ‘울산세관장’ 직함을 지녔던 김영균 관세사(57). 울산에 관세법인의 씨앗을 처음 뿌린 바로 그 주인공이다. 사진을 곁들인 필기체 명함이 인상적이다. <-수출입통관 대행, -관세 조사·심사 조력, -FTA 활용, 무역관련 상담 및 세관통관 애로 해소.> 그밖에 또 더 있다. <-재무부 등 35년 근무, -국립세무대학 1기, 국방대, 한남대 경영대학원…>

관심이 ‘국립세무대학’ 쪽으로 기울었다. 알아보니 ‘세무공무원을 양성하기 위해 경기도 수원시에 설립됐던 전문대급 국립대학’이다. 국립경찰대학과 같은 시기인 1981년 3월에 개교했다. 그러나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따라 2001년 2월, 19기를 끝으로 문을 내렸다. 그래도 졸업생은 5천을 헤아린다.

국립세무대학 1기, 전국 세관장급 30명

김영균 대표는 ‘국립세무대학 1기’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졸업동기 72명 가운데 전국 세관장급 동기만 해도 부산세관장, 부산지방국세청장, 김해세관장을 비롯해 30명은 너끈하다. “동기들 실력 말입니다. 연·고대 웬만한 학과는 합격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요. 돈 없어도 공부 실컷 하는 ‘국립’ 매력에 푹 빠졌다고나 할까.”

그는 2개 학과 중 관세과를 택했다. 당시 정원은 ‘관세과’가 80명, ‘내국세과’가 280명이었다. 졸업 후 관세과 출신들은 주로 관세청이나 세관 쪽에 몸을 담았고, 내국세과 출신들은 국세청이나 세무서 쪽에서 일자리를 챙겼다.

김 대표는 동문·후배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동울산세무서장(2기), 울산세무서장(5기)만 해도 아끼는 후배들이다. 베테랑 관세사이자 ‘대원’의 든든한 버팀목인 김재영 관세사는 3기이니 2년 후배인 셈이다. 묻진 않았지만, 울산세관장 재직 시 ‘찜’해 두었다가 법인등록 앞두고 보기 좋게 낚아챈 게 분명해 보였다.

붙임성도 둘째가라면 서럽다보니 선후배간 유대감이야 입 뻥끗 안 해도 알만한 노릇. 정년을 4년 앞두고 명퇴(명예퇴직) 카드를 꺼낸 것도 다 “후배들을 배려해서”라는 게 그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제가 그만둔다 했더니 숨통이 트였다고(=진급기회가 생겼다)고 얼마나 좋아들 하던지…”

중앙부처 축구전서 6골… ‘관세청 히딩크’

김 대표는 소탈하고, 꾸밈없고, 유머러스하고, 유쾌한 성격의 소유자란 느낌으로 다가왔다. 첫 대면인데도 그랬다. 그래서일까, 목소리도 여간 큰 게 아니다. 알고 보니 알아주는 스포츠 마니아다.

테니스도 좋아하지만 골프도 짬짬이 즐긴다. 골프라면 울산제일일보 대회 때 기록한 ‘홀인원’의 기억이 이따금씩 우쭐하게 만든다.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는 따로 있다. 축구다. 그리고 축구라면 할 말이 참 많다. 명퇴에 때맞춰 관세청 후배들이 축구시합 출전 당시의 사진들을 모아 앨범으로 선물한 것도 그 중 하나다.

“청장도 축구를 좋아하지만, 올해 관세청에 원년멤버들로 구성된 ‘OB축구동호회’란 게 생겼어요. 저도 가입했고.” 그러면서 14년 전 일을 떠올린다. 자랑거리여서인지 말에 힘이 실린다. “2004년 일일 겁니다. 중앙부처 공무원 체육대회 축구대항전에서 우리 관세청 팀이 우승했는데, 제가 여섯 골이나 넣었고 덕분에 상까지 받았습니다.”

그런 분위기는 멋진 전통으로 이어지기 마련. 그 덕분인지 관세청은 최근 3년 내리 우승컵을 거머쥐는 영예를 끌어안았다는 귀띔이다. 내친김에 별명을 물었다. “제 별명? ‘관세청 히딩크’ 아닙니까, 허허∼. 이런 별명도 있어요. ‘1m 안에서 국가대표급’이라고….” 여하간 김 대표가 관세청 축구계에서 ‘레전드’ 대접을 받고 있는 것만은 분명했다.

사람·자연 다 좋아서 울산 정착 결심

하지만 요즘은 고민거리가 하나 새로 생겼다. 한창 공 찰 무렵에 70kg급이던 몸무게가 지금은 무려 90kg급으로 불어난 것. 사람 좋아해 술을 가까이 하다 보니 생긴 일이라 했다. 그래도 나름의 철학은 있다. 술은 어디까지나 ‘사람 사귀는 데 필요한 매개체일 뿐’이라는 철학이다.

‘술친구’ 많은 울산이 그래서 좋은지 모른다. 더 보태자면 매력 만점짜리 자연 때문이기도 하다. “울산은 사람을 깊게 사귈 수 있는 분위기로 가득합니다. 일주일의 피로를 단박에 씻을 수 있는 대공원과 태화강이 있고, 경치 좋고 공기 좋은 산과 들이 있고, 조금만 더 가면 밀양 얼음골도 있고…. 밖에 안 나가고 갇혀 있어도 살기 좋은 울산, 한마디로 제 스타일이라 할까요?”

‘술친구’에는 제법 여럿이 있다. 화학연구원의 이동구 박사도 그런 분들 중에서 한 분이지만 일부러 ‘술 시합(?)’을 해서 이겨낼 자신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그저 사람 사귀는 것이 좋을 뿐이니까….

그런저런 이유로 울산에 눌러 살기로 결심을 굳혔다. 이사 채비랍시고 북구 송정지구에 아파트도 한 채 봐 두었고, 내년 가을이면 대전(유성구 관평동) 사는 부인 김정숙 여사(55)와 더불어 입주할 꿈에 부풀어 있다.

그 전에 준비할 일이 또 하나 더 있다. 부인과 자녀들(1녀1남)이 다 기대고 있는 종교-가톨릭에 귀의하는 일이다. “몇 해 전 야음성당에서 교리 공부를 속성재배(?)로 마치고 ‘대건 안드레아’라는 본명(영세명)도 얻었지만 아직 종교를 가졌다고 할 수는 없답습니다. ‘냉담 상태’니까요.”

 

10여 년 전 김영균 관세법인 대원 대표가 관세청에 근무할 당시 청내 축구동호인들과 같이 찍은 단체사진. 뒷줄 오른쪽 3번째가 김영균 대표. 명퇴 기념 앨범에는 이 사진도 들어있다. 사진 제공=관세청

울산 물량 절반, 서울 법인들이 흡수

명퇴와 동시에 울산지역 관세법인 제1호 ‘대원’을 출범시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울산세관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열악한 울산 관세사업계의 현실을 눈여겨보았고, ‘틈새거래처’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관세사들의 활동범위는 전국구인데, 그 많던 울산 통관물량의 절반을 서울서 빼앗아 가는 것을 똑똑히 볼 수 있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다. 사업장이 울산에 있는데도 통관은 부산서 하는 웃지 못 할 역설적 현상도 눈에 들어왔다. 관세행정 서비스를 운송업체에 맡기는 관행도 시야에 잡혔다. ‘관세행정 사각지대’의 존재를 실제로 확인한 것.

또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었다. 누구나 어렵잖게 접근할 수 있는 ‘통관 업무’야 그 비중이 10%밖에 안 되는 반면 돈이 되는 ‘심사 및 조사 업무’는 90%나 된다. 그런데도 울산의 관세사무소들은 감히 접근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대표는 그 이유가 ‘전문성 부족’에 기인한다고 판단했다.

“법인을 차리면 젊고 유능한 엘리트 관세사와 전문가 그룹을 받아들일 여력이 훨씬 높아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몸집을 불려 나가다 보면 경쟁력도 자연히 커지게 되겠지요.”

사실 대형 관세법인들은 ‘서울 집중’ 현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 울산지역 관세사사무소 약 20개 가운데 절반은 서울 관세법인의 지사 격이고, 나머지는 개인 또는 합동 관세사사무소 수준이다. 김영균 대표의 꿈은 언젠가는 서울 법인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겨누며 수익은 물론 울산의 자존심도 함께 드높이는 일이다.

최근에는 “관세사 회원이 없으니 가입해 달라”는 권유에 따라 ‘울산중소기업융합교류회’에도 가입했다. 관세업무 35년 경력과 노하우를 울산 중소기업들과 공유하고 업계에 접목시킨다면 상생의 효과가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경남 합천이 고향으로 합천고등학교를 나왔다. 관세청 조사총괄과장, 서울세관 외환조사과장은 물론 인천·부산세관과 인천공항세관 국장도 역임했다. 2006년 우리나라가 세계관세기금(WCO)에 의해 ‘지적권 분야 최우수국’으로 지정될 당시의 공로로 사무관 자리에 있으면서 녹조근정훈장을 받은 바 있다. 35년가 관세공직에서 근속한 공로로 홍조근정훈장 수훈도 눈앞에 두고 있다.

글=김정주 논설실장·사진=장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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