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미국의 ‘군사대응 옵션’
다양한 미국의 ‘군사대응 옵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2.06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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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대장의 완장을 찼던 필자의 어린 시절엔 싸움을 이기는 비법이 분명 존재했었다. 그것은 ‘선빵(?)’을 날리는 것이다. 싸울 준비가 안 된 상대방의 약한 코를 때려 ‘피’만 내면 무조건 ‘승자’가 되고 ‘고수’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코피 옵션’이 군사작전에도 인용된다니 아이러니하다.

차기 주한 미 대사로 내정됐던 빅터 차가 트럼프 미 행정부가 검토 중인 대북 군사 옵션 ‘코피 작전’에 대해 다른 의견을 밝혔기 때문에 낙마한 것이 알려지면서 이 작전이 단순한 가상 개념이 아니라 미군이 실제로 검토하고 있는 작전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하는 미국 관계자 중 최고위층이 바로 미국 대통령이다. 심각한 상황이다. 김정은의 핵미사일에 미국의 군사대응은 구체화되는데 정부는 무엇을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의문이다.

‘코피 작전(Bloody Nose Strike)’은 본보기 식으로 적 핵심시설 일부를 정밀 타격해 겁을 주는 군사행동이고, ‘선제 타격(preemptive strike)’은 적 공격 징후가 명백할 때 적 공격 직전 또는 공격과 동시에 적을 타격하는 것이며, ‘예방 타격(preventive strike)’은 적 공격 징후는 없지만 미래의 공격을 사전에 없애려고 적을 타격하는 것이다. ‘코피 작전’은 북한의 고강도 도발이 임박하지 않았더라도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예방 타격’의 일환으로 간주된다. 적의 공격 징후가 보일 때 타격하는 ‘선제 타격(preemptive strike)’과는 다르다.

‘코피 작전’은 북한의 상징적 시설 한두 곳을 정밀 폭격한다는 계획이다. 북한 핵·미사일을 제거하는 게 아니라 북한에 미국의 군사행동 의지·능력을 확인시키는 게 목표다. 미 정부나 미군이 코피 작전에 대해 구체적으로 공개하거나 인정한 적은 없다.

대상은 군사적 시설인 영변 핵시설, 함북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화성-15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등 각종 미사일을 생산하는 평양 산음동 미사일 공장, 함남 신포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잠수함 기지 등의 일부 시설물 등이다. 비(非)군사적 상징물로는 북한이 1968년 나포해 평양 보통강에 전리품으로 전시하고 있는 미 해군 푸에블로호가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는 ‘북한이 섣불리 보복공격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탄도미사일과 장사정포를 보유하고 있는 북한은 반드시 보복공격에 나설 것이며, 최악의 경우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장사정포는 총 340여 문으로, 시간당 최대 1만5천여 발의 포탄을 우리 수도권에 퍼부을 수 있어 한국민뿐 아니라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23만 명 미국인이 직접 피해를 보게 된다.

지금은 대북 제재가 막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하는 시점으로 김정은은 한국이 미국의 공격을 막는 방패 역할을 해 줄 것으로 믿고 있다. 우리가 어쩔 수 없이 그런 구도로 끌려 들어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핵 인질의 ‘숙명’이다. 미국이 이 같은 군사대응 옵션 선택을 하지 않도록 하려면 우리가 미국의 고민을 이해하고 미국과 호흡을 완벽하게 맞춰 나가야 한다. 그래야 미국이 한국을 건너뛰지 않는다.

지금 대한민국의 안보는 김정은의 핵미사일과 미국의 군사대응 사이에 끼어 있는 상황이다. 김정은이 예측 불가능하고 충동적이고 비합리적이라면 무엇보다 동맹인 미국의 동향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채널을 가동하는 것이 절체절명의 과제란 생각이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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