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의 겨울나기’
‘서민들의 겨울나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11.25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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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겨울만은 일없이 나보려고 했으나 /곡간에 쌓아둔 것 하나도 없으니 /홧김에 나무만 아궁이에 듸러질르고 /근심겨운 한집안 팔짱끼고 둘러 앉아서 /넋없는 이 한밤을 새워야만 하누나. 식민치하 어려운 시절의 겨울 풍경을 절절히 묘사한 ‘이하윤의 근심2’라는 시가 생각나는 요즘이다.

끝없는 경기침체로 기업은 물론 서민들의 생활 속 불안감도 급속히 번지고 있다.

겨울을 나야하는 서민들의 마음은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도 불황이 언제까지 계속 될 것인지 알 수 없어 무겁기만 하다.

고물가에 살림살이를 담당해야 하는 주부들은 한숨만 늘어나고 있다.

아파트 관리비 관련 취재로 만난 한 주부는 “살림살이를 줄이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주머니 사정은 더욱 나빠지는 것 같다”며 “10여년전 IMF때에도 이처럼 어렵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서민 경제가 날로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하듯 전기 수도 요금과 아파트 관리비 등을 내지 못해 단전 단수로 고통받는 서민들의 수도 늘고 있다. 지난 9월말까지 3개월이상 요금을 체납해 단전 조치가 내려진 가구는 1천481곳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1천60건과 비교해 40%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함께 수도요금을 미납해 단수조치가 취해진 가구도 540가구에 이르고 도시가스 요금을 내지 못해 가스공급이 끊긴 가구수도 지난 9월기준으로 990여 곳, 체납액은 4억5천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직장인들도 냉각된 경제상황 탓에 실직에 대한 불안감에 떨고 있다. 자동차업계가 라인을 세우고 조선업종에서는 2개월째 수주량이 전무하고 화학에서는 이미 감산에 들어간지 오래다. 한마디로 울산은 미국발 경제난의 직격탄을 그대로 실감하고 있다.

IMF를 방불케 하는 경제 상황이 지속되면서 일반 직장인과 주부, 서민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지역 상인들도 된서리를 맞고 있다.

이로인해 상당수의 상가들이 개점 휴업상태에서 없는 손님을 기다리며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정부는 각종 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기업들과 서민들에게는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없다. 울산사람들이 ‘일 없이 이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빈 곡간을 따뜻한 가슴으로 채워줄 수 있는’ 정부와 울산시의 서민정책은 없을까.

김영수 기자 편집국 정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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