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돌봄에는 방학이 없다
아이 돌봄에는 방학이 없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2.01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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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이 막바지에 접어든 요즘 방학 중인 아이를 둔 엄마들이 방학이 빨리 끝나 학교에 갔으면 좋겠다고 호소한다. 학기 중엔 수업으로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 엄마의 보살핌이 시간적으로 덜 필요했으나, 아이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져 부모의 보육 역할이 커지기 때문일 것이다. 방학이 그저 단순히 아이를 돌봐야할 시간이 많아진 것이라면 엄마의 투정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일하는 엄마, 아빠의 경우엔 방학 중 아이가 안전하고 즐겁게 많은 시간을 보낼만한 곳을 찾느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아이가 혼자 지내기 어려운 저학년이라면 고민이 더 커진다.

통계청의 지역별 고용 조사에 따르면 2016년 맞벌이 가구는 전체 유배우 가구의 44.9%이다. 이 중 48.5%가 18세 미만의 자녀가 있는 맞벌이 가구이다. 한편 자녀의 사교육 참여율을 보면, 외벌이 가구에 비해 맞벌이 가구의 사교육 참여율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고등학생에 비하여 초등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이 월등히 높은 것을 보면, 단순한 학습 목적의 사교육이 아닌 돌봄의 기능이 포함된 사교육인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아이를 키우는 사회적 여건은 계속 변화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세밀한 대응이 필요하다.

방학 중에 운영하는 초등학교의 돌봄교실은 대부분 부모의 퇴근시간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마치며, 그마저도 1~2학년의 저학년만을 대상으로 한다. 급식을 하지 않아 제공하는 바우처는 비용 측면에서 도움이 될지 모르겠으나 식사 또한 보육의 개념으로 접근해야하는 아이들의 입장을 충분히 배려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복지센터 또는 가정지원센터 등 다른 사회복지기관에서 방학 중에 돌봄교실을 운영하는 사례도 있으나 비정기적인 경우가 많고 수요가 많아지는 방학 중에는 찾기가 어렵다. 이런 경우 학원과 같은 사교육에 더욱더 집중할 수밖에 없고, 사교육을 한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중간시간과 아이의 보행 시 교통안전에 대한 걱정, 아이 혼자 식사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은 여전하다.

1인 가구, 무자녀 가구, 노인 가구가 늘어나 아이가 없는 가정이 많지만, 아이들은 우리 모두가 함께 키워야하는 우리의 미래이다.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은 아이 키우기에 필요한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언제든 아이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장소와 아이에 맞는 보육 프로그램 등 사회제도적 돌봄 서비스가 필요하다. 과거에는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고 할 만큼 마을공동체의 기능이 있었다. 요즘과 같이 마을의 기능을 찾기 어려운 때에는 사회적 제도가 그 역할을 대신하여야 하며, 그 중심에는 학교가 있다.

맞벌이 가구의 증가, 학교에서의 다양한 학생 프로그램에 대한 요구, 교통환경의 변화 등 과거에 비해 많은 분야에서 아이 돌봄 여건이 변화하고 있고, 이에 따라 방학의 기능도 변화하여야 한다. 여름과 겨울철의 학습이 어려운 기후환경에 대응하여 수업을 쉬거나 휴식과 충전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방학의 기능이다. ‘放學’은 학문을 잠시 쉬는 것이다. 아이들은 학문을 쉬는 동안에도 돌봄이 필요하다.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에서의 돌봄이 필요하고, 많은 방학시간을 스스로 보내기 어려운 아이들을 위하여 학기 중에는 잘하지 못하는 다양한 체험과 경험을 쌓게 하는 것도 학교의 기능이다. 방학 중 돌봄교실을 늘려 많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아이들이 익숙하고 안전한 학교 내에서 제공하는 것이 유용할 것이다.

장시간 돌봄이 필요한 저학년 아이들과 장시간은 아니나 다른 학원 등의 활동 중간 중간에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고학년 아이들을 위한 맞춤형 돌봄교실 운영이 필요하다. 잠시 학업을 쉬고 재충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가를 가정에서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도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을공동체가 과거와 같이 끈끈하지는 않으나 여전히 학교는 마을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고 많은 보행이동과 학생활동이 학교를 중심으로 한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공간 조성과 프로그램이 기존 인프라인 학교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효율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수업에는 방학이 있을 수 있으나 학생 돌봄에는 방학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주영 울산발전연구원 정책연구실 도시공간팀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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