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불감증,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안전불감증,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1.31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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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안전불감증 정말 큰일이다. 작년 말 끔찍한 제천 화재 참사에 이어 얼마 전엔 밀양 병원 화재로 모두 70여명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엄청난 사고 이후에도 국민들의 화재 안전의식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 같다. 무술년 새해 첫날, 해돋이를 보기 위해 강릉 경포해변을 찾은 사람들이 소방서 앞에 무더기로 불법주차한 사진이 알려지면서 전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안전불감증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각 개인의 결여된 안전의식으로부터 시작되어 사회공동체 전반에 만연되어 있는 안전불감증은 정말 심각한 사회문제다.

중구 유곡동에는 울산의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그린에너지 시대를 함께 이끌어갈 석유공사, 동서발전,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에너지 공공기관이 이전을 완료하였고 한국에너지공단은 한창 건설 중이다. 이 외에도 안전보건공단, 산업인력공단, 근로복지공단, 교통안전공단,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등의 주요 공공기관들이 포진해있다. 또한 인근에는 이미 구축된 다운동 연구단지에 국가연구기관인 한국화학연구원과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과 울산테크노파크가 있다. 교육청과 경찰청도 지근거리에 있다.

이처럼 많은 기관들이 내려오고 종사자들이 근무하게 되면서 유곡동 음식물거리도 함께 조성되었다. 필자도 손님이 오거나 회의를 마치면 점심식사를 하러 가까운 이곳으로 자주 간다. 미역국을 비롯해 육회비빔밥, 짬뽕, 육개장, 대구탕, 국수, 쌈밥 등 다양한 메뉴와 적당한 가성비로 반응이 괜찮다. 하지만 교통이 문제다. 아무런 주차시설도 없을 뿐만 아니라 좁디좁은 도로는 차가 마주 지나가기에도 매우 버겁다. 그러나 진짜 큰 문제는 어쩌다 이곳에 화재라도 발생한다면 소방차가 진입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좁은 길 양옆으로 차가 주차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불법주차를 조장한 꼴이다. 애당초 이런 설계를 한 곳이나 허가를 내준 곳 모두 수긍이 안 간다.

이처럼 사회 곳곳에 널려있는 안전 사각지대가 어디 한둘인가. 큰불이 나면 출동한 소방펌프차 물이 바닥날 때가 있다. 이때 필요한 게 소화전이다. 도로나 골목 곳곳에 설치된 소화전에서 급히 호스를 연결해 물을 공급받는다.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좁은 골목길과 전통시장 근처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그런데 도로변에서 흔히 보는 빨간 소화전을 매립식으로 설치한 것이 지하식 소화전이다. 당연히 주변 5m 내 주차는 불법이다. 하지만 이런 지하식 소화전이 있는 걸 아는 국민이 적다보니 그 자리에 불법주차하는 줄도 모르는 건 당연하다. 통행에 불편을 준다는 이유로 소화전을 땅 속에 넣었지만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탓에 사람들 인식에서 사라진 것이다.

큰 건물 외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각종 연결 송수구도 화재 발생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송수구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다. 송수구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소방차의 물을 실내로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송수구 근처에 불법 주차를 하면 소방호스를 연결해도 호스가 꺾이기 때문에 물을 제대로 공급하기 어렵다. 국민들도 자기가 거주하는 집과 사무실 주변에 소화전과 송수구가 어디 있는지 평소에 확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정부나 지자체는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해서 사람들이 스스로 점검하는 습관을 갖게 해주어야 한다.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안전 마인드를 갖출 수 있도록 초등학교 때부터 안전교육을 강화해 소화설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확실히 심어줘야 한다.

화재 발생 초기에 소화설비 사용이 불가능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자주 목격하였다. 보통 불이 났을 때 소방펌프차나 건물 물탱크에 물이 바닥나면 소화전과 각종 송수구를 동원해 불을 꺼야 한다. 대형 화재 때는 소화전을 무조건 사용하여야 하며, 소규모 화재 때도 인근 소화전을 확보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므로 소화설비 인근 5미터 내에는 절대로 주차를 하면 안 된다. 이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이 아니다. 무조건 지켜야 한다. 어마무시한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불법주차 처벌 규제는 더욱 더 강화해야 한다.

이동구 한국화학硏 화학산업고도화센터장, RUPI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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