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일기]감정보다 이성적 대응이 필요하다
[목회일기]감정보다 이성적 대응이 필요하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1.29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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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발전, 의료기술의 발달과 함께 건강식품이 다양해지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리 국민의 평균수명이 늘어나 우리나라도 벌써 노령사회에 진입했다고 한다. 베이비붐세대라는 50∼60년대 생들이 노인세대가 되면서 노인인구의 비율이 더욱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이와는 달리 젊은이들은 결혼연령이 늦어지고 결혼을 해도 자녀를 낳지 않거나 하나만 낳고 마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출산율이 점점 떨어지고 젊은 인구가 감소하면서 ‘인구절벽’이라는 말로써 미래를 걱정하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도 해야 하지만 젊은이들의 사망률을 낮추는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사망자 가운데 고령자들의 자연사 비율이 높긴 하지만 사고에 의한 젊은 층의 사망률도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세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는 교통사고 사망자나 자살자 중에는 의외로 경제활동을 하는 젊은 층이 많다. 그러므로 세월호 사고와 같은 각종 사고로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는 일들을 예방하는 것이 급선무다. 세월호 사고로 인해 그토록 시위를 하고 비판을 하고 야단법석을 떨었는데도 그 이후에도 폭발사고, 붕괴사고, 화재사고가 나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인간사회에 사고가 전혀 없을 수는 없지만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정책과 시스템을 갖추고 안전을 위한 국민의식을 높이기 위한 지속적인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나라 정치를 보면 야당일 때는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를 무능하다고 비판하고 사고현장을 찾아가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을 한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어도 사람과 입장만 바뀌었을 뿐이지 상황은 똑같다. 지금까지 수십 년을 반복하면서 바뀌어야 할 것이 왜 바뀌지 않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서는 매우 감정적이어서 무슨 일이 일어나면 모두가 벌떼같이 일어나서 성토하고 책임지라고 데모하는 일은 잘 한다. 그러면 정부나 책임자들은 사과를 하고 심하면 자리에서 물러나고 새로운 사람이 그 자리에 앉아서 잘하겠다고 다짐하지만 그때뿐이다. 사과도 그때뿐이고, 잘하겠다는 다짐도 그때뿐이고, 감정적으로 들고 일어나는 국민들도 그때뿐이지 이성적으로 감시하고 변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일이 없다.

무슨 일이 일어나면 벌떼같이 일어나서 큰소리치고 시위를 하고 언론들도 앞 다투어 대서특필하고 떠드는 것은 잘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 잊어버리고 만다. 언론들도 사회단체들도 국민들도 금방 잊어버리고, 그렇게 모여서 외치고 시위한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도무지 점검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정부도 그때만 지나면 급할 것이 없고 국회도 제도적인 변화를 뒷받침할 법안을 빨리 처리해 주지 않다 보니 잠자다가 폐기되고 유야무야되는 일들이 너무 많다.

일본을 보면 독도를 자기네 영토라고 주장하는데 감정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고 매우 이성적이고 지속적으로 하는 주장이다. 지도나 교과서, 백서에다 기록을 남기고 자손대대로 이어가서 세월이 흐른 뒤 어느 시점에 가서 차지하고 말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 같이 보인다.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본에서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주장이 나오면 국민들은 분노해서 일본 대사관 앞에 가서 시위하고, 언론들도 비판하고, 정부는 대사를 불러다가 유감을 표명하지만 며칠 지나면 잠잠해진다. 이런 문제는 감정적으로 떠들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 만큼 이성적으로, 장기적으로 대책을 세우고 국제법적으로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인구 감소와 노령화를 걱정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사고로 젊은이들의 죽음을 막을 수 있도록 이성적으로 꼼꼼하게 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통령이 ‘사람이 먼저’라고 하는데 구호만 사람이 먼저라고 할 것이 아니다. 정부도 각 기업체들도 사람의 생명을 무엇보다도 귀하게 여기는 마인드를 가지고 사람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안정장치를 차근차근 마련해 나가도록 지속적으로 지도하고 점검하여야 한다.

병원, 학교, 백화점 등 다중이용시설은 건축법에 해당되지 않는 건물일지라도 안전한 사업장이 되도록 안전시설, 소방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관계당국은 사람의 목숨을 보호할 수 있도록 지도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는데도 설마 설마하며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노후건물이 수두룩한 우리나라의 어디에서 제천 휘트니스 화재, 밀양 세종병원 화재와 같은 참사가 재발할지 모른다. 빌딩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연기와 유독가스가 계단을 타고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퍼져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볼 때마다 층간 화재차단 시설을 필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찌되었건 사람의 목숨보다 더 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으니 울산시에서도 시민의 소중한 목숨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대책을 이성적으로 꼼꼼히 세워주기 바란다.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 사람이 무엇을 주고 제 목숨과 바꾸겠느냐.”(마태복음 16장 26절)

유병곤 새울산교회 목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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