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용 칼럼] 기후변화가 우리 먹거리에 미칠 파장은?
[윤주용 칼럼] 기후변화가 우리 먹거리에 미칠 파장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1.28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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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6일, 울산농업기술센터 기상관측기의 최저기온은 영하 14.5도였다. 언론매체들은 지구온난화로 녹아내린 북극 빙하의 영역이 확대되면서 한반도 상공에도 영향을 미쳐 서울은 연일 영하 20도가 넘는 온도로 ‘서베리아’로 불리고 있다고 크게 보도하고 있다.

‘기후변화(Climate change)’란 세계적 또는 지역적 기후의 시간에 따른 변화로, 보통 30년간의 평균날씨를 의미한다. ‘이상기상(Unusual weather)’이란 짧은 기간 중 사회나 인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기상현상을 말하며 집중호우, 강풍, 고온, 저온 등의 현상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영화가 있다. 온난화로 앞당겨진 빙하기에 대처하는 인간과 가족애를 그린 에머리히 감독의 ‘투모로’와 봉준호가 감독하고 송강호가 열연한 ‘설국열차’가 그것으로, 여기에서 기후변화나 이상기상의 처절함을 느낄 수 있다.

지구역사에서 인류가 탄생하기 전인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를 거치면서 대규모의 생물종 사멸과 신종 출현이 5차례나 일어났다. 모두 기후변화가 그 원인으로, 가장 규모가 컸던 것은 2억5천100만 년 전에 일어난 빙하기로 동식물의 96%가 멸종되었다고 한다. UC버클리의 바르노 스키 교수는 네이처지 2011년 3월호에서 현재의 지구온난화와 같은 환경변화로 6번째 생물 대멸종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류사에서 대부분의 신화는 항상 주신(主神) 이외의 중요한 신인 태양, 달, 대지, 바람, 비의 신 등은 기후와 연관성이 깊다. 그리스의 태양신 아폴로,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 중국의 염제(炎帝) 신농, 일본의 태양신 아마테라스 등은 풍요와 농업을 상징한다. 단군신화에서 환웅이 하늘에서 내려올 때 동행한 운사(雲師), 우사(雨師), 풍백(風伯)도 농업과 날씨를 의미한다.

2016년 제18호 태풍 차바는 울산에 시간당 319mm라는 기록적인 폭우로 기후변화의 위력을 실감시켰다. 또 지난해부터 지금까지(2017∼2018.1)는 평균 강우량의 절반 수준이 기록될 정도로 긴 가뭄이 지속되는 가운데 2018년 겨울은 유례없는 혹한으로 기후의 위력을 실감나게 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산업활동과 생활방식이 지속될 경우 지구는 앞으로 더욱 뜨거워질 것이며, 이에 따라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2100년경 지구의 평균기온이, 산업활동 구조 및 인간의 노력에 따라, 적게는 1.1℃에서 많게는 6.4℃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지속적인 기온 상승은 물 부족과 홍수, 동식물 멸종 등의 위기를 발생시킬 개연성이 높다. 우리나라는 태백산과 소백산 인근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이 아열대기후로 변할 것이며, 심한 경우 겨울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기후변화는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통적으로 기후의존적 산업인 농업의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우려된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농지가 침수되고, 폭염이나 가뭄으로 농작물 생산량이 급감하면 농산물 수급 불안정 현상이 나타난다. 그 예로 2010년 6월에는 폭우로 인해 중국 중·남부 지역의 농지 94만 6천500ha가 침수되었고, 채소와 벼의 생산량이 30% 이상 감소되기도 했다. 같은 해 세계적 밀 재배지인 러시아 서부에서 폭염이 지속되면서 밀의 공급량이 전년 대비 약 27%나 감소해 세계 밀 수급과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기후변화 시나리오별 장?단기적 준비와 농업기상정보 시스템 구축이 우선되어야 한다. ICT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시설 내 일조량 부족에 대응하는 자동조명시설 설치, 저(低)에너지 온실환경 조절 자동화시설 설치와 같은 기상재해를 줄일 수 있는 기술적 대응이 필요하다. 전천후 식물공장, 농산물 장기저장, 태양광 및 지열에너지 이용기술 개발 등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첨단과학의 적용이 요구된다.

기후변화는 위기이자 새로운 녹색산업 시장이 열리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위기를 기회를 만드는 전략적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기후변화를 앞에 두고 춥고 배고픈 일이 생기지 않도록 앞서가는 농업기술력과 모두의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윤주용 울산시농업기술센터 소장·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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