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악의 야누스 4차 산업혁명, 그 대비책은?
선과 악의 야누스 4차 산업혁명, 그 대비책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1.25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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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3대 은행의 하나인 미즈호 은행이 2026년까지 9년간 전체 7만9천명 가운데 4분의 1인 1만9천명을 감축하는 안을 발표했다. 인공지능(AI)의 역습이다. AI 보급으로 금융, 서비스업 등 일본 내 9개 분야에서 2030년까지 240만명의 고용이 감소할 것으로 미쓰비시 연구소는 전망하고 있다.

2016년 3월, 구글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 세계 최강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겨룬 세기의 대결에서 AI의 승리로 인공지능시대가 선포되었다. AI가 이제 나의 일터까지 정복해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가 미즈호 은행의 대량해고이다. 새로운 기계기술의 출현이 기존의 일자리를 빼앗았던 경우는 역사적으로 반복되고 그로 인해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가 생기지만 저절로 생기는 것은 결코 아니다.

1810년대 영국 수공업자들이 새롭게 등장한 섬유기계가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자 기계를 파괴하는 러다이트(Luddite)운동을 일으켰다. 특히 저임금에 시달리던 직물노동자들의 일자리 피해가 가장 심각했다. 기계는 숙련공보다 단순노동자를 우선적으로 대체한다. 4차 산업의 핵심축인 인공지능은 단순직은 말할 것도 없고 변호사, 의사, 교수, 금융종사자 등 고급지식 전문직의 자리까지도 갈아치우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핵무기와 같은 양면성을 가진 가장 획기적이자 파괴적인 결과물을 인류에게 줄 것으로 전망된다. 마냥 유행병처럼 4차 산업 예찬론에 빠져들 것이 아니라 부작용에 대한 대책에 골몰해야 하는 이유이다.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2010년 독일이 발표한 <하이테크 전략 2020>에서 비롯되었다. 10대 프로젝트 중 하나인 ‘인더스트리 4.0’은 ‘제조업과 정보통신의 융합’을 뜻하는 개념이었다. 아디다스는 ‘인더스트리 4.0’ 지원을 받아 중국, 베트남에서 운영하던 공장을 독일로 이전해 스마트 팩토리를 만들었다. 이전에 600명이 하던 일을 단 10명이 해내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590명의 일자리가 소멸되었다. 미국에 등장한 ‘햄버거로봇’은 시간당 360개의 햄버거를 만든다. 시애틀 당국이 오는 2021년까지 근로자의 임금을 15달러까지 높인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맥도날드의 전 CEO ‘에드 렌시(Ed Re nsi)’는 “시간당 최저임금이 15달러에 도달하면 ‘로봇 반란’을 촉발할 것”이라며 노동자를 로봇으로 대체할 것을 예고했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가능하게 한 기계혁명인 제1차 산업혁명, 전등과 전화, 특히 냉장고와 세탁기의 출현으로 여성을 가사노동에서 해방시켰던 전기혁명인 제2차 산업혁명, 20세기 중반에 시작된 제3차 산업혁명인 인터넷혁명은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세상을 탄생시켰다. 온라인 세상, 즉 가상현실이다. 이제 가상화폐도 나왔다. 가상세계는 2007년에 최초로 스마트폰이 출시되면서 현실세계만큼 실체적으로 다가왔고, 인간이 낮과 밤의 공간에서 살아가듯 일상은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에서 채워지고 있다. 4차 산업 분야는 주로 빅데이터, 인공지능, 자율주행자동차, 로봇, 드론, 스마트시티, 3D프린팅, 사물인터넷 등이다. 공통된 특징은 “모든 것이 연결되고 보다 지능적인 사회로의 변화”에 기여한다는 점이다.

과연 4차 산업은 우리에게 희망이며 불황의 탈출구인가, 아니면 장기 실업의 늪인가? 과학기술의 발전은 항상 선한 효과와 악한 부작용이란 야누스적 양면성을 갖고 있다. 4차 산업은 IT의 속도와 접목이 되어 있기에 빛처럼 빠르게 나날이 발달함과 동시에 기존의 일자리 역시 삽시간에 잡아먹고 있다. 반면에 신규 일자리 창출은 아주 더디게 만들어지는 기형적인 현상을 낳고 있다. 이것이 4차 산업의 실체이다. 1, 2, 3차 산업혁명의 수혜자는 늘 지적, 물적 자본을 소유한 사람들이 우선적이었다. 4차 산업 역시 혁신도가 높을수록 지금보다 더 적은 사람들이 대규모 자본을 운용하고 큰 수익을 올릴 것이기에 더 높은 사회 불평등과 빈부 격차를 낳게 될 것이다. 고급전문직 일자리조차 소멸될 것이다.

비관론이든 낙관론이든 결국 문제 해결은 ‘정치’로 귀결된다. 특히 과학기술 거버넌스가 절실히 필요하다. ‘과학기술 거버넌스’란 개별 국가의 정책이나 기업의 경영전략을 넘어서는 것으로, 과학기술과 관련한 정책을 결정하는 데 일부 전문가나 기업, 국가만이 아닌 시민 일반의 소통과 합의를 고려하는 것이다. 과학기술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다양한 주체가 모여 이익뿐 아니라 부정적인 파생 효과를 함께 감당할 준비를 한다면 0.1%가 아니라 시민 다수의 힘으로 변화된 사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대량실업에 대한 사회안전망 확대는 필연적 정책이 되어야 한다. 동시에 첨단기술에 대한 무조건적인 외면은 미래사회에 낙오자로 뒤처지는 지름길임을 망각해서 안 된다.

임현철 울산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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