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새마을금고 강도 “비정규직 삶 억울해 범행 단독계획”
울산 새마을금고 강도 “비정규직 삶 억울해 범행 단독계획”
  • 성봉석 기자
  • 승인 2018.01.22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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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지점 사건 현장검증… 경찰 “25일 이전 檢 송치”
▲ 지난 18일 울산시 동구 방어동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출근하는 직원을 위협해 현금 1억 1천만원을 빼앗아 도주한 강도사건에 대한 현장검증이 22일 오전 실시된 가운데 피의자 A씨가 범행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장태준 기자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비정규직이다. 그 자체가 억울했다.”

22일 울산 동구 방어동 일산새마을금고 방어지점에서 현금 1억1천만원을 훔쳐 달아난 은행 강도 사건 피의자인 A(49)씨가 현장 검증을 실시한 가운데 A씨가 사회의 부조리함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7월부터 울산 동구의 한 조선소 하청업체에서 근무했으나 조선업계 경기악화로 자금난을 겪던 업체가 결국 지난달 문을 닫으면서 실직자 신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오전 11시 동구 방어동 일산새마을금고 방어지점, 호송차량에서 포승줄에 묶인 A씨가 내렸다.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한 탓에 A씨의 표정은 드러나지 않았다. 이내 A씨는 경찰관을 따라 최초 범행 시작 장소인 야외화장실로 이동했고 본격적인 현장 검증이 시작됐다.

경찰이 A씨의 범행 경로를 따라 이동하며 질문을 하면 A씨가 답했다.

피해자 역은 경찰이 맡았다. A씨는 낮은 목소리로 범행 사실을 읊조렸다.

야외화장실에서 직원을 흉기로 위협해 문을 여는 과정, 새마을금고 내부에 있는 금고에서 돈을 담도록 협박하는 과정 등 범행 당시의 과정을 재연했다.

직원을 흉기로 위협하는 과정에서 A씨가 흉기뿐만 아니라 분무기도 들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분무기에 염산이 들어 있다”며 “(이것을)얼굴에 뿌리면 어떻게 되겠냐”며 직원을 협박해 문을 열도록 했다. 분무기에 염산은 들어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은행 업무를 보던 중 예상치 못한 현장검증을 마주한 직원과 시민들은 술렁거리며 불안감을 내비쳤다.

10여분간의 현장검증이 끝나고 취재진 앞에 선 A씨는 범행동기를 묻는 질문에 “새벽에 억울한 마음이 들어 범행했다”고 답했다.

이어 어떤 점이 억울했는지 묻는 취재진에게 “이제는 소용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당시에는 이 사회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비정규직이라는 자체가 억울했다”며 연신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울먹였다.

또 단독 범행 여부와 범행 사실을 인정하는지에 대해서는 “혼자 계획하고 범행했다”며 “(범행 사실을)모두 인정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와 함께 A씨의 집으로 이동해 남은 도주과정을 재연한 뒤 현장검증을 마쳤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검증 결과를 토대로 남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25일 이전에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봉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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