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잊고 사는 그대여!
나이를 잊고 사는 그대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1.22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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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잊고 살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든 나이를 잊고 살 수 있다. 한 해가 밝으면 모두들 한 살을 보태면서 “아이고 이제 OO살이네!”라고 장타령을 한다. 쓸데없는 짓들이다. 뭐가 어땠어. 뭐가 그렇게 한탄스러워 회한의 말을 내뱉는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 되지! 40이면 어떻고 60이면 어떻고 80이면 어떤가?

세계 역사상 불후의 업적을 이룩한 위인들이 많다. 미 월간지 ‘선샤인’의 통계에 의하면 업적의 35%는 60∼70세들에 의하여 달성되었다고 한다. 23%는 70∼80세에, 그리고 6%는 80세 이상 인물도 한몫했다. 그러니까 위대한 업적의 6할 이상이 60세 이상의 젊은 노인들에 의하여 달성되었다는 말이다.

20대부터 뛰어난 의술로 유명해진 조선의 어의 허준은, 25권 25책의 불후의 ‘동의보감’을 57세에 시작하여 70을 넘겨 완성했다. 관념철학자 칸트는 57세에 그의 탁월한 저서 ‘순수이성비판’을 발표했고, 미켈란젤로는 70에 ‘성 베드로 대성전’의 돔을 완성하지 않았나! 작곡가 베르디, 하이든도 고희의 나이 70을 넘어서 불후의 명곡을 창작했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80이 넘어 ‘파우스트 2부’를 완결했다.

영어를 꽤나 잘 쓰는 어느 심리학교수가 언젠가 열변한 적이 있다. 자기가 하는 일에 얼마만큼 ‘드리번’(Driven)되어 있느냐가 삶의 관건이라고….

중학 1학년 기초영어단어에 동사 ‘Drive’가 자주 나온다. 그 과거, 과거분사인 ‘Drove, Driven’이 있다. 현재형은 ‘운전하다’의 뜻이지만 과거분사에 아주 특이한 의미가 담겨 있음을 최근에야 알게 됐다. ‘미쳐 있다’라는 뜻으로 말이다.

민족의 영산 백두산 자락을 20여년이나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인화지에 담고 있는 노(老) 사진작가가 있다. 결정적 순간포착을 위하여 영하 30도의 백두산 꼭대기에서 밤낮을 새는 그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 살고 있는가? 올해 나이 칠순에 머리카락은 백발이다. 게다가 볼과 턱에 송송 난 수염은 하얗기도 하지만 얼음으로 주렁주렁 달려 있는 모습이 참 가관이다. 마치 ‘노인과 바다’의 열정적인 헤밍웨이 할아버지를 보는 듯하다. 백두산 천지(天池)의 변화무쌍한 겨울 모습을 순간순간 포착하는 데 정말 드리번되어 있는 모습이 우리의 마음을 뻥 뚫어주게 해준다.

나이를 먹는다고 탄식하는 졸보들이여! 하는 일이 없으면 하고 싶은 일을 만들라! 욕망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그 일에 한번 드리번되어 보라! 아무런 조건을 달지 말고 말이다. 그것은 나이와 아무런 종속관계에 있지 않다.

한때 달나라에 도착한 우주인 닐 암스트롱을 우리는 모두 기억하고 있다. 그가 달에서 본 우리의 지구 모습을 그저 아름답기만 했다 하지 않았는가!

그는 지구에 살고 있는 먼지 털만한 자기 집의 아름다운 정원을 봤을까. 콜로라도 그랜드캐니언의 광활한 협곡을 봤을까. 그저 녹색의 아름다운 지구 행성만 봤을 것이다. 그는 지구의 오색 찬란 반짝이는 크리스마스트리를 감상하지 못했을 거다. 이른 겨울아침 찔레넝쿨에 앉아 짹짹거리는 귀여운 참새의 하모니는 들을 수 있었을까? 가을바람에 속삭이는 가지산의 은빛 억새꽃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이런 가까이에서 접하는 일상의 아름다움에 너무 무덤덤하지 않은가?

이제 우리는 감사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할 것이다. 새해에는 두려움 없이 달리는 쾌속기차에 올라 아름다운 삶의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좋아하는 일에 온 몸을 던져 미쳐 보면서 말이다. 나이를 고이 잊게 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니까.

김원호 울산대 인문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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