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옴표 저널리즘’에 대한 반성
‘따옴표 저널리즘’에 대한 반성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1.22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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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뉴스를 전하는 세상이다.

디지털시대의 폭넓은 네트워크와 열린 미디어환경은 누구나 자신의 저널리즘을 만들어 낼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대부분의 보도자료는 홈페이지(웹/모바일)나 소셜 미디어인 블로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제공되고 있다.

또한 페이스북, 유튜브, 스토리파이, 인스타그램 등과 같은 새로운 유형의 플랫폼은 누구나 뉴스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세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의회, 기업이나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자 한다면, 굳이 뉴스 매체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각종 정보 접근이 가능하다.

더욱이 이 같은 현상은 변화된 미디어 환경 속에서 앞으로 더욱 다변화되고 깊이를 더할 것이다. 이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 전달이 아니라, 그 내용이 어떠한 의미인지 알려 주는 언론이다.

최근 6·13 지방선거를 앞둔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는 각 정당의 정책설명, 정치신인들의 출마 선언, 지역현안에 대한 규탄 등 갖가지 기자회견이 줄을 잇고 있다.

기자회견문도 웬만하면 거의 다 보도될 정도다. 경로와 매체에 관계없이 일치된 메시지이고, 광범위한 전달이기도 하다.

그러나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다. 디지털 미디어 기술의 발전과 함께 무한 보도 경쟁은 진실과 거짓을 똑같이 빠르게 전달한다는 것이다. 첫 취재나 편집, 또는 해석이 자칫 잘못됐을 경우 오보, 과장·왜곡보도의 원죄가 되고 만다.

선거철만 되면, 언론의 검증 없이 특정 정당·특정 후보 네거티브 발언을 그대로 옮겨 적는 식의 ‘겹 따옴표’ 보도가 되풀이되는 것도 경계할 일이다.

선거 기획기사를 앞다퉈 싣는데 확실한 과학적 근거 없이 후보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근거로 분석하거나 후보의 주장을 ‘따옴표 저널리즘’식으로 중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역언론이 각종 선거에서 파수견(watch dog) 대신 앵무새나 확성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받아쓰기’는 말의 내용에 대한 의심이 필요 없다. 누군가 불러주는 말을 그대로 받아 게재함으로써, 언론 플레이 또는 여론을 호도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일도 있을 것이다. 이른바 ‘가짜뉴스’를 알리는 최첨병이 되는 것이다.

불이 났을 때 왜 불이 났는지 보도하는 게 언론의 역할인데, ‘따옴표 보도’를 하면서 그저 ‘불이 났다’고만 한다. 이는 자신들의 의도를 다른 사람을 통해 지면에 반영시기는 것이기 때문에 ‘책임지지 않는 보도’라고 할 수 있다.

보도자료 내용은 굳이 언론보도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더 빨리 다른 경로로 접할 수 있다. 결국 사실 확인과 의미부여가 언론으로서는 필요하다. 과연 저 말이 사실일까? 이는 어떠한 정보가 믿을 수 있는 지를 검증하는 일과 같다.

지난 기간 본보 정치면에 쓴 기사들을 보면 낯이 뜨거워진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김기현 시장 등 정치인들을 취재하고 기사화하면서 쌍따옴표로 점철된 정치면을 보면 언론의 본연의 기능을 외면한 ‘게으름’이 묻어나온다. 지역 언론의 취재인력 한계를 핑계로 삼기도 기사 발굴과 분석을 소홀히 한 부분이 부끄럽다.

그렇지 않아도 지역 현안을 놓고 곳곳에서 대립과 갈등을 빚고 있다. 언론이 공론의 장이자, 중심 찾기가 필요한 이유다. 중계식 받아쓰기 보도행태가 되레 갈등을 더 키우는 것은 아닌지 나부터 자성해 볼 일이다.

박선열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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