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1호기를 살릴 묘책은 없는가?
월성1호기를 살릴 묘책은 없는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1.18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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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울산제일일보에 “멀쩡한 월성1호기 왜 죽이나?”라는 제목의 특별기고문을 게재한 적이 있다. 이 칼럼에는 중수로의 우수성과 함께 설비의 교체 및 보강에 천문학적 비용이 투입되고, 지역상생발전기금 1천310억원이 투입된다는 사실을 적시한 바 있다. 이제는 명실공히 새 발전소로 탈바꿈됐으니 제발 고물, 노후, 구닥다리 등의 딱지는 붙이지 말라고도 했다. 월성1호기는 10년 수명연장 허가를 받아 계속 운전을 하고 있으니 허가취소에 해당하는 사단(事端)이 생긴다면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정지 명령을 발하면 되는 것이다.

다시 한 번 월성원자력의 강점을 돌아보자. 월성원자력은 중수로이며 U235를 0.7% 함유한 천연우라늄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3~5% 저농축 우라늄 경수로보다 제작 부대비용이 적고 연료비 면에서도 경쟁력이 높은 강점이 있다. 무엇보다 국산화 개발로 완전자급의 길이 열려 있으나, 현재 국제시세가 맞지 않아 잠시 개발이 유보된 상태일 뿐이다. 또한 경수로 폐연료는 재처리 사업이 국제적으로 승인되어 있으며, 중장기 마스터플랜이 구축된 후에는 엄청난 양의 미연소 U235를 분리해서 연료로 탈바꿈하면 연료 수입 걱정이 없는 그야말로 군침 도는 원자로형인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번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보면 월성1호기를 기필코 죽이겠다고 사망선고를 내렸다. “왜? 무슨 죄목인가?” 월성1호기 폐로(廢爐)에 따른 LNG가스 대체비용을 살펴보자. 시설용량을 678MW, 연간 이용률을 설계 기준 80%로 잡으면 발전량이 48억KWh이다. 원전과 가스 간의 발전차액을 2016년말 기준으로 원전 68원, 가스 101원, 신재생에너지 156원으로 계산하면 1천584억원의 이익이 발생한다. 아이러니하게도 LNG 국제시세는 오르락내리락 종잡을 수가 없다. 실례로 2015년말에는 169원이었으니 이것으로 환산하면 4천848억원이 된다. 가만히 앉아있어도 이 돈이 굴러들어온다는 얘기다. 핵 안보 측면에서도 잠재적 핵능력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필연이다. 월성원전단지에는 7천500톤의 폐연료봉이 저장되어 있고, 이들은 약 1%의 플루토늄을 함유하고 있다. 만약 어쩔 수 없는 최악의 경우에 이것을 재처리 후 정제하면 플루토늄 원자폭탄 1만8천개가 일시에 나올 수 있는 양이다.

어느 일간지 헤드라인 내용을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난다. 신규 원전 건설에 25조원이 들어갈 것을 신재생에너지시설 건설에 100조원을 들이는 꼴이라는 표현이었다. 정말 따끔한 질책이 아닐 수 없었다. 탈(脫)원전 기치를 내리고 합리적 에너지 믹스로 얻어지는 발전차액을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매진하면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세계가 부러워할 신재생에너지 강국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고립된 전력망과 에너지 수급망의 불안정, 그리고 에너지원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 빈곤국이라는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특수성과 탈원전 선언으로 고급인력 실업자가 급증하고 기술개발품이 사장되는 폐단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시시각각 들쭉날쭉한 신재생에너지의 어깨춤에도 흔들림 없이 세계최고의 전기 품질을 유지하는 한국전력의 계통 운용기술의 경이로움에 찬사를 보낸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걱정도 산더미처럼 가슴을 짓누른다. 제발 상상하기도 끔찍한 대규모 정전 사태의 참상이 발생하지 않기만을 학수고대한다. 학문과 기술이 발전한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지구 저편 ITER 프로젝트 현장에서 피땀을 흘리며 건설 중인 핵융합발전의 낭보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리지만, 향후 실증로가 선보이기까지는 검증된 발전기술인 원자력발전이 유일한 대안이며 에너지의 주종이 될 수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이 물밀듯이 다가와도 국토 보존과 효율적 이용, 그리고 전세계적 약속인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저감은 크나큰 우리의 숙제다. 또한 전기료 인상에 따른 국민적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참에 국민 모두가 전향적 인식을 공유하기 바란다. 아울러 정부도 법치국가다운 면모를 갖추어 신인도를 국내외에 널리 유지해주길 부탁한다. 지구는 후세들에게서 잠시 빌려온 아름다운 유산임을 잠시도 잊어선 안 된다.

박재준 원자력발전 전문가, 울산전문경력인사지원센터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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