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빼는 하루가 되게 해주소서
힘을 빼는 하루가 되게 해주소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1.18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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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다. 아니 실로 몇 개월 만에 겨울비다운 비가 내렸다. 마음은 후련해지는 것 같은데 왠지 한편은 갑갑하다.

꽃이 피었다 지는 것은 자연 만물의 이치라 하지만 떨어지는 꽃은 아쉬움이 낳는다. 그래도 꽃은 시들고 떨어져야 씨앗을 잉태하니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을 해 본다. 꽃이 지지 않고 사계절 항상 피어있다면 얼마나 무의미하고 아름다움마저 상실할까. 그리고 갑자기 꽃이 없어진다면 다음에는 무엇이 대체할까?

작금의 정치상황을 보면 우리 국민들은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보며 살아가야하는지 답이 없다. 진보는 승리에 도취돼 만용을 부리고 보수는 탈출구를 찾지 못해 헤매고 있는 형국이다.

내가 원하는 일이 이뤄졌다고 결과가 좋다고 할 수도 없고 원하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고 해서 괴로워할 필요도 없는 노릇이다. 속담에 ‘일은 사람이 하고 뜻은 하늘이 이룬다’는 말이 있다. 하늘이 모든 승패를 결정한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가 최선을 다한다면 결과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부유하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다. 신문이나 매스컴 매체를 통해 보고 듣고 느낀다. 부모 형제간에 법정다툼, 가진 자가 어려운 이웃을 기만해 빼돌린 재산을 자기 것으로 하려다 감옥에 가는 꼴은 눈을 찌푸리게 하고 뭇사람의 따가운 눈총과 저주를 받는다. 아름답고 행복하다는 것은 자연이나 인간의 삶 모두가 똑같다.

사람들은 삶이 힘들고 불안하니까 행복을 원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 속에 행복이 실현된 적이 없기 때문에 행복을 손에 잡을 수 없는 신기루로만 생각하지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얻을 수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알지 못한다. 아무리 부귀와 권력을 누린다한들 그 마음이 불안하고 죄스러우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근면, 검소, 양심, 사랑, 정직이 행복을 얻는 지름길인 것이다. 또 행복한 삶은 아름다운 미소를 낳는다.

문재인대통령이 취임한지도 벌써 8개월이 지났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이전까지와는 다른 대통령의 모습을 약속했다. “대통령부터 새로워지겠다”는 말로 대선후보 시절 주요 공약 중 하나였던 ‘광화문시대 대통령’을 천명, 청와대를 나와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서 집무하면서 국민들과 소통을 할 것임을 확인했다. 이어 권위적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고,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자 깨끗한 대통령, 약속을 지키는 솔직한 대통령, 따뜻하고 친구 같은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바꾸겠다”고 강조하며, “야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라며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약속을 지켰다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상당수의 과정들이 진실이 결여된 보여주기 식으로 비치고 있고 대통령 주변이나 여권은 잔뜩 힘을 주고 전쟁에서 승리한 장수의 모양을 감추지 않고 있다. 취임 8개월이 지났으면 이제는 교만을 버리고 가진 힘도 조금 뺐으면 하는데 아직은 안 되는 모양이다.

이해인 수녀님의 기도문이 절절이 가슴을 울린다.

주님, 오늘 하루도 제가 힘을 빼는 겸손으로 기쁜 하루가 되게 해주소서.

힘을 빼는 일이 생각보다 어려움을 날마다 새롭게 경험하기에 제겐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누구보다 먼저 사랑하고 배려하는 일에만 힘을 쓰고 그 외에는 힘을 빼게 해주소서.

교만에서 겸손으로, 고집에서 온유로, 이기심에서 이타심으로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도움의 은총 베풀어주소서.

제가 살아있는 동안 이 연습을 잘해서 어느 날 온전한 봉사자로 지복의 나라에 도달할 수 있는 행복을 허락해주소서. 아멘.

이주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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