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소리] 20억 들여 용역은 왜 한 것이냐? (下)
[생명의 소리] 20억 들여 용역은 왜 한 것이냐? (下)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1.1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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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와 울주군은 신불산 케이블카 상부정류장 지점이 허가 날 수 없는 곳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용역을 강행해 예산을 낭비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옮긴 위치도 부적합하다’고 군에 공문을 보냈다는 사실을 유역청을 방문해서 들었다”는 게 ‘조속한 허가’를 요청하러 갔다던 분의 이야기다.

군에서는 “환경부차관이 위치를 옮기면 허가를 내 준다더라”고 했고 찬성하는 군민들에게조차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도 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환경영향평가 초안 의견에서도 “복합웰컴센터에서 간월재 동쪽 능선(1.85km) 상부정류장의 위치가 낙동정맥의 핵심·완충 지역에 접해 있고 기존 등산로와 연결되기 때문에 다른 2개 노선을 더 선정하고 환경성·안정성·경제성을 조사한 다음 반대 단체들과 공동조사를 통해 환경영향평가 본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었다.

그런데도 시와 군은 군민들을 기만하면서 “반대 단체들 때문에 안 된다”는 식으로 여론을 몰아가 시민들 사이에서 갈등을 조장했다. 군은 군민들에게 무엇이 사실인지, 공식적으로 해명해야 한다.

시와 군은 환경영향평가 초안의 의견을 따르지 않고 환경영향평가 조사를 단독으로 시행했고, 지난해 연말에는 영향평가 보고회까지 가졌다. 보고서에는 멸종위기 동식물이 추가로 발견됐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멸종위기 II급’으로 지정돼 국제적 적색목록식물로 분류된 ‘구름병아리난초’ 자생지가 상부정류장 쪽에 있다고 발표한 것이다. 군에서는 이 보호식물을 이식하거나 현장에 그대로 둔 채 이를 피해 상부정류장을 짓는 방안이 있다고 밝혔다. 식물전문가들은 ‘이 식물은 연구가 안 돼 있고 이식이나 환경변화를 주는 공사를 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또 “식물의 생태를 모르는 상태에서 이식이나 생육여건 변화를 꾀하는 일은 배제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환경부는 자생지에 대한 정밀조사와 건강성 조사를 명할 수밖에 없고, 사업 시기도 늦춰질 수밖에 없다. 이는 시와 군이 자초한 일이나 다름없다. 2013년 사업타당성 용역부터 환경영향평가 본안 및 실시설계 용역비로만 20억원이 들어갔다는 게 언론의 보도다. 그런데도 사업 추진을 스스로 어렵게 하는 용역 결과만 자꾸 만들어내고 있으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전문가들에게 조사를 의뢰하는 것은 안 될 곳을 되게 하라는 것이 아니다. 법과 지침에 따라 보호종이 없는 적절한 위치를 찾아 환경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는 방안을 찾자는 것이다. 답답한 것은 세금을 들여 용역을 했는데도 사업은 제자리걸음이란 사실이다. 이제는 더 이상 갈 곳도 없어 보인다. 노선 선정부터 다시 해야 하는데 동력마저 잃어버린 것 같다.

용역팀과 행정기관이 긴밀하게 협력할 필요가 있다. 법적 보호종이 서식하는 곳이나 법과 지침에 어긋난 곳이라면 용역 중간이라도 노선 변경을 유연하게 해야 한다. 사업종류도 처음부터 생각했던 것만 고집할 게 아니라, 여건에 맞도록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도 결과는 ‘내 돈 들이고도 내 목 조른’ 셈이 됐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된 경위를 밝힐 필요가 있다.

사업을 추진하다 보면 돌발 사건이 생길 수는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자연공원법이나 지침에 어긋난다는 사실을 알고도 세금을 들여 용역을 강행했고 법적 보호종이 있음에도 계속 추진했다는 것은 잘못된 행정이자 세금의 낭비다. 이젠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지자체 공무원은 물론 국가기관인 환경부도 법과 지침을 지켜가며 허가를 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감사와 징계가 필연적으로 뒤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윤 석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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