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칼럼]소수민족의 고향 라오스를 가다
[이정호칼럼]소수민족의 고향 라오스를 가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1.17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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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저녁 무렵이면 나는 EBS 채널에 시선이 고정된다. 4일 분량의 ‘세계테마여행’을 집중 방송하기 때문이다. 새해 첫 주에는 라오스 편이었는데, 주제가 ‘소수민족의 고향 라오스’로 산간 오지 소수민족 탐방 모습을 담았다. 주된 민족인 라오족 외 몽족 등 48개 소수민족이 있고, 더 세분하면 160여 민족에 이른다. 아마도 큰 산들이 가로막아 섰고, 국토를 관통하는 메콩강과 그 지류들이 사람들의 교류를 단절시켜서일 것이다. 마침 라오스를 다녀온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기에 더욱 관심 있게 보면서 글로 정리하고 싶었다.

친구들 네 부부로 단출하게 여행단을 꾸렸다. 먼저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꼭 가볼만한 곳이라는 쪽과 그 반대로 나뉘는데 나는 전자에 동의하고 여행길에 나섰다. 이미 다녀온 사람은 그 나라 사람들의 편안한 미소를 보고 오라는 인사를 했다. 겨울에 떠나는 열대지방으로의 여행은 추위를 잊고 여름을 즐긴다는 기대감이 좋았다. 5시간을 날아서 수도 비엔티안에 도착했다. 현지에서 점심을 먹고 관광에 나섰는데, 볼 것이라고는 사원이 전부였다. 80만 인구가 사는 이 도시는 낮은 건물만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깔고 앉은 자리가 무척 넓었다.

이틀째는 200년 전 수도였던 루앙프라방이었다. 인구 6만의 이 도시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소승불교의 성지였다. 라오스 마지막 왕조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왕궁박물관은 무척이나 존엄했다. 베트남과 마찬가지로 프랑스 식민 역사를 가진 라오스에는 전통 가옥이 많지만 시가지 건물은 대개 프랑스식이었다. 그런데 비엔티안에 있던 콘크리트 덩어리인 짝퉁 개선문은 눈에 많이 거슬렸다. 그 다음 날 새벽에 보았던 탁밧 행렬에 감동했고, 숲속에 있는 쾅시폭포를 오가면서 바라본 휴면기의 시골 모습이 평화로워 보였다.

사흘째 여행길의 방비엥은 라오스의 대표적인 관광도시였다. 우리는 여기서 이틀을 보냈다. ‘소계림’이라 불릴 만큼 산수가 빼어나고, 맑은 물이 사철 흐르는 쏭강에서의 카약 체험과 뱃놀이가 일품이었다. 진짜 재미난 체험은 블루라군으로 이동하여 열대성 거목과 거목 사이를 외줄로 이동하는 ‘Zip line’ 타기였다. 엄청난 높이에서 공중에 매달리는 것이 무서울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고, 위험할 것 같지만 안전했다. 젊은 사람들이나 즐기는 건 줄 알았는데 나도 타보았다는 뿌듯한 기분이 들어서 더욱 좋았다.

마지막 날은 다시 비엔티안으로 이동하는 날이었다. 여행지를 이동하면서 가이드에게 듣는 정보나 바라보이는 풍경들에서 느껴지는 것이 많았다. 전 국토가 거의 황토인지라 수질이 좋고, 친환경 먹거리도 풍부하며, 음식이 우리 식성이랑 비슷하여 불편함이 없었다. 그들의 모습이 우리랑 별 차이가 없어서 친근했고, 한국산 차가 무척 많아서 좋았다. 그들은 느긋하며, 화를 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니 배울 점이다. 한국산 차량의 비율도 무척 높았고, 가는 곳마다 한식당도 있어서 이만한 여행지도 드물다 할 것이다.

여행하는 동안 편안한 시간이 되었던 라오스는 대강 이러하다. 한국 국토의 2.5배 넓이의 라오스 인구는 800만 명 내외이다. 동으로 베트남, 서로 태국, 남으로 캄보디아, 북으로 미얀마와 중국 운남성으로 둘러싸인 내륙국이다. 주변국으로부터 끊임없이 침략을 받다가 프랑스가 인도차이나반도에 진출하면서 캄보디아와 베트남에 이어 1897년에 라오스도 프랑스령이 되었다. 1954년에 독립하였으나 베트남이 공산화되던 1975년부터 공산화되어 약소국가의 비애를 벗어나지 못하고 국가 재정의 80%를 원조에 의존한다.

사정이 이러하니 라오스는 우리의 60년대 시절에 머물러 있는 나라다. 산이 많고 메콩강이 2천km나 관통하니 열대 과일이 풍부하고 다작이 가능한 토지를 갖고 있지만 2차 산업은 여전히 난망이다. 그래도 국가는 발전을 서두르지 않고 환경을 중시하는 정책을 첫머리에 둔다. 그들이 믿는 소승불교는 홀로 수행하여 깨달음에 이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스님을 공경한다. 불심이 유독 깊은 나라여서 그들은 마음이 평화로우며 화를 내거나 조급하면 안 된다고 믿는다. 그들은 가난하고, 교육 수준이 낮고, 생활이 불편하나 자존감이 높고 소박하다.

올 1월 둘째 주 KBS 1TV의 인간극장 주제가 ‘고마워요 아짠’이다. 라오스를 여행했던 조근식이라는 약사가 라오스를 돕는 이야기다. 그는 다달이 라오스를 찾아가서 산간 오지마을에 학교를 지어주는 등 13개 학교의 시설을 개선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등의 일을 한다. 그의 선행은 스스로 복을 짓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큰 자랑이다. 그에게 라오스 최고의 인사인 ‘쏙띠(행운을 빈다)’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의 도움에 힘입어 라오스의 산간 오지 사람들이 문명의 폐해를 겪지 않으면서 생활이 나아지기를 기원한다.

이정호 수필가, 전 울산교육과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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