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평화적 임금교섭이 필요하다
합리적·평화적 임금교섭이 필요하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1.16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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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부터 장장 9개월가량 이어져 온 현대차 임단협이 지난 15일 2차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 61.06%로 가결되면서 마무리됐다. 노사관계 30년 역사상 처음으로 임단협이 해를 넘기면서 장기화 우려를 키웠지만 연초에 신속하게 타결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교섭 과정을 돌이켜보면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다. 노조가 임금 5만8천원 인상, 성과금 300% +320만원을 받아내기 위해 28차례나 파업을 하고 회사에 8만9천400여대, 1조8천900여억원의 손실을 입히면서까지 소모적인 교섭을 진행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노사가 일정한 기준을 정해 전년도 실적에 따른 임금인상과 성과금이 합리적으로 책정되는 시스템을 마련한다면 이런 소모전을 펼칠 이유가 없다. 현대차 노사가 이처럼 긴 시간을 협상에 매달릴 동안 경쟁업체 노사는 점유율 확대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합심해서 생산확대, 품질향상 노력을 기울여왔다. 매년 이런 일이 반복되면 타 완성차업체와 경쟁이 되려야 될 수가 없다. 제품의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안정적 노사관계는 필수이다.

물론 이번 교섭을 통해 거둔 성과도 있다. 직원들에게 매칭그랜트 방식의 중소기업 제품 구매 포인트를 1인당 20만원씩 지급해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의 판로를 지원하고, 2021년까지 사내하도급 근로자 3천500명을 추가로 특별 고용키로 하는 등 노사가 사회적 책무를 강화한 의미 있는 합의를 도출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현대차 노사는 이르면 오는 4월 또다시 임금협상 테이블에 마주앉는다. 임단협 교섭이 끝난 지 수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또다시 교섭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경영위기에 직면한 회사로선 부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다시 임단협이라는 문제를 두고 노사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지난해를 돌이켜본다면 불을 보듯 뻔하다. 노조는 더 이상 회사를 투쟁의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 노사가 협력해서 생산성 향상과 품질 향상에 노력해야 한다.

현대차 노사가 임단협에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에 경쟁사 노조는 회사와 어떻게 협력하며 회사의 가치를 높이고 고용안정의 정당성을 확보해 나가는지 스스로 동기부여를 할 필요가 있다.

투쟁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은 역대 교섭에서도 확인된 만큼 올해 임금교섭 과정은 합리적이고 평화적으로 진행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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