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소리] 20억 들여 용역은 왜 한 것이냐? (上)
[생명의 소리] 20억 들여 용역은 왜 한 것이냐? (上)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1.16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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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불산 ‘구름병아리난초’ 자생지를 원형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보도자료를 내자 언론사에서 “사진 없이 어떻게 자료를 내냐?”고 연락이 왔다. 울산시에서는 “현장이 어디냐? 언제 가서 조사해서 발표까지 하냐?”고 묻는다. “저희 단체에서 조사한 게 아니라, 울주군에서 준 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용역에 따라 발표된 내용”이라고 답했다. 그랬더니 “케이블카를 하지 말라는 것이냐? 노선을 옮기라는 것이냐?”고 되묻는다. 보도자료에 케이블카를 언급하지 않은 것처럼 별개의 이야기라고 알려주었다.

120만 울산시민 모두가 원하는 관광사업을 위해서 하는 건설사업이라 해도 멸종위기 동식물의 서식처가 있다면 그 자리의 주인은 그 식물이고 동물이다. 따라서 그들이 잘 살 수 있도록 해주는 일이 우선이다. 이용은 그 다음에 고려할 사항이다. 문제는 ‘구름병아리난초’라는 식물에 대한 연구가 아직 덜 되어 잘 모른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식을 해본 적도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또 높은 산, 소나무 아래라는 특이한 지형에서 자라고 특정 곰팡이와 공생하는 등 까다로운 환경에서 사는 난초라고들 한다.

울주군에서 ‘이식’을 하거나 자생지 주변에 건물을 짓겠다고 대안을 제시하면서 전문가들의 걱정이 쏟아졌다. 내부 토론을 거쳐 공론화하기로 했다. 국가멸종위기 동식물을 관리하는 환경부의 결단을 요구하게 됐다. 환경부(낙동강유역환경청)는 정확한 조사 이후에 보호정책을 펴겠다고 했다.

문제는 자생지를 알아낸 것이 울산시 울주군 용역을 통해서라는 점이다. 2013년부터 시작된 타당성 용역부터 환경영향평가 초안, 본평가를 위한 조사 등의 사업에 20억 원이 들어갔다고 했다. 그런데 용역비는 전부 세금이다. 더 심각한 것은 2013년 신불산 케이블카 사업 타당성 용역부터가 엉터리였다는 점이다. 2006년, 바람이 강하게 부는 곳에서 ‘3선 방식’으로 추진키로 했지만 용역 결과는 ‘2선 방식’, 사업비 300억으로 가닥이 잡혔다. 그러나 다음 용역에서는 바로 3선 방식을 택했고 사업비는 600억으로 불어났다. 앞선 용역에 잘못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또 당초 능선을 넘어가는 상부 정류장은 환경부와 환경부 전문가들이 법과 지침에 어긋난다고 몇 번이나 강조한 바 있다.

시와 군은 환경영향평가 초안을 위한 조사까지 했다. 결국 노선을 아래로 내렸다. 옮긴 곳도 낙동정맥 핵심지역과 완충지역 안이다. 낙동강유역청이 군에 기존 등산로와 연계된다며 ‘부적합’ 의견을 공식으로 보냈다고 한다. 이는 최근 찬성 단체가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듣고 울주군에 확인한 사항이다. 찬성 단체 쪽에서는 이 같은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한편 군은 환경영향평가 노선 재선정 후 공동조사 원칙을 무시하고 시행한 환경영향평가 조사에서 상부 정류장 부지에 멸종위기 동식물 중 식물 서식처가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사업하겠다는 측에서 자기네 돈 내고 용역을 하면서 발목 잡힐 내용이 나온 것을 발표하고 허가를 안 내준다고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는 평가들이다. 용역 기간을 변경하고 다른 대안을 찾는 것이 이치에 맞다고도 한다.

용역이란 그 결과를 감추는 게 아니라 될 수 있는 곳을 찾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또 용역이란 전문성을 빌리는 일이다. 법과 지침을 지키고 사업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 환경부 국가공무원도 지자체 공무원처럼 법과 지침을 지켜야 한다. 법과 지침을 지키지 못하는 곳에 허가를 내 주라고 할 수는 없다.

시와 군은 지금처럼 허가할 수 없는 용역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시민들에게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 예산을 낭비하는 잘못된 행정집행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리고 행정을 지지했던 시민과 건설을 촉구했던 주민단체들이 느꼈을 실망감에 대해서도 사과하는 진실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시와 군은 서부 울주권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신불산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일들을 찾아낼 수 있도록 열린 행정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고 했다.

윤 석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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