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물이 올라온다·속이 쓰리다·가슴이 답답하다… 21세기病 ‘위식도 역류질환’
신물이 올라온다·속이 쓰리다·가슴이 답답하다… 21세기病 ‘위식도 역류질환’
  • 김규신 기자
  • 승인 2018.01.15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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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병규 교수
100명 중 10명 발병… 비만·당뇨와 함께 증가 추세
심장병과 증상만으로 구분 어려워 전문의 진단 필수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해소 불가, 약물치료 병행해야
투약
▲ 울산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병규 교수가 진료를 하는 모습.
역류성 식도염을 포함한 위식도역류질환이 최근 많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관심 또한 많이 받고 있다. 예전에 비교적 흔했던 위궤양이나 십이지장궤양 같은 병은 감소하는 반면, 위식도역류질환은 비만, 당뇨 등과 함께 21세기병이라 불릴 정도로 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성인 100명 중에 10명 정도가 이 질환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위식도역류질환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위식도역류질환은 정상적으로 소장으로 내려 가야 할 위산이나 음식물이 거꾸로 식도로 올라오면서, 식도, 후두 등에 손상이나 자극을 주면서 여러 가지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흔히들 ‘신물이 올라온다’라고 많이 표현한다. 이 신물이 위산인데, 쇠도 녹일 만큼 강하다.

이렇게 강한 위산에 대해 위 자체는 방어막이 있지만, 식도와 후두는 이런 방어막이 없기 때문에 통증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

위산이 거꾸로 역류하는 현상은 여러 원인에 의해서 생기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하부식도 조임근이 약해지면서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는 것이다.

하부식도 조임근이라는 것은 식도와 위 사이에서 밸브역할을 하는 근육인데, 음식물이 내려 갈 때는 열리고 다른 때는 닫혀서 위산 역류를 방지한다.

이 것이 약해지면 위산이나 음식물이 역류한다.

일상생활 속 위험인자들을 살펴보면 임신이나 비만 등으로 배 안의 복압이 올라갈 때 역류가 잘 생긴다.

과음, 흡연, 기름진 음식, 그리고 커피나 탄산음료 등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위식도역류질환의 전형적인 증상으로는 가슴쓰림과 역류 증상을 들 수 있는데, 가슴쓰림은 말 그대로 가슴 안쪽이 쓰라린 느낌이다. 영어로는 하트번(Heartburn)이라고 하는데, 심장이나 가슴이 타는 듯한 느낌을 말하며 그 만큼 괴로울 수 있다.

어르신들이 말하는 가슴앓이와 생목오른다는 것의 상당수가 아마도 이 위식도역류질환으로 추정된다.

역류 증상이라는 것은 위액이나 음식물이 목이나 입으로 역류하는 건데, 입에서 신맛, 쓴맛이 난다.

보통 과식을 하거나 식사 후 눕게 되면 증상이 잘 발생한다.

환자들은 “신물이 올라온다”, “속이 쓰리다”, “식도가 화끈거린다”, “가슴이 답답하다”, “입이 쓰다”는 등의 다양한 표현을 한다.

그밖에 비전형적인 증상으로서 만성기침 혹은 헛기침과 후두이물감이 있으며 천식도 생길 수 있다.

주위에 보면 이유 없이 “흠~ 흠~” 이런 식으로 계속 잔기침이나 헛기침을 하는 이들이 있다.

또한 목안에 가래나 이물질이 낀 듯 불편한데, 아무리 없애려 해도 잘 안 없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들도 상당수는 위식도 역류질환 때문이다.

그렇다면 위식도역류질환은 건강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까?

사실 위식도역류질환이 당장 생명에 지장을 줄 만큼 위험하지는 않다.

질환이 오래되고 심해지면 식도가 좁아져서 음식물을 삼키기가 곤란해질 수는 있지만, 서양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

또한 이 질환 때문에 식도암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이것 또한 우리나라에선 드물다.

다만 일상생활을 하면서 앞서 말했던 여러 증상들, 예를 들어 가슴 부위가 화끈거리거나 쓰리고 아픈 것이 반복적으로 또한 지속적으로 발생한다고 생각하면 문제가 없을 수는 없다.

이러한 통증 때문에 일상생활에 많은 지장이 있고 더불어 삶의 질이 아주 많이 떨어진다.

목안에 이물감이 있고, 사람들 앞에서 잔기침을 계속한다면 본인 스스로 불편할 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에서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지 않을까?

보통 가슴이 아프면 심장병으로 생각하는데, 역류성 식도질환과는 어떻게 다를까?

사실 심장병과 역류성 식도질환을 증상 만을 갖고 구분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증상이 아주 비슷하기 때문이다.

심장병은 보통 고혈압, 당뇨나 흡연력이 있는 경우가 많고, 계단을 오르는 것처럼 운동할 때 잘 생기는데 이를 갖고 완전히 구별할 수는 없다.

따라서 가슴에 통증이 있을 때에는 혼자서 자가 진단을 하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을 하는 게 좋다.

역류성식도질환은 어떻게 진단할 수 있을까?

일단 가슴이 쓰리거나 위액이 입으로 올라오는 전형적인 증상이 있는 경우, 이 질환을 강력히 의심하게 된다.

치료약을 먼저 써 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증상이 있을 때 보통 위내시경검사를 많이 한다.

환자의 약 반 정도에서 식도 하부에 상처가 발견되는데, 이렇게 내시경으로 진단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은 있지만 위내시경 검사에서 별 다른 이상이 없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약을 우선 사용하고 증상이 좋아지는 것을 관찰하거나, 24시간 식도산도검사라고 해서 위산이 역류하는 정도를 정밀하게 알 수 있는 검사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역류성식도질환을 음식이나 생활 변화로 치료할 수 있을까?

음식과 생활습관이 위식도 역류 질환의 발생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미 발생한 증상은 생활 습관만 개선시킨다고 해서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약물 치료와 병행할 것을 권유하고 있는데, 음식으로는 너무 맵거나 기름진 음식, 탄산음료나 커피를 피하고 담배는 끊어야 한다.

환자들이 증상이 심해지는 이유로 가장 많이 말하는 것이 과식과 과음이다.

그래서 음식의 종류 보다는 한 번에 먹는 양을 줄이는 방향으로, 즉 과식을 피해야 하고 잠자리에 들기 2~3시간 전에는 식사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리고 비만, 특히 복부비만은 위험인자이기 때문에 적절한 체중 유지를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과격한 운동도 역류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운동 강도를 조절하는 것이 좋다.

치료제로는 위산분비 자체를 줄여주는 위산분비 억제제, 이미 나와 있는 산을 중화시켜주는 제산제와 위산을 빨리 아래로 내려가게 하거나 식도조임근을 강화시키는 위장운동촉진제 등이 사용된다.

상황에 따라 조합을 해서 사용하게 되는데, 치료가 잘 되는 경우는 하루 한 알 정도의 위산분비 억제제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다.

약을 먹기 시작하면 보통 2~3일 내에 증상이 좋아지기 시작한다.

2개월 정도 치료하면 증상도 없어지고, 내시경검사에서 보였던 식도의 상처도 많이 호전된다.

하지만 약물을 중단하면 6개월 이내에 약 80%까지 재발하는 것이 문제다. 증상의 조절을 위해 약을 계속 먹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일단 치료가 잘 돼 약을 끊고 난 후 증상이 재발한다면, 증상의 정도에 따라 매일 복용할 수도 있고, 증상이 있을 때만, 그러니까 필요할 때만 약을 먹을 수도 있다.

최근에는 약이 아주 좋고 잘 듣기 때문에 수술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위산뿐만 아니라 음식물도 같이 역류하거나, 약을 매일 먹는 것이 너무 불편하다든지, 약이 잘 안 듣지 않는다거나 혹은 질환이 장기화 또는 심해져서 식도가 좁아지는 합병증이 생긴다면 수술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역류질환은 약물로서 치료가 잘 되는 병이다.

따라서 앞서 말한 증상들이 있다면 참지 말고 전문의의 진찰을 받고 적절하게 치료하길 바란다. 몸이 좋아지면 기분도 좋아지고 기분이 좋아지면 일도 잘 된다.

정리=김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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