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박새의 출현과 모범공무원의 이냥 기부
동박새의 출현과 모범공무원의 이냥 기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1.14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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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활 주변에서 새가 관찰된다는 것은 그만큼 친환경적이라고 인식해도 좋다. 또한 새가 콜(Call·일반적인 소리)이나 송(Song·번식기의 소리)을 한다면 그 환경이 건강하고 안정적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새의 ‘콜’과 ‘송’은 안정된 환경에서만 들을 수 있는 그들만의 언어와 기호 전달의 소리이기 때문이다.

새가 찾지 않는 곳은 사람도 살기 어렵다.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다. ‘가난이 창문 열고 들어오면 사랑은 대문 박차고 나간다’는 속담처럼 안정된 공간에서는 흥얼거림과 배려와 사랑이 싹트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반목(反目)과 질시(疾視)가 가득할 뿐이다. ‘창문 열고 들어오는 가난’은 파괴되어가는 환경이며, ‘대문 박차고 나가는 사랑’은 건강한 환경을 찾아 떠나는 한 마리 새일 것이다.

남구청 주차장에서 새가 관찰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는 남구청사를 중심으로 가까운 울산문화공원, 비둘기공원, 햇살공원, 왕생이공원, 달빛공원 등 주위 녹지대의 연결효과이기 때문이다. 남구청 주차장에 심어진 야광나무, 눈주목, 철쭉, 등나무, 소나무, 감나무, 은행나무, 벚나무, 향나무, 메타세쿼이아 등 키 작은 나무와 키 큰 나무가 조화롭게 혼재돼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특히 나무들이 좌우 대칭으로 심어진 남구청 주차장은 숲 체험의 산교육 현장이라 할 만큼 유명하다. 새가 찾는 환경은 그만큼 중요하다.

지난 5일(금) 낮 12시 10분경, 남구청 주차장에 동박새가 날아들었다. 지인과의 점심 약속으로 등나무 아래 군집기 옆 쉼터에서 기다리던 중 새 몇 마리가 머리위로 빠르게 날아왔다. 참새이겠거니 하고 무심코 지나쳤다. 몇 초가 지났을까. 참새 소리가 아니었다. 직감적으로 고개를 젖혀 새를 찾았다. 등나무의 얽히고설킨 가지에 앉은 동박새가 눈에 들어왔다. 시간을 확인하고 개체수를 헤아렸다. 하나, 둘, 셋…, 모두 11마리까지 헤아렸다. 하지만 그들과는 짧은 만남으로 만족해야 했다. 몇 커트의 사진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그들은 말없이 찾아왔다가 소리 없이 떠나는 후조처럼 또 다른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직박구리, 까치, 참새, 박새, 딱새에 이어 동박새까지 관찰된 셈이다.

동박새는 참새목 동박새과에 속하는, 몸집이 작고 행동이 재빠른 우리나라 텃새이다. 등과 날개와 꼬리는 녹색이고, 배는 백색이다. 눈 둘레는 흰색의 테를 둘렀다. 번식기 외에는 무리를 이루어 활동한다. 주로 땅위 생활보다 등나무, 칡덩굴 등 무성한 가지가 뒤엉킨 교목의 가지를 옮겨 다니며 먹이를 찾는다. 특히 동백꽃, 매화가 필 시기에는 꿀을 먹기 위해 동백나무와 매화나무를 찾는다. 동박새가 동백꽃을 찾는 이유는 먹이 때문이다. 동백꽃은 새가 꽃가루를 옮겨 수분을 시키는 조매화(鳥媒花)로, 동박새가 이 일을 맡는다. 동박새라는 이름은 동백꽃의 꿀을 먹는다 해서 붙여졌다는 게 일반적 해석이다.

한편 박새, 직박구리, 갈박새 등에서 ‘박’은 박(薄) 혹은 박(駁)으로 쓴다. 작은 것, 무늬가 있는 것 등의 의미가 있다. 구태여 동백꽃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작은 새’라는 의미가 바탕이 된다 하겠다. 동박새는 녹색의 고운 깃하며 눈가의 하얀 둥근 띠가 깜직하여 마치 날아다니는 예쁜 꽃과 같은 새이다. 동박새는 몸집이 작은 만큼 천적을 알리는 경계소리도 작고 짧게 낸다. 그 소리를 들은 주위 새들은 무조건 아래로 숨거나 처박힌다. 생존전략이자 유전적 행동이다.

같은 날 남구청장실에서 장학금 전달식이 있었다. 남구 모범공무원 11명이 모범공무원 수당을 모은 돈 356만원을 ‘남구장학재단’에 기탁했다. 11명은 ‘열 숟가락의 밥이 모이면 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한 그릇의 밥이 된다’는 십시일반(十匙一飯)의 뜻을 그대로 실천했다. 이보다 더 멋진 실천을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는가? 그들의 이냥 기부 소식이 잔잔한 감동이 되어 안개처럼 가슴을 적신다.

이냥 기부는 망설임이 아니라 흔쾌함이었다. 한 사람 한 사람 높이 헹가래라도 쳐주고 싶었다. 선공후사(先公後私)를 실천한 그들의 이냥 기부 소식은 마치 팀워크가 조화를 이룬 축구 경기를 보는 듯했다. 열한 명이 함께하면 골 넣을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지 않겠는가? 관목과 교목이 함께 어우러져 숲을 이루듯 모범공무원이 모여 모범적 공무원사회를 이룬다고 보면, 그들이 ‘남구청 소속’이란 사실이 얼마나 자랑스러웠겠는가? 또 그 마음들이 남구장학재단의 지속가능한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남구장학재단은 2005년 설립 이후 현재까지 고등학생과 대학생 793명에게 총 25억6천30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고 한다. 낙엽이 떨어져 뿌리로 돌아가듯 남구장학재단은 남구의 인재를 묘목처럼 열심히 키우고 있는 셈이다. 한창 커가는 이들 남구의 미래인재들이 삼호동 철새공원 삼호대숲을 찾는 백로와 떼까마귀처럼 여겨진다. 그들이 언젠가는 남구로 다시 돌아와 전문가 자리에서 좀꽝꽝이나무, 회양목 같은 관목이 되고 꽃사과, 백목련 같은 교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그들이 동박새 같은 반가운 민원인들을 웃음으로 맞이하며 ‘미래를 향해 변화하는 희망찬 행복남구’의 안정된 환경을 만들어갈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같은 날 남구청에서 있었던 ‘동박새의 출현’과 ‘모범공무원들의 이냥 기부’는 우연한 일이었지만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움이 남아 한 줄의 글로 남긴다.

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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