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방역 전성시대
드론방역 전성시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1.14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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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총아’라면 무인경량비행체 드론(Drone)을 빼놓을 수 없다.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를 나르는 과정에 드론이 사상 처음 야간비행을 선보인 것만 보아도 짐작이 가는 일이다. 어느 뉴스매체는 <국산 드론 ‘야간비행’ 1호 출격>이란 제목을 달기도 했다.

최근 들어 드론이 ‘귀하신 몸’ 대접을 받는 영역이 한층 넓어지고 있다. 소나무 재선충 예찰에서 해수욕장 인파 조사, 조류 인플루엔자(AI) 예방, 쓰레기매립장 방역에 이르기까지 그 분야는 확장일로에 있다. 전자 쪽은 울주군이 한 발 앞서간 듯하고, ‘AI 예방’ 쪽은 AI 확산이 두려운 지역일수록 극성이다. 열거하자면 숨이 가쁠 정도다.

경상북도는 지난해 10월 26일 김천시 농업기술센터에서 ‘AI 원천봉쇄와 초동진압’을 구실삼아 ‘AI 가상방역훈련’을 실시했다. ‘드론 조종자 국가자격증 과정’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운영한다는 대경대학교 무인항공교육원은 <드론 방역! AI 예방에 투입되다!>란 호들갑스런 구호를 내걸고 지난해 12월 11일 자격증 희망자 모집 기사를 ‘드론 뉴스’에 띄웠다.

전남 최대의 닭·오리(가금류) 사육지인 나주시와 나주축협도 경쟁대열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12월 7일, ‘드론 항공방제단’을 발족시키고 철새도래지인 공산면 우습제에서 ‘드론 방역 시연회’를 가진 것. 재미난 것은 거창한 구호였다. “방역은 제2의 국방이다. 구제역-AI 청정지역 사수!” 이만하면 나주시의 명예를 드론 방역에 몽땅 건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알고 보면, ‘드론 방역’에 관한 한 울산시 남구가 한참 선배 격이다. 물론 인천시 서구가 약 1년 전(2017년 1월 19일)부터 공동방제단을 꾸려 대규모 가금류·가축 사육 농가를 중심으로 차량 방역과 드론 방역에 나선 적이 있긴 하지만…. 이에 앞서 ‘상업용 드론’을 각종 행정업무에 끌어들이면서 ‘드론 행정’의 선두주자임을 자랑해 온 인천시는 이미 2016년 7월에 ‘농업용 드론’을 선보인 바도 있다.

울산시 남구가 그보다 늦게 출발했다 해서 자존심이 꺾일 이유는 조금도 없다. 그 이전부터 태화강 둔치에서 차량 방역을 꾸준히 실시해 온 남구는 지난해 8∼9월 삼호동 태화강 철새공원 대숲에서 시험방역의 첫 비행체를 날린 이래 지금까지 ‘드론 방역’에 구(區)의 명예를 걸다시피 하고 있다. 떼까마귀의 보금자리인 태화강 대숲 일원에선 요즘도 월·수요일엔 차량 방역, 금요일엔 드론 방역이 이뤄진다.

남구는 욕심을 한 가지 더 냈다. 올해부터 매주 수요일 드론 방역을 선암호수공원에서도 하서기로 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 지난해 12월 주 1회씩 조사한 ‘조류분포 현황’이 밑거름이 됐다. 조사 결과 겨울철 선암호수공원에는 철새 마리수가 증가일로에 있고, 호수 가장자리 습지에는 ‘물닭’을 비롯한 21종 540여 마리가 서식 중인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이러한 판단과 조사, 실행의 중심에는 언제나 ‘삼호대숲 지킴이’ 김성수 조류학박사가 서 있었다. 그는 자신 있게 말한다. “드론을 이용한 선제적 차단방역에 남구만큼 열심인 지자체는 아마 없을 겁니다.” 그러면서 아쉬움도 털어놓는다. “최근 몇 달 새 고병원성으로 확진된 전국 AI 발생 지역 14곳은 하나같이 대규모 가금류 사육농가, 특히 오리 사육농가가 밀집된 지역들입니다. 사육환경 탓이지 철새하고는 무관한 셈이지요. 비록 저병원성이긴 해도 AI 바이러스 감염원으로 ‘철새’를 지목한 뉴스도 2건 있었는데, 조사를 어디서 했고 철새가 어떤 종류인지 밝힌 적이 없어 신뢰가 안 갑니다. 확실히 믿을 게 있다면, 울산이 지금까지 ‘AI 청정지역’ 명예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남구의 드론 방역 덕분이라는 점뿐일 겁니다.”

지금은 바야흐로 ‘드론 방역 전성시대’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김성수 박사의 지론대로 하자면, 그 선두 대열에 울산시 남구가 있는 것만은 틀림이 없어 보인다.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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