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울수록 노사는 화합해야
어려울수록 노사는 화합해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1.11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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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현대중공업 노사가 어렵게 마련한 2016년, 2017년 2년치 임금·단체협약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에서 투표자 8천804명(투표율 89.61%) 가운데 찬성 3천788명(43.0%), 반대는 4천940명(56.1 1%)으로 부결됐다.

1년 7개월간의 마라톤 교섭 끝에 도출한 합의안이 전체 조합원투표에서 부결됨으로써 잠시나마 기대를 모았던 울산지역 상공계와 특히 동구청장을 비롯한 동구주민들의 바람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특히 임단협을 마무리하고 회사 정상화를 기대했던 회사 측은 물론 협력업체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투표결과를 들여다보면 현대중공업에서 분사한 현대로보틱스와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은 합의안에 찬성했지만 정작 중공업 본사 조합원의 반대표가 많았다. 분할 3사와 비교해 낮은 성과금에 가장 큰 불만을 가졌다는 분석이다.

3개분할 사업장인 현대일렉트릭(57.54%)과 건설기계(72.14%), 로보틱스(78.46%)는 가결됐다. ‘현대중공업’이란 한 지붕에서 갈라진 사업장 별로 결과가 다르게 나온 것은 결국 4개 사업장별 실적에 따른 성과금의 차이가 결정적 이유다. 분할 3개사는 현대중공업에서 분사되기 전인 2016년의 임금과 성과금의 경우 현대중공업의 합의에 따라 4개사 모두 한 지붕 한 식구였기에 동일하다.

하지만 2017년 성과금 규모는 각 사업장 별 실적에 따라 다르게 합의됐다. 현대중공업은 97%, 현대로보틱스 450%, 현대건설 407%, 현대일렉트릭 341%로 각각 잠정 합의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중공업 조합원 사이에서 분할 3개 사업장과 비교해 상대적 불만이 터저 나오고 결국은 잠정안 부결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성과금이라는 것은 사업실적에 따라 즉 성과에 따라 지급하는 것이기에 사업장이 분리되면 성과도 각각 다르게 나타나고 금액도 달라진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인데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노조원의 행태는 이해하기 어렵다.

금액의 차이에 따라 입장을 달리하기보다는 회사의 형편과 현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최근 몇년의 저조한 수주실적만으로 조선업의 몰락을 얘기하는 게 지나친 엄살이라고 할지는 몰라도 중국 조선사들의 급성장이나 기술평준화 등을 감안하면 엄살로 치부하기도 쉽지 않다. 현실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 현대중공업은 1995년부터 2014년까지 유래 없는 호황을 누렸다. 노조는 19년간 단 한 번의 파업도 벌이지 않았다. 호황을 함께 했듯 노사 모두 협력해야만 이 고비를 넘길 수 있다.

스웨덴의 조선도시 말뫼는 경쟁력을 상실하면서 2002년 랜드마크였던 코쿰스 조선소의 대형 크레인을 현대중공업에 단돈 1달러에 매각해 ‘말뫼의 눈물’이란 말을 낳기도 했다. 이 크레인이 ‘울산의 눈물’로 바뀌지 말란 법도 없다. 이러한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노사가 힘을 모아야 한다.

노와 사가 ‘공존’하고 ‘공생’하려는 자세를 보이고 서로 소통하고 협력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작금의 어려운 현실을 타개해 나가야 한다.

현대중공업의 문제를 두고 지역에서는 연일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작 현대중공업 노조원들은 귀담아 듣지 않고 있는 비판이 나온다. 성과금 얼마에 따라 회사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회사가 있어야 노동조합이 존재한다. 노조원의 권익향상을 위한 노조의 활동은 인정하나 현장조직의 유불리에 따라 노선에 따라 찬반으로 갈라지는 행태는 결국 노조나 회사 모두에게 득이 되지 못한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노사가 단결된 모습으로 지역사회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주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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