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길, 보스의 길
리더의 길, 보스의 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1.10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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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동안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수백 명의 동료교사들과 많은 관리자(학교장과 교감)들을 만났다. 그 중에는 지금도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지내는 이가 있고, 마음속 깊이 존경과 고마움을 소중히 담아두고 싶은 이도 있다. 그런가하면 두 번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정반대의 마음을 갖게 되는 이도 여럿 있기도 하다.

짧지 않은 교직생활 중에서 ‘존경’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 자랑스러울 만큼 인품이 훌륭한 분들 중에서 제일 손꼽고 싶은 분이 있다. 복산초등학교에서 퇴임하신 서정대 교장선생님이다. 이 선생님께서 명덕초등학교 교감으로 재직하실 때 함께 근무하면서 깨우친 배움은 지금까지도 교직에서 부딪히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큰 힘이 되고 있다.

서정대 교감선생님은 출근을 어찌나 이른 시간에 하시는지, 밀린 업무를 처리한답시고 내 딴에는 8시보가 되기도 전인 이른 시각에 출근을 해도 항상 먼저 와 계셨다. 학교에 오시면 제일 먼저 교무실을 환기시킨 후 복도마다 다니며 창문을 열어주시면서 일찍 등교한 아이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면서 인사를 나누셨다. 선생님들과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교에 나오기 전에 직접 밀대를 들고 다니면서 현관과 1층 복도의 얼룩진 부분과 바닥을 깨끗하게 청소하셨다. 한 번은 그 청소를 대신 하려고 다른 날보다 좀 더 일찍 출근해서 밀대를 들었더니, 웃음 가득한 얼굴로 이렇게 말씀해 주신 것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김 선생님은 교실에서 웃음으로 아이들 맞이하세요. 청소하는 힘도 아껴 두었다가 아이들에게 나눠 주시는 것이 제게 더 큰 기쁨입니다. 아이들이 깨끗한 현관과 복도를 지나가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 또한 제 기쁨입니다.”

그때 들었던 그 말씀이 얼마나 큰 자극이 되었고 가르침이 되었는지 모른다. 그 당시는 신혼초의 즐거움에 푹 빠져있던 시간들이었지만 그 말씀을 들은 이후로는 항상 일찍 출근하게 되었고, 그 말씀은 아이들에게 내가 가진 것을 더 많이 나눠줄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는 큰 배움이 되었다.

민선교육감 시대가 시작된 이래 올해처럼 울산교육에 대한 기대와 희망, 걱정과 우려가 뒤섞인 복잡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아마도 오는 6월 지방선거 때 실시하는 교육감선거에 대한 기대감이 제일 큰 이유일 것이다. 지난해 비리로 구속된 전임 교육감의 빈자리를 메우면서 ‘울산교육연수원 이전’, ‘자율형 사립고인 성신고 문제’, ‘중학교 전면 무상급식’ 등의 큰 문제를 해결하느라 힘들었을 부교육감 체제를 벗어나, 좀 더 책임감과 비전을 제시하는 새 울산교육감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매우 큰 탓일 것이다.

지금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GE(제너럴 일렉트릭)의 최연소 최고경영자 출신이었던 잭 웰치는 21세기형 지도자에 대해 "전략가에서 비전 제시자로, 지휘자에서 봉사자로, 이론가에서 행동가로 바뀌고 있다"고 단언한 적이 있다. 어쩌면 그의 이 말은 ‘보스’의 역할조차 감당 못한 전임 교육감의 그림자를 지우고 울산교육의 밑그림을 새로 그려야 할 새 교육감에게 던지는 화두가 아닐까 싶다. 지난해 시작된 ‘서로나눔예비학교’를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추진될 울산형 혁신학교와 울산교육의 청사진 같은 비전의 제시는 ‘보스’가 아닌 ‘리더’여야만 할 수 있는 교육감의 큰 역할이자 책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학교현장에서 부딪히는 ‘보스형 관리자’들의 모습 또한 무술년을 시작으로 ‘리더형 지도자’로 변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끌어야 할 역할 또한 새 교육감이 맡아야 할 중차대한 책무가 될 것이다. 울산형 혁신학교를 비롯한 울산교육의 비전과 청사진을 밝힐 가장 최일선인 학교의 교육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본적인 밑받침이 ‘보스형 학교장’이 아닌, ‘리더형 학교장’과 함께할 때만이 더욱 찬란한 빛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용진 명덕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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