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 않은 교직생활 중에서 ‘존경’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 자랑스러울 만큼 인품이 훌륭한 분들 중에서 제일 손꼽고 싶은 분이 있다. 복산초등학교에서 퇴임하신 서정대 교장선생님이다. 이 선생님께서 명덕초등학교 교감으로 재직하실 때 함께 근무하면서 깨우친 배움은 지금까지도 교직에서 부딪히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큰 힘이 되고 있다.
서정대 교감선생님은 출근을 어찌나 이른 시간에 하시는지, 밀린 업무를 처리한답시고 내 딴에는 8시보가 되기도 전인 이른 시각에 출근을 해도 항상 먼저 와 계셨다. 학교에 오시면 제일 먼저 교무실을 환기시킨 후 복도마다 다니며 창문을 열어주시면서 일찍 등교한 아이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면서 인사를 나누셨다. 선생님들과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교에 나오기 전에 직접 밀대를 들고 다니면서 현관과 1층 복도의 얼룩진 부분과 바닥을 깨끗하게 청소하셨다. 한 번은 그 청소를 대신 하려고 다른 날보다 좀 더 일찍 출근해서 밀대를 들었더니, 웃음 가득한 얼굴로 이렇게 말씀해 주신 것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김 선생님은 교실에서 웃음으로 아이들 맞이하세요. 청소하는 힘도 아껴 두었다가 아이들에게 나눠 주시는 것이 제게 더 큰 기쁨입니다. 아이들이 깨끗한 현관과 복도를 지나가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 또한 제 기쁨입니다.”
그때 들었던 그 말씀이 얼마나 큰 자극이 되었고 가르침이 되었는지 모른다. 그 당시는 신혼초의 즐거움에 푹 빠져있던 시간들이었지만 그 말씀을 들은 이후로는 항상 일찍 출근하게 되었고, 그 말씀은 아이들에게 내가 가진 것을 더 많이 나눠줄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는 큰 배움이 되었다.
민선교육감 시대가 시작된 이래 올해처럼 울산교육에 대한 기대와 희망, 걱정과 우려가 뒤섞인 복잡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아마도 오는 6월 지방선거 때 실시하는 교육감선거에 대한 기대감이 제일 큰 이유일 것이다. 지난해 비리로 구속된 전임 교육감의 빈자리를 메우면서 ‘울산교육연수원 이전’, ‘자율형 사립고인 성신고 문제’, ‘중학교 전면 무상급식’ 등의 큰 문제를 해결하느라 힘들었을 부교육감 체제를 벗어나, 좀 더 책임감과 비전을 제시하는 새 울산교육감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매우 큰 탓일 것이다.
지금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GE(제너럴 일렉트릭)의 최연소 최고경영자 출신이었던 잭 웰치는 21세기형 지도자에 대해 "전략가에서 비전 제시자로, 지휘자에서 봉사자로, 이론가에서 행동가로 바뀌고 있다"고 단언한 적이 있다. 어쩌면 그의 이 말은 ‘보스’의 역할조차 감당 못한 전임 교육감의 그림자를 지우고 울산교육의 밑그림을 새로 그려야 할 새 교육감에게 던지는 화두가 아닐까 싶다. 지난해 시작된 ‘서로나눔예비학교’를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추진될 울산형 혁신학교와 울산교육의 청사진 같은 비전의 제시는 ‘보스’가 아닌 ‘리더’여야만 할 수 있는 교육감의 큰 역할이자 책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학교현장에서 부딪히는 ‘보스형 관리자’들의 모습 또한 무술년을 시작으로 ‘리더형 지도자’로 변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끌어야 할 역할 또한 새 교육감이 맡아야 할 중차대한 책무가 될 것이다. 울산형 혁신학교를 비롯한 울산교육의 비전과 청사진을 밝힐 가장 최일선인 학교의 교육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본적인 밑받침이 ‘보스형 학교장’이 아닌, ‘리더형 학교장’과 함께할 때만이 더욱 찬란한 빛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용진 명덕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