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국진씨와 함께한 떼까마귀 관찰 48시간
개그맨 김국진씨와 함께한 떼까마귀 관찰 48시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1.07 18: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8년(무술년 개띠) 1월 1일, 간절곶 해돋이 시각은 오전 7시 31분이었다. 같은 날 남구 삼호동 삼호철새공원 삼호대숲에서 잠을 잔 떼까마귀 무리가 날아오른 시각은 6시 53분경이었다. 떼까마귀는 부지런한 농부마냥 무술년 첫날 해돋이 38분 전에 일어났다. 같은 잠자리에서 잔 백로 64마리는 3분쯤 늦은 6시 56분경부터 날아 나오기 시작하여 모두 구 삼호교 부근 얕은 물속에 발을 담갔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많이 잡는다’는 속담의 의미를 실감나게 했다. 7시 20분경에는 말똥가리 한 마리가 삼호대숲 상공에서 정지비행을 반복하다가 쏜살같이 내리꽂혔으나 그 후론 종적이 묘연했다. 떼까마귀, 백로, 말똥가리는 매일 해뜨기 전에 행동을 시작한다. 새해 첫날 떼까마귀 조사 야장(野帳·field note)에 기록된 내용이었다.

지난해 12월 25∼26일 이틀 동안 필자로서는 쉽지 않은 새로운 경험을 했다. 한국교육방송공사(EBS) 1TV의 프로그램 <이것이 야생이다> ‘떼까마귀’ 편을 개그맨 김국진 씨와 함께 촬영한 것이다. 국진 씨는 MC로, 필자는 조류생태전문가로 호흡을 맞추었다. 오전 6시부터 시작된 촬영은 삼호대숲 안과 주변 그리고 두서면 농경지 등 이곳저곳을 옮겨가며 떼까마귀 무리를 찾아다녔다. 세찬 바람과 영하의 추운 날씨 속에서 밤 9시까지 강행한 이틀간의 촬영은 몸과 마음을 지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몸은 피곤해져 재미는커녕 빨리 마무리되었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 첫날의 오프닝(opening) 촬영 때만 해도 조금은 들떠 있었다. 그러나 클로징(closing) 촬영을 마친 둘째 날 밤 9시쯤에는 지친 몸과 마음이 곤약처럼 흐물흐물해졌다. 평소 초저녁부터 잠을 자는 습관이다 보니 더 고통스러웠다.

EBS 1TV의 시사교양 프로 <이것이 야생이다>는 자연과 야생의 정수를 실제 현장에서 몸으로 겪으며 생생히 전하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다. 촬영 팀과의 소통과 다양한 경험들은 참으로 새로웠다.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해 떼까마귀의 잠자는 모습을 확인한 것은 처음이었고 무척 소중한 경험이었다. 누구나 그렇듯 국진 씨와의 첫 만남은 서먹서먹함으로 시작됐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화기애애하게 가까워졌다. 국진 씨가 필자의 어깨를 안마해주는 시간은 행복 그 자체였다.

이번 촬영에서 떼까마귀에 대한 몇 가지 오해를 밝혀낼 수 있었다. 배설물에 의한 차량 부식, 지속적으로 울산을 찾는 이유, 떼까마귀에 대한 접근 방법, 공중에서 바라본 떼까마귀의 잠자리 들기 현장 등이 그것이다. 특히 차량 표면에 떨어진 떼까마귀의 똥이 차량을 부식시킨다는 오해를 풀기 위해 농경지 현장에서 채집한 떼까마귀의 똥을 증류수로 풀어 리트머스 시험지(litmus paper)의 반응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놀라운 경험이었다. 염려와는 달리 그 결과는 ‘중성’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떼까마귀 똥의 성분이 차량의 철판을 녹슬게 한다는 주장을 실험을 통해 보기 좋게 뒤집을 수 있었던 것이다.

차량에 친 위장텐트 속에서 국진 씨와 모니터링으로 떼까마귀의 행동을 보며 궁금증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이어갔다. 먹이활동을 하는 떼까마귀의 행동을 트럭의 위장막을 이용해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한 것도 필자로서는 처음 해본 경험이었다. 떼까마귀가 해마다 울산을 찾는 이유를 궁금해 하는 국진 씨의 질문에 필자는 사람의 의식주에 비유하며 답변해 주었다. 또한 떼까마귀 똥의 수량과 효과, 아침저녁으로 되풀이되는 군무의 패턴과 목적을 설명하면서 울산을 찾는 떼까마귀의 존재가치도 알려주었다. 떼까마귀를 먹이로 하는 참매, 말똥가리, 수리부엉이 등 포식자의 종류를 설명했고, 포식자를 쫓아내는 떼까마귀의 집단행동인 ‘모빙(Mob bing)’도 현장에서 경험했다.

아침 필드에서는 말똥가리의 정지비행이 간헐적으로 관찰된다. 말똥가리가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정지비행(hovering)을 할 때는 노약한 떼까마귀 한두 마리가 뒤늦게 허겁지겁 삼호대숲에서 날아 나오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말똥가리는 이 기회를 노려 떼까마귀를 낚아챈다. 주기적으로 삼호대숲을 살피다보면 포식자가 떼까마귀의 사체를 처리한 흔적도 발견하게 된다. 말똥가리가 떼까마귀를 움켜쥐고 있는 장면을 확인하는 순간 그동안의 의문점도 씻은 듯이 풀렸다. 현장에서 떼까마귀를 참매가 잡아먹는 장면은 몇 번 관찰했지만 말똥가리가 포식하는 장면은 처음 겪어본 경험이었다.

일본에서는 세시민속 음식 가운데 권장음식으로 다시마와 새우를 꼽는다. 검은색과 구부러진 것은 무병장수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검은색’은 장수를 의미하고 ‘10만’은 풍부함을 나타낸다. 건강하게 오래 부자로 살려면 떼까마귀의 군무를 보도록 하자. 10월 중순부터 이듬해 4월 말까지 6개월간 한시적으로 울산시민과 함께하는 새가 떼까마귀다. 부정적 인식을 지우고 긍정적 효과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가족과 함께 오는 14일 밤 9시 5분에 개그맨 김국진 씨와 필자가 함께 출연하는 EBS 1TV의 다큐멘터리 ‘이것이 야생이다’를 꼭 시청해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