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남 탓’보다 자신부터 돌아봐야
현대차 노조, ‘남 탓’보다 자신부터 돌아봐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1.04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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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하나라 우임금 시대, 제후 유호씨가 군사를 일으켜 하나라를 침략했다. 우임금의 아들 백계는 대규모 군사를 일으켜 유호씨에게 대항했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고 다시 싸우자는 군사들에게 백계는 “우리는 유호씨의 군사보다 수도 많았고 근거지 역시 탄탄했다. 그럼에도 전투에서 진 것은 나의 덕행이 부족했고, 부하를 훈련시키는 방법이 그보다 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나의 잘못을 고치는 데 집중할 것이다. 더 이상 전투는 없다”며 군사들을 다독였다. 그 후 백계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더욱 부지런히 군사 훈련에 매진했고 백성들을 아끼는 정치를 펼쳤다. 이렇게 1년이 지나자 유호씨는 백계가 올바르고 훌륭하게 백성을 돌보고 있음을 알고 더 이상 하나라를 침범하지 않았고 오히려 백계의 변화와 어진 정치에 감화되어 하나라에 귀화했다.

현대차 노조는 연내 타결이 불발된 이유를 회사 탓으로 돌리며 비난을 퍼붓고 있다. 그러나 객관적인 시각에서 보더라도 노조의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회사가 임금성을 포함한 추가 제시를 하지 않아서 교섭이 결렬됐다며 책임을 전가하는 노조의 모습은 ‘적반하장’ 그 자체로 보인다.

잠정합의까지만 해도 노조가 65세 정년연장 등 무리한 요구에서 한 발 물러나 중소기업과의 상생, 사내하도급 3천500명 추가 특별고용과 같은 사회적 책무를 강화한 의미 있는 합의를 도출했다는 점은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임금 인상 폭과 성과금 지급 규모도 자동차산업 위기 상황과 악화된 경영환경을 감안해 예년에 비해 축소키로 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잠정합의 당시 “임금부분은 부족하지만 대공장 노조의 사회적 책임과 연대를 함께 고민했다”던 하부영 지부장은 조합원 투표에서 잠정합의안이 부결되자 이런 의지를 노조 수장으로서 강단 있게 밀고 나가지 못하고 또다시 임금성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잠정합의는 노사가 이견을 좁혀 절충점을 찾은 결과물이며 노조가 회사의 제시안에 동의하고 능동적으로 수용했다는 의미이다. 이런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책임은 의미 있는 합의 취지를 노조원들에게 제대로 설득하지 못한 노조 집행부에 있다. 부결됐다고 해서 잠정합의에서 발했던 합의정신은 오간데 없이 노조원들의 입김에 휘둘리는 노조 지도부의 모습은 안타깝기까지 하다. 협상은 상호 조율의 과정. 여기에는 현실적인 요소들이 고려돼야 하며 일방의 양보나 강요는 있을 수 없다. 노조는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현 상황에서 과연 적절한지부터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과하다 싶으면 한 발 물러날 줄도 알아야 한다. 월급쟁이 상위 1%의 연봉을 받는 현대차 노조가 돈을 더 달라고 아우성치는 모습이 과연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지, 회사 실적이 수년째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 예년과 같은 임금인상을 계속 요구해야 하는지 현실적으로 고민하고 노조원들을 설득하고 이끌어가는 것이 진정한 지도부의 모습이 아닐까.

조직이 처한 어려운 상황은 안중에도 없고 개인의 이익만 취하려는 구성원들이 득실대는 곳에는 미래가 없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경쟁하기도 버거운 마당에 직원이라는 사람들이 노조의 보호막 속에서 회사가 수용하기 버거운 요구를 하며 끊임없이 흔들어대면 조직이 최종적으로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시기의 문제일 뿐 결국 구조조정의 칼날이 되어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는 점을 노조는 기억해야 한다.

산뜻하게 출발해야 할 새해 정초부터 현대차 노조의 파업 소식이 울산 지역경제 분위기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 벌써 파업 손실 금액은 1조원을 훌쩍 뛰어 넘었다고 한다.

노조는 지역경제와 협력업체들의 고통을 생각해서라도 파업을 중단하고 현실적인 제반 여건을 고려해 하루 빨리 협상 마무리에 나서주길 바란다.

이주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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