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 넘게 쏟아부은 낙동강 물값
200억 넘게 쏟아부은 낙동강 물값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1.03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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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가뭄이 길어지면서 울산시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는 것 같다. 지난해 7월부터 본격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한 낙동강 원수(原水) 비용이 지난 9개월간(2017. 3~12) 무려 240억 원을 넘어섰다고 걱정하는 소리도 들린다. 사실이라면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시민들의 세금이 그만큼 빠져 나가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책임 있는 당사자 누구 하나 실상을 알리면서 절수(節水) 캠페인이라도 벌이자고 제안하는 이가 없다. 울산 전역이 온통 ‘누세(漏稅) 불감증’에 감염된 느낌이다.

울산시를 취재원으로 하는 언론매체들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구입한 낙동강 물은 약 5천357만 톤으로 순수한 물값만 125억여 원이 들어갔다. 여기에다 ‘물이용부담금’을 합치면 울산시가 수자원공사에 지급한 원수 대금은 지난해 11월까지 221억여 원에 달했고, 이달(1월) 중에 지급할 지난해 12월의 원수대금까지 합치면 낙동강 원수 구입비용은 자그마치 240억 원을 넘어선다는 계산이 나온다.

울산시가 식수원수를 낙동강 물로 삼은 이유는 지난해 계속된 극심한 가뭄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울산지방에 내린 비는 671.4mm로 평년강수량(1천279mm)의 52%에 불과했다. 특히 11월에는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아 ‘강수량 0.00mm’란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 때문에 회야댐과 사연댐, 대곡댐 등 울산지역 식수용 댐들은 지난해 7월부터 완전히 바닥을 드러냈고 300개가 넘는 농업용 저수지도 대부분 말라버렸다는 게 상수도본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울산시는 그러나 ‘문화재청의 요청에 따라 반구대암각화를 보호하려고 사연댐 수위를 수개월간 낮추다 보니 생긴 현상’이라고 일부 언론매체에 흘렸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1월 1일자 모 TV 뉴스는 울산시가 상수원 댐(사연댐)의 수위를 반구대암각화 보호를 위해 낮춰 온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이는 100% 정확한 분석이 아니다. 주장대로라면, 회야댐과 대곡댐의 ‘물 마름’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달 초 이들 식수댐의 유효저수량은 회야댐 47.8%, 대곡댐 11.2%, 사연댐 6.7%로 파악됐다. 물 마름 현상이 다른 지방에서도 엇비슷하게 나타났다. 언론매체들은 서부양산지역 수돗물 공급원인 밀양호(댐)의 저수율은 약 30%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고, 이 같은 현상이 경남북·대구도 대동소이하다는 뉴스도 내보냈다.

여하간 겨울가뭄이 갈수기인 1~3월은 물론 4~5월까지 이어진다면 그 후유증은 짐작하기가 어렵지 않다. 울산시는 올해(2018년) 당초예산에 상수도 원수 구입비용을 지난해(137억 600만 원)보다 40억 원이 많은 178억 6천600만 원을 편성하고 비상시에 대비하고 있다. 또 지난해엔 낙동강 원수를 3월부터 구입했지만 새해는 1월부터 구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는 급한 불부터 꺼보자는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누세(漏稅) 현상을 차단할 수 있는 항구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예로부터 치수(治水)는 나라님의 최대 관심사라고 했다. 울산시는 지금부터라도 중장기적인 치수 시책을 새로 마련해서 시민들을 안심시키고 절수 운동의 불씨도 지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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