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에서 잊혀져 가는 도산성전투
지역사에서 잊혀져 가는 도산성전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1.02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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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7.12.22~1598.1.4(13일간)은 임진왜란 발발 5년 뒤 일본군이 재침한 정유재란 때, 조명연합군이 왜군과 벌였던 1차 도산성전투가 전개된 기간이다. 지난해(2017년)는 그 전투 전개의 7주갑(420주년)을 맞는 해였고, 올해는 통칭 ‘임진란 7년 전쟁’이 끝난 또 다른 7주갑의 해이다. 그러나 기억에 남을만한 아무런 이벤트도 없었고, 그 어떠한 의미도 던져주지 못하고 그냥 지나가게 되었다.

울산에는 전국 최대 규모의 임란의사 추모사당인 충의사가 있다. 그곳에는 임란 때 공을 세운 242위의 선열들이 모셔져 있다. 그들 가운데 1·2차 도산성전투 때 순절하였거나 또는 부상을 당했다는 개별 사적이 기록된 의사들 다수가 배향되어 있다. 울산시에서는 그들의 희생정신을 숭앙(崇仰)·추모(追慕)하여 시민의 세금으로 1년에 봄·가을 두 차례나 제향을 받들고 있다. 그러한 제향을 울산시의 지원을 받아 봉향(奉享)하며, 충의사를 위탁관리·운영하는 임란단체가 있다. 당연히 이 단체가 나서서 작은 행사라도 기획하여 추진할 것으로 기대했었는데, 그러하질 못했다. 어쩜 지극히 당연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많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우린 다수가 모여 앉으면 너나없이 울산의 정체성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얘기한다. 그러면서도 당장 정체성 찾기엔 왜 그리도 소홀하고 인색한지…. 과연 임진란의 정신문화를 빼고 울산의 정체성을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7주갑이라는 의미 있는 해가 아무런 메시지도 던져주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 버렸다. 8주갑을 내다보려면 또 60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때는 지금의 우리 대다수는 이미 지하 영령이 되고 없을 때이다.

지난해 서울시 관악구에서는 “장군! 귀주대첩 998년이옵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고려시대 명장 강감찬 장군에 관련된 축제를 펼치고 있다는 어느 일간지의 기사를 본 바가 있다. 탄생설화와 업적을 엮어 해마다 화려한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다 한다. 강감찬이 거란군을 대파한 ‘귀주대첩 998주년’을 맞아 준비한 출병식과 전승행렬이 하이라이트라고 한다. 여러 기념행사도 곁들이면서 말이다. 해당 지자체장은 ‘이 축제를 지역(관악구) 주민뿐 아니라 서울 시민도 함께 즐기는 문화관광 콘텐츠로 키워 나가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조선일보, 2017.10.12자)

행사의 성격은 다소 다르겠지만, 울산은 어떤가. 정유재란의 마지막 전투라 할 수 있는 도산성전투의 역사적 사건에 대한 인식은 그야말로 제로 상태이다. 최고의 소재를 갖고도 제대로 활용을 못하고 있으니…. ‘도산성전투가 승리한 전투가 아니기에 굳이 떠올릴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는 학자들도 있다 한다. 그런 자들에게 꼭 좋은 면만 들여다보아야 하는지를 묻고 싶다. 분명 거기에는 나름대로의 의미와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살펴볼 수 있는 것은 살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픈 역사도 역사인 만큼 당시 전투의 현장이 있었던 울산에서라도 조그마한 관련행사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으나, 울산시는 가칭 ‘정체성위원회’라도 만들어서 울산의 정체성 확립 방안 모색에 깊은 고민을 해봄직도 하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자신은 물론 조직과 지역을 위해 무엇을 먼저, 꼭 해야 할 것인가를 가늠할 줄 아는 CEO를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꿈같은 희망사항이 되겠지만, 다가올 도산성전투 8주갑(2077년)에는 우리 모두의 작은 소망이 꼭 실현되어지길 무술년 신년벽두(新年劈頭)부터 빌어본다.

박채은 지역사연구가 국사편찬위 사료조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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