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통해 본 ‘미·중 전쟁’
소설을 통해 본 ‘미·중 전쟁’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1.02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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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 가는 2017년의 마무리와 2018년을 오프닝하는 설렘 속에 선물 받은 소설가 김진명씨의 북핵 위기를 소재로 한 두 권짜리 장편 ‘미중전쟁’을 읽었다. 전쟁 직전까지 치닫는 한반도 상황을 박진감 넘치게 그렸다. 시의적절(時宜適切)이란 말이 제대로 들어맞는 소설이다. 1993년 김진명의 밀리언셀러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던진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난 공산당이 싫다고 외쳤다가 입이 찢어져 죽었다는 소년의 이야기를 학교에서 배우고, 북한사람은 뿔 달린 돼지로 묘사한 만화영화를 공중파 텔레비전을 통해 보고 자란 어린이가 대학에 가 학교에서 배운 게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접하며 분노와 혼란의 끄트머리에서 만났던 내용이다. 물론 우파거나 좌파거나 양쪽 진영으로 갈라야만 속이 시원한 현실에서 나름 중립적이고 자주적인 이야기가 바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였다.

그동안 휘발성 강한 정치사회적 이슈를 실시간으로 소설화해온 김진명의 소설은 스케일이 어마어마했다. 미중전쟁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사드배치로 인해 중국과 미국의 틈바구니에서 괴로운데, 북한은 끊임없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해댄다. 트럼프는 결사항전, 지지 않고 박살을 내겠다며 덤벼드는 형국을 배경으로 우리들의 모습을 그렸다. 치밀한 등장인물 간 대화 및 사건으로 속독감은 또 다른 재미를 준다. 그리고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 작가가 하고픈 얘기를 전달한다.

작가 김씨는 실마리를 풀 열쇠를 쥐고 있는 듯하다. ‘미중전쟁’은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세력다툼을 현실감 있게 재구성했다. 그런데 제목이 북미전쟁이 아니라 미중전쟁이다. 나타난 현상은 북핵 위기이지만 본질은 미국이 중국을 치려 한다는 발상이다. 그 바탕에는 경제에서 중국에 밀린 미국이 중국과 전쟁을 벌여 세계 최강국의 지위를 유지하려 한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픽션과 다큐의 경계를 오가는 김씨 소설은 시사 상식 이상의 통찰력이 녹아 있어 설득력이 있다지만 호불호에 따른 논란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사실 김정은의 선택지는 많아 보이지 않는다. 핵을 놓고 거래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상수’로 통한다. 작가는 북핵에 매인 문재인 대통령과 주변 참모들이 미국과 중국의 눈치를 살피느라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이것은 결국 우리나라 운신의 폭을 스스로 좁히는 악수라는 지적이다.

사실 우리 정치계가 사드는 단순한 포대 하나가 아니라 받으면 중국을 잃고 안 받으면 미국을 잃는 메가톤급 재앙이라는 사실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면 이토록 문제가 꼬이진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다. 지금도 미국이 화를 내면 미국을 달래다 정확히 반대편의 중국을 분노케 하고, 다음엔 중국 편으로 달려가 비위를 맞추다 다시 미국의 배신을 초래하곤 한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는 게 ‘미중전쟁’의 간명한 결론이다.

현실적으로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예속돼 있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느낀다는 게 한국사회의 문제다. 역사적으로, 역경을 떨치고 일어난 나라는 강한 의지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는 나라였다. 하지만 현실은 사분오열 찢겨 우리끼리 싸우다 지쳐버린다. 복잡한 연결고리를 끼워 맞추려면 먼저 가정과 전제를 잡아줘야 한다. 그림판을 짜놓고 흩어져 있는 변수들을 한데 모아 관계를 엮어보면 하나의 그림을 만날 수도 있기에 더 아쉽다. 한반도는 역사적으로 자주적 통일을 한 적이 없다. 그래서 이 책이 의미하는 것들이 더 많은지 모르겠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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