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돌아본 민선 6기 울산
‘키워드’로 돌아본 민선 6기 울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1.01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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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장의 말… 말… 말…
말(言)은 생각을 표현한다. 그리고 어떤 생각은 중요도가 남다르다. 국정이나 시정, 혹은 구정 운영에서도 주로 말이 사용되고, 그 말로 표현되는 생각들은 국민이나 시민, 혹은 구민들의 삶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대망의 2018년 무술년이 밝았다. 올해는 울산지역도 민선 6기가 마무리된다. 6월이면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돼 울산을 이끌 지도자들을 다시 뽑게 된다. 이에 민선 6기를 되돌아보고 새로 시작하는 4년의 지표설정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난 4년간 5개 구군의 구정과 군정 운영 과정에서 주로 사용됐던 ‘말’들을 웹사이트 ‘젤리랩’의 워드 클라우드(Word Cloud·단어 사용빈도를 시각화하는 방식) 분석기법으로 알아봤다. 특히 5개 구·군 집행부가 지난 4번(2015년~2018년)의 신년사에서 강조한 키워드를 찾아보고, 해당 집행부가 제시한 비전이 어느 정도나 성공적이었는지를 분석해봤다.

중구= ‘문화’ ‘도시’ ‘구민’

‘문화가 숨쉬는 종갓집’을 구정 모토로 삼고 있는 울산 중구가 지난 4년간 신년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역시 ‘문화’였다.

워드 클라우드 분석 결과 중구는 민선 6대 간 지난 네 번의 신년사에서 ‘문화’라는 단어를 모두 63회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 다음으로 많이 언급된 것은 ‘도시’(56회), ‘구민’(40회), ‘사업’(40회)이 뒤를 이었고, ‘중구’(37회)나 각종 서술어, 어미, 조사 등을 제외하면 ‘복지’(28회), ‘조성’(24회) 등이 있었다. 그외 최근 중구가 공들여 브랜드화 하고 있는 ‘큰애기’(9회) 등이 눈에 띄었다. 결과대로라면 중구는 민선 6대 동안 ‘문화 도시’로 만드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실제 거둔 성과도 있었을까.

2014년 혁신도시에 중구 문화의 전당이 개관해 문화예술의 허브 노릇을 하고 있고 2016년 개장한 울산 큰애기야시장과 푸드트럭 거리는 100만명이 넘는 인파가 찾는 등 문화와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이외에도 고복수길, 맨발의 청춘길, 문화의 거리를 연계한 원도심재생사업의 성공으로 을씨년스러웠던 원도심은 다시 젊은 인구로 가득찼으며, 병영성과 울산왜성을 정비하는 성곽길 조성사업 등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인지 중구는 지난해 ‘2019 올해의 관광도시’로 선정되며 ‘문화’에 역점을 둔 시책의 결실을 맺기도 했다.

다만 최근 학성공원 일대 도시경관을 정비하는 학성르네상스 사업을 추진하면서 정유재란 왜성터에 왜장 가토 기요마사의 동상 설치를 추진하려다 뭇매를 맞고 철회하고 야심차게 추진하던 청년 쇼핑몰이 특혜논란에 오르는 등 오점이 있기도 했다.

남구= ‘안전’ ‘관광’ ‘고래’

울산 남구의 그간 신년사를 요약해보면 남구가 민선 6대에서 그리고 싶었던 것은 ‘안전하고 행복한 관광도시’였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 지난 4년의 남구 신년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된 것은 ‘남구’(53회)였으나 이와 각종 서술어 등을 제외하면 가장 눈에 띄게 빈번했던 것이 바로 ‘안전’(36회)과 ‘관광’(36회)이다.

‘안전’의 경우 남구 외에도 울산의 각 지자체 2015년 신년사에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 중 하나다. 현재 울산의 단체장들이 지방선거를 치르기 직전인 지난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로 인해 모든 선거의 화두가 바로 ‘안전’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다. 특히 울산은 대규모 석유화학단지, 원전 등이 밀집한 지역이라 당시 울산의 지방선거 후보들은 모두 ‘안전’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다.

실제 남구의 경우, 세계보건기구(WHO)의‘국제안전도시 공인’을 추진해 사회적 재난과 자연재난 예방시스템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해당 사업은 2018년도까지 5개년으로 구성돼 추진될 예정이다. 남구의 신년사에서 ‘안전’과 동일하게 사용했던 단어가 바로 ‘관광’이다. 민선 6대 5기 남구는 지역의 추후 먹거리와 성장동력으로 ‘관광’을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관광’이 등장하면 붙어나오는 것이 바로 ‘고래’(23회)였다. 실제 민선 6대 남구는 그들이 가진 고래라는 훌륭한 관광자원을 통해 관광도시로의 변모를 꿈꿨다.

고래등대 건립추진으로 랜드마크화를 꿈꿨고, 최근에는 장생포고래특구에 워터프론트와 모노레일, 어린이테마파크까지 조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 고래로 웃고 고래로 울었달까? 남구는 지난해 2월 고래체험관 재개관을 앞두고 숱한 반대를 무릎쓰고 일본에서 수입한 고래 1마리가 5일 만에 폐사해 환경단체에 뭇매를 맞기도 했다.

동구= ‘우리’ ‘동구’

‘우리’라는 단어는 누군가에게 연대감이나 유대의식을 심어주고, 감정공유를 하거나 혹은 원할 때 주로 쓰는 단어다.

민선 6대 동구의 신년사를 훑어보면 취임 직후 조선업 불황을 바로 맞아야만 했던 집행부의 고민이 드러나 보인다. 현 집행부의 4년 간 신년사를 분석해보니 ‘동구’(38회)와 더불어 가장 빈도 수가 높았던 것이 바로 ‘우리’(26회)다.

신년사에서 동구는 주로 ‘우리’라는 단어를 힘을 합쳐 어려움을 타개하자고 감정호소할 때 많이 사용했다. “우리 주변의 여건이 좋지 않아 우리의 이런 노력들이 실질적인 성과로 와 닿지 않지만, 지금의 노력이 가까운 시일내에 큰 결실을 보리라 생각합니다”라거나 “우리 동구는 조선업 경기 침체라는 위기 상황을 구민들의 의지와 열정으로 헤쳐가면서 우리 구민들의 역량을 다시 한 번 확인해 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등이 대표적 문장이다.

실제 최근 동구는 조선업 불황 타격으로 심한 경기 침체를 보이고 있으며 현 집행부는 재임기간 대부분을 이에 대한 고민으로 채웠다. 지난 2월 현대중공업 분사 사업장 탈울산을 반대하며 집행부와 의원들이 삭발식을 갖기도 했다.

(울산)대교(6회), ‘도약’(7회), ‘노력’(5회), ‘희망차다’(6회) 등 동구 주민에게 울산대교 시대로 인해 도약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키워드도 눈에 띤다.

그러나 외적인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고 숙제다.

북구= ‘사업’ ‘추진’ ‘강동’

강동권 개발과 송정지구 수혜를 등에 업은 북구는 최근 인구 20만을 돌파하는 등 5개 구·군 중 가장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곳 중 하나다.

민선 6대 북구의 신년사를 보면 이 같은 모습이 그대로 나타나 있다. 민선 6대 북구가 내놓은 네 번의 신년사에서 가장 빈도 수가 잦았던 것은 바로 ‘사업’(78회)이었다.

해당 단어는 주로 ‘송정지구 택지개발 사업’, ‘산하지구 도시개발 사업’, ‘강동권 해양복합관광 휴양도시 조성사업’ 등 울산시가 주축이 돼 역점으로 추진하고 있는 거점 사업을 언급하며 주로 사용했다.

이 같은 대규모 사업과 맞물려 ‘도시’(60회), ‘추진’(48회), ‘강동’(28회), ‘개발’(16회) 등 활기찬 키워드들이 많이 보였으며, ‘위기’ 라던지 ‘불황’ 등의 부정적 단어는 거의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 같은 북구의 활발한 모습은 대체로 울산시가 주축이 돼 추진하는 대규모 사업 때문으로, 북구는 숟가락만 얹어간다는 지적이 있기도 하다.

울주군= ‘신청사’ ‘영화제’

연임제한으로 인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군수가 바뀌는 민선 6대 울주군은 신청사 이전과 울주세계산악영화제 등 굵직한 사업들이 많았다.

실제 지난 4년간 울주군의 신년사를 훑어보면 ‘울주’(100회), ‘군민’(76회) 등을 제외하면 ‘문화’(57회), ‘사업’(57회), ‘조성’(54회) 등의 키워드가 많았다. 이외 돋보였던 것은 ‘전국’(31회), ‘산악’(30회), ‘청사’(28회), ‘건립’(28회), ‘영화제’(21회) 등이었다.

실제 울주군은 민선 6대에서 50년 청사 더부살이를 끝내고 고향에 신청사를 건립했으며, 지난해 2회를 맞았던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산악인들과 산악영화인들의 인정을 받으며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동구 신년사와 더불어 ‘우리’(61회)라는 키워드도 자주 보였다. 그러나 동구가 악재를 함께 타개하자며 ‘우리’라는 단어를 주로 썼다면 울주군은 “50여 년 넘는 청사 더부살이에서 벗어나 드디어 우리 군 지역 ‘최초’로 청사를 갖게 됐습니다”, “전국 군 가운데 최고의 재정자립도를 가진 우리 군의 2016년도 당초예산 규모가 역대 처음으로 7천억원을 돌파했습니다” 등 호재를 알리고 함께 기뻐하자는 의미로 주로 사용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호재만 있어보이는 울주군의 숙제는 ‘행정의 연속성’이다. 신장열 현 군수가 연임제한으로 올해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는 가운데 여러명의 후보군이 난립,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다음 바통을 받은 후임 군수가 얼마나 거대 현안을 잘 이어가느냐가 관건이다. 윤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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