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년(戊戌年)의 화두 “당신은 누구요?”
무술년(戊戌年)의 화두 “당신은 누구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1.0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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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붉은 태양이 떠오르며 ‘무술(戊戌)년’ 새해가 밝았다. 무(戊)가 상징하는 색상은 노란색이고 술(戌)이 상징하는 동물은 개이므로 ‘황금 개’의 해이기도 하다. 개는 일반적으로 온순해서 사람을 잘 따른다. 최근에 맹견에 의한 사고가 일어났지만 개는 여전히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다. 맹인안내견이나 마약탐지견, 인명구조견처럼 사람의 일을 보완해 주기도 한다. 특히 ‘인간은 개를 배신해도 개는 인간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람들에게 충성스러운 동물이다. 충견이란 말도 같은 맥락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도 지방마다 몸을 던져 주인을 구한 충견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2017년 정유(丁酉)년은 특별히 부끄러움과 분노, 좌절과 두려움으로 물든 한 해였다. 다시 기억하기도 민망한 한해였다. 남보다는 자신의 이익과 성공을 위해 무감각하게 버린 원칙과 양심이 대한민국을 거대한 불구덩이 속에 빠트렸다. 그리고 입에 담기조차 부끄럽고 끔찍한 사고, 사건들로 인해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감조차 무너뜨리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불안에 떨며 서로를 탓했다. 아직도 그 여파로 서로에게 불신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이웃인 ‘당신’만의 잘못일까. 정녕 내 탓은 없을까.

정유년 산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프랜차이즈 갑(甲)질’이 아니었나 싶다. 새로운 것이 터진 것이 아니라 이미 산업계 곳곳에 뿌리내린 갑질 고질병이 민낯을 드러낸 것뿐, 이 같은 횡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런 갑질 횡포로 인한 2차 피해는 결국 피해자인 가맹점주에게 부메랑으로 돌아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크고 작은 이슈 파문은 브랜드 이미지 하락을 동반하고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언론에 알려지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면 본사의 갑질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상은 소비자들이 브랜드에 먼저 등을 돌리게 되어 횡포 개선이 이루어지기 이전에 매출 하락이 우선 일어나게 된 것이다. 정부가 ‘을(乙)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면서 대대적인 구조개혁에 나선 만큼 무술년에는 ‘오너 리스크’나 ‘갑질 논란’이 근절될지 지켜볼 요량이다.

오늘 갑자기 “당신은 누구요?”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독자들은 어떻게 대답할까?’ 궁금하다. “저는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산업고도화센터장 이동구입니다.” 이 대답 속에는 일단 연구개발(R&D)을 주로 하는 연구원이라는 자부심과 우리나라 최고의 화학 관련 국가연구기관인 한국화학연구원 소속이며 거기에서 센터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면서 다시 나 자신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나눔과 섬김’의 마음가짐으로 제대로 잘 살고 있습니까?”, “고도화센터 연구원들을 아끼고 사랑하며 센터장의 길을 잘 걸어가고는 있는 겁니까?”, “당신에게 맡겨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면서 울산과 함께 상생협력의 길을 잘 다지고 있습니까?” 막상 답변하려니 조금 마음이 무거워진다.

“당신은 누구요?” 나부터 이 물음을 쉼 없이 해야겠다. 가정과 일터, 사회 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서 ‘내가 누구이며 무엇 하는 사람인지’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순간엔 제대로 알지 못하는 듯이 불성실하고 무책임한 모습으로 살아가기도 한다. 희망의 새아침이 밝은 이 때에 우리는 다시금 각자가 있어야 할 그 자리에서, 살아가야 할 자신의 몫을 성심껏 수행하면서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생활하기를 청한다.

그리고 새해에는 남 탓만 할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내 탓이오”를 먼저 외치면 좋겠다. 자신을 낮추면서 따뜻하고 긍정적인 마음이 우리 사회 속에 깊숙이 자리잡는 날, 붉은 해는 활활 타오를 것이다. 열정과 에너지가 철철 넘치는 새해 첫날, 무술년을 맞이하여 울산시민 모두가 뜻하는 소망 성취하시고 내내 건강하시길 기원하며 큰 절 올린다. “울산시민 여러분, 새해 복 많이 지으시고, 복 많이 받으십시오!”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한국화학연구원화학산업고도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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