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 기술 패러다임 변화와 자치단체의 역할
자동차산업 기술 패러다임 변화와 자치단체의 역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2.28 23: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자, 키트!” 1980년대 선풍적 인기를 누렸던 TV 외화 ‘전격 Z작전’에서 주인공이 자신의 슈퍼카 ‘키트’에게 명령만 하면 키트가 스스로 운전을 해서 그를 목적지에 데려다 주곤 했다. 영화에서나 봤던 ‘키트’를 몇 년 후면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다. 먼 미래에나 가능할 것 같았던 인공지능 자동차가 상용화 단계에 이르고 있다.

최근 자동차산업의 기술 패러다임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중심에서 전기에너지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앞 다퉈 전기자동차와 관련된 각종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고, 전기자동차 구입과 유지에 필요한 각종 국가보조금 지원과 인프라 확충은 패러다임의 변화에 가속도를 더하고 있다.

자동차산업계에 부는 변화의 바람은 울산 북구에 소재하는 크고 작은 자동차 관련 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업의 번영과 몰락이 해당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미국 디트로이트의 예에서 쉽게 알 수 있다. 울산 북구 역시 도시의 운명에 직결되는 자동차산업에 대해 고민할 때다. 현재의 트렌드나 기업의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통해 정책의 가중치를 어디에 둘 것인가에 대한 결단이 필요하다.

전기자동차가 내연기관 자동차의 효율을 따라가기에 아직은 부족한 점이 있다고 하지만, 배터리 용량과 수명 연장을 위한 연구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미래자동차로 대체된다는 점은 자명하다.

엔진과 휘발유 혹은 경유를 보관하는 연료탱크, 연료를 엔진으로 보내주는 연료펌프 대신 배터리와 배터리에서 나오는 전력을 모터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으로 바꿔주는 인버터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또 엔진에서 발생된 동력을 자동차 바퀴에 배달해 주는 클러치와 변속기는 모터의 동력을 감속해 주는 감속기로 바뀌고, 머플러로 대표되는 배기기관은 아예 필요 없는 부품이 된다. 이는 자동차 부품 생산 업계의 큰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울산 북구에는 자동차산업의 근간인 용접, 성형 등의 기초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많다. 하지만 이들 기업 대부분이 3차 협력업체 이하의 기업들로 자금과 인력난이 심각해 신기술 개발을 위한 R&D 역량은 부족한 편이다. 자치단체에서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기술개발 컨설팅 등의 사업을 추진해 이러한 중소기업들이 기술 혁신에 대한 동기를 가지고 연구개발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중소기업 시제품 개발 비용 지원, 첨단장비 이용 수수료 지원, 국내외 특허 또는 인증 비용 지원, 기술개발 컨설팅 지원 등의 사업이 이에 해당된다. 이밖에도 기업과 연구소, 대학 등에 흩어져 있는 인프라를 네트워크로 묶어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연결하고,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을 보완하는 역할 또한 자치단체의 몫이라 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모든 협력업체와 관련 부품사를 1~4차로 나누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세계적인 자동차 생산 기업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구조 내의 모든 업체가 모기업인 현대차만을 바라보고 다른 판로를 스스로 개척하지 않는다면 위기 극복은 매우 어렵다.

이와 관련한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포스트마켓으로의 튜닝산업이다. 튜닝산업은 어느 도시보다 울산이 가장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튜닝은 엔진 등 주요 부품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파워업 튜닝(Power Up Tuning)과 외부의 모습을 아름답게 꾸미는 드레스업 튜닝(Dress Up Tuning)으로 나눠진다. 차체, 외장, 섀시 등을 제작하는 업체가 많은 울산 북구는 드레스업 튜닝이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충분하다.

튜닝산업은 규모의 경제가 지배하는 대기업 중심의 구조보다는 다품종 소량생산, 주문제작 등 중소기업에 훨씬 유리한 산업구조로 대기업의 수주만 바라보는 중소기업에 새로운 판로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현재는 튜닝과 관련된 각종 규제 개선이 우선돼야 하지만, 튜닝거리 조성, 튜닝 페스티벌 등을 통해 자동차 튜닝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튜닝산업 발전을 위한 각종 정책도 수립해야 한다.

위기의식은 발전의 계기가 된다. 자치단체는 지속가능한 자동차 부품산업 발전과 기술 및 연구개발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또 지역 내 중소기업이 국제적인 자동차산업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기술개발 동기를 마련하거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국제 자동차부품 박람회 참관을 지원하고, 4차 산업분야로의 안정적 전환을 지원하는 스마트 팩토리 구축 컨설팅과 같은 기술지원 사업도 강화해야 한다.

기초자치단체는 현장에서 기업 담당자와 직접 만나고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책 실패의 대부분이 수요자 또는 수혜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사업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자동차산업 변화에 대응해 새로운 발전을 모색하는 자치단체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진리를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문걸 울산 북구청 창조경제과장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