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보내며
한 해를 보내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2.28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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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연말이 되면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고 언제나 이야기 한다. 그렇지 않은 해가 한 해라도 있었던가. 하긴 틀린 말은 아니다.

올해도 예외 없이 다사다난한 해였다. 특히 올해는 대통령 탄핵이란 헌정사상 초유의 정치적 사태가 있었고 그 후 적폐청산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진행되고 있다.

그러는 가운데 안으로는 국론이 사분오열 되고 밖으로는 준비 안 된 안보로 북이 핵으로 우리의 안보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 국민들은 혹시나 전쟁이라도 일어나지는 않을까 조마조마 숨을 죽여 가며 불안감에 떨고 있다. 이제 가장 시급한 것은 민생과 안보다. 민생과 안보가 튼튼하지 않으면 국민은 죽는다.

이런저런 계산할 여유도 없다. 국민들은 전쟁의 불안에 떨고 국가 경제는 나락으로 추락하는데 정치권은 잇속 챙기기에 정신이 없다.

이런 가운데 벌써 한해는 저물고 올해의 마지막을 알리는 12월 달력 한 장이 팔랑거리며 올해를 보내는 마지막 작별을 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가까운 친구라도 만나서 김, 미역, 두툼한 배추 가득한 과메기 한 접시 앞에 놓고 소주나 한잔하는 게 작금의 불안을 해소해 나가는 방법인지도 모른다.

연말이 되니 거리에 자선냄비가 눈길을 끈다. 단 한 번만이라도 자선냄비에 한 닢을 보태보자. 이 모두 어느 것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 하다고 말 할 수 없다. 나눔에 늦고 이름도 없다. 진리에 아첨의 옷을 입히지 않는다면 늦었다고 생각 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이 또한 진리다.

요즘은 한 해 동안의 소회를 털어놓고 묵은 찌끼를 날려 보내는 송년 모임이 잦을 때다.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장애를 이겨낸 헬렌 켈러는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하지만, 한편 그것을 극복하는 일로도 가득 차 있다”고 했다.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힘들었던 대한민국의 올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연말의 가라앉은 분위기는 무엇보다 모두들 마음이 편치 않은 탓일 것이다. 벌써 몇 년째 성탄절에 거리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듣기 어렵다. 지난해에는 탄핵정국이었고, 올해는 낚싯배 침몰, 충북 제천 화재 등 연말에 유독 안타까운 사고가 잇따랐다.

울산에서도 벌써 수년째 현대중공업은 수주절벽에 부딪치며 회사를 분사하고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 현재까지 2년째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또 해를 넘길 위기에 처했다.

여기에다 현대자동차도 사드영향으로 판매부진이 계속되면서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지만 노조는 끝까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일삼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7일 잠정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노조는 교섭 결렬 후 곧 바로 쟁대위 회의를 열어 연초부터 파업을 강행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노조는 이날 쟁대위 회의를 통해 내년 1월 3일부터 비생산을 포함한 모든 특근(평일 철야 포함)을 거부하고, 모든 협약 및 각종 공사도 전면 중단키로 결정했다.

참으로 어려운 현실이다. 그렇다고 불의의 사고 앞에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좌절하며 현실을 탓할 수는 없다.

벌써 다사다난했던 2017년이 우리에게 안녕을 고하고 있다. 그동안 바쁘게 사느라 마음을 전하지 못한 소중한 사람들과의 진심 어린 인사가 필요한 때다. “수고했어, 올해도.” 세상살이가 팍팍해질수록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따뜻함이다. 다가오는 새해에도 열심히 사랑하며 살아가자.

이주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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