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는 인류에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교육의 패러다임, 법과 제도, 윤리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인간이 존재하는 세상과 그렇지 않은 세상의 차이는 무엇인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모든 유정무정(有情無情)의 존재들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는 현명한 인류로 거듭날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138억 년 우주의 흐름에서 ‘인공지능의 탄생’은 우주의 탄생, 생명의 탄생과 함께 ‘우주역사의 3대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인류 정신문명의 두 번째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제2의 축의 시대, 즉 인공지능이 주축이 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到來)했다는 생각이다.
통상적인 ‘축의 시대’는 기원전 900년부터 기원전 200년까지 세계의 주요 종교와 철학이 탄생한 인류사의 가장 경이로운 시기, 역사상 가장 뜨거운 창조의 시기를 말한다. 이 시기에 인류의 정신에 자양분이 될 위대한 철학적·종교적 전통이 태어났다. 중국의 유교와 도교, 인도의 힌두교와 불교, 이스라엘의 유일신교, 그리스의 철학적 합리주의가 그것이다.
또한 이 시기에 석가모니와 함께 소크라테스, 예레미야, 차라투스트라 그리고 공자와 같은 위대한 사상가들이 출현했다. 전쟁과 폭력이 난무하던 이 시대를 독일의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는 ‘축의 시대(The Axial Period)’라 했다. 같은 축의 시대에 살았던 석가모니와 공자, 소크라테스는 예수와 함께 세계 4대 성인으로 꼽히는 분들로, 각기 동서양에서 인류 문명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 위인들이다. 석가모니(BC 563년~BC 483년)가 가장 맏형이고, 그 다음이 공자(BC 551년~BC 479년)와 소크라테스(BC 470년~BC 399년) 순서이다.
인간의 두뇌는 속도와 효율이라는 측면에서 컴퓨터의 알고리즘을 뛰어넘을 수 없다. 이제 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교만과 이기심으로 수많은 생물종을 멸종시키고 자연 파괴도 서슴지 않는 인간들, 이제 우리의 역할에 대한 겸허한 반성(反省)의 사색(思索)이 있어야 한다.
반성의 사색을 더 미루고 싶다면 최소한 축의 시대를 살았던 위대한 사상가들을 돌아보면서 길을 찾아야 한다. 그들은 우리에게 자신에 대한 근본적 성찰과 질문에 바탕을 두고 새로운 각성(覺醒)을 하게 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들은 정신적이고 사회적인 위기의 시대를 만나면 사람들은 언제나 축의 시대를 돌아보며 ‘답’을 찾았다. 1000년의 베스트셀러를 ‘고전(古典)’이라 한다면 축의 시대에서 발원한 2000~3000년의 베스트셀러는 ‘경전(經典)’이다.
이것들이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는 그 안에 뭔가 울림이 있는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축의 시대’의 위대한 스승들을 만나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결국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이 시대의 행동강령이다. 사색은 인간 스스로 초래한 미성숙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야말로 인류에게 주어진 사색의 마지막 기회가 아닐까란 생각이다. 새해에는 ‘사고(思考)뭉치(?)’가 된 사람들의 세상이면 좋겠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