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축의 시대’ 도래
새로운 ‘축의 시대’ 도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2.26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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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세돌 9단을 4 대 1로 이겼던 알파고가 올해 5월에는 세계랭킹 1위 중국의 커제 9단을 3 대 0으로 완파했다. 인간과 알파고의 대국 결과는 먹먹한 충격이었다. 알파고의 바둑은 인간의 방식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알파고(AlphaGo)는 구글의 지주회사 이름인 알파벳과, 그리스 문자의 첫 번째 글자로 최고를 의미하는 ‘알파(α)’와 ‘碁(바둑)’의 일본어 발음에서 유래한 영어 단어 ‘Go’를 뜻한다. 통산 전적은 73승 1패이다.

알파고는 인류에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교육의 패러다임, 법과 제도, 윤리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인간이 존재하는 세상과 그렇지 않은 세상의 차이는 무엇인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모든 유정무정(有情無情)의 존재들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는 현명한 인류로 거듭날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138억 년 우주의 흐름에서 ‘인공지능의 탄생’은 우주의 탄생, 생명의 탄생과 함께 ‘우주역사의 3대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인류 정신문명의 두 번째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제2의 축의 시대, 즉 인공지능이 주축이 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到來)했다는 생각이다.

통상적인 ‘축의 시대’는 기원전 900년부터 기원전 200년까지 세계의 주요 종교와 철학이 탄생한 인류사의 가장 경이로운 시기, 역사상 가장 뜨거운 창조의 시기를 말한다. 이 시기에 인류의 정신에 자양분이 될 위대한 철학적·종교적 전통이 태어났다. 중국의 유교와 도교, 인도의 힌두교와 불교, 이스라엘의 유일신교, 그리스의 철학적 합리주의가 그것이다.

또한 이 시기에 석가모니와 함께 소크라테스, 예레미야, 차라투스트라 그리고 공자와 같은 위대한 사상가들이 출현했다. 전쟁과 폭력이 난무하던 이 시대를 독일의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는 ‘축의 시대(The Axial Period)’라 했다. 같은 축의 시대에 살았던 석가모니와 공자, 소크라테스는 예수와 함께 세계 4대 성인으로 꼽히는 분들로, 각기 동서양에서 인류 문명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 위인들이다. 석가모니(BC 563년~BC 483년)가 가장 맏형이고, 그 다음이 공자(BC 551년~BC 479년)와 소크라테스(BC 470년~BC 399년) 순서이다.

인간의 두뇌는 속도와 효율이라는 측면에서 컴퓨터의 알고리즘을 뛰어넘을 수 없다. 이제 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교만과 이기심으로 수많은 생물종을 멸종시키고 자연 파괴도 서슴지 않는 인간들, 이제 우리의 역할에 대한 겸허한 반성(反省)의 사색(思索)이 있어야 한다.

반성의 사색을 더 미루고 싶다면 최소한 축의 시대를 살았던 위대한 사상가들을 돌아보면서 길을 찾아야 한다. 그들은 우리에게 자신에 대한 근본적 성찰과 질문에 바탕을 두고 새로운 각성(覺醒)을 하게 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들은 정신적이고 사회적인 위기의 시대를 만나면 사람들은 언제나 축의 시대를 돌아보며 ‘답’을 찾았다. 1000년의 베스트셀러를 ‘고전(古典)’이라 한다면 축의 시대에서 발원한 2000~3000년의 베스트셀러는 ‘경전(經典)’이다.

이것들이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는 그 안에 뭔가 울림이 있는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축의 시대’의 위대한 스승들을 만나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결국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이 시대의 행동강령이다. 사색은 인간 스스로 초래한 미성숙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야말로 인류에게 주어진 사색의 마지막 기회가 아닐까란 생각이다. 새해에는 ‘사고(思考)뭉치(?)’가 된 사람들의 세상이면 좋겠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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